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지만 … 고등학생때 아빠가 채팅어플 같은 것을 사용하시고 그로 인해 문제도 생겼었어요. 제가 고등학생때 아빠가 차를 태워주신 적이 많았는데, 저는 그런 것들을 아빠 차 타면서 여러번 목격했지만 그걸 들춰내서 해결하기보단 외면했어요. 그냥 그게 편했고 저는 항상 모든 결정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했기 때문에 제 앞에 놓여있는 입시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쁘다는 핑계로요. 그리고 채팅 어플과 관련해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엄마랑 저는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 사건이 있었다는 것, 그걸 둘 다 알고있다는 것을 알아요. 엄마나 저나 회피형인 것 같은데, 그래서 가짜평화는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생기면 둘다 싸늘해져요. 저도 알아요 덮어둔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계속 반복된다는거. 그래도 도저히 그걸 수면 위로 드러낼 수가 없어요. 제 입에 담기도 싫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생기기 전~고등학생 초반쯤부터 아빠 행동이 느려진게 보였었다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아빠가 파킨슨 병 진단을 받았어요.
고등학생때 이미 찾아온 아빠를 모른 척할 순 없어서 차를 탔지만 항상 공부보다 그 차를 타고 그 안에서 맨날 싸우고 뭐라하는게 더 스트레스 였어요. 두세시간씩 서서 지하철 타는게 몸은 힘들어도 훨씬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차 태우러 오지 말라고 해도 아빠는 그냥 자기가 태우러 오고 싶다면서 태우러 왔어요. 아빠는 제가 차분히 말하든 울든 뭐라고 지랄하든 덤덤하게 내 말이 맞다고, 미안하다고 수긍하고 이제부턴 달라지겠다 했지만 그 뒤에도 똑같았어요. 진짜 벽에다 대고 말하는게 나을정도로요.
약속을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경험, 그런 대화를 수백번 하니까 아빠 말은 말같지도 않네요. 제가 어떤 말을 해야 아빠가 마음에 상처라도 받아서 변할까 싶어서 모진 말도 해봤다가, 내가 이렇게 아빠한테 스트레스를 줘서 아빠가 더 이러나, 그냥 이해하고 보듬어줘야하는건데 내가 나쁜가 싶고… 아빠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민망하거나 그렇지 않고 그냥 아무 감흥 없대요. 아마 병이 뇌랑 관련된 거니까 그런걸까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차 사고도 여러번 내고 그로인해 금전적으로 피해도 많고 … 가뜩이나 어릴적부터 돈없단 얘기를 꽤 듣고 그런 말에 스트레스 받았던 저라서 아빠 때문에 생긴 사고나 돈 이야기들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에요.
원래도 아빠한테 긍정적 감정을 가졌던 건 아니었어요. 가부장적인 사람에, 어릴적엔 제게 설명없이 혼자서 제가 알 수없는 이유로 화를 냈다가, 혼자 화를 식히고 친한척하고.. 그 흐름에 공감도 안되고 따라갈 수 없어서 아빠가 하는 말은 원래 마음에 안 와닿았어요. 근데 고등학교 이후로는 더 대화가 안되고 그냥 싫어졌어요. 함께 밥먹기도 싫어요. 아빠의 행동이 둔해진 것들을 볼때도 그냥 짜증만 나요.
아빠가 저를 딸로서 아끼는 건 알아요. 아빠는 고등학생때 제가 없었으면 더 나락으로 빠졌을거래요. 근데 그런 말도 부담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다가도 아빠가 저를 아끼는 걸 느낄때나 ‘지금 이러는게 병때문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들때 제가 아빠를 싫어하거나 부정적인 마음이 드는게 너그럽지 못하고 이기적인 년이라 그런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랬다 저랬다 진심으로 싫어했다가 죄책감 가졌다가 아빠가 차라리 어디 멀리 떠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제가 이러는 게 미친년 같다가도 절 이렇게 만든 아빠 문제가 아닌가 싶고 또 아무리 아빠가 그래도 내가 성숙하게 대처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고 그러다가도 내가 너무 확대해서 받아들이나 싶고…ㅋㅋㅋ 차라리 아빠가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라 마음껏 욕하고 끝까지 싫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요 근래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빠가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생기고 그런것들은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데 그런 사고들로 인해 너무나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원래는 그럴때마다 글을 쓴다거나 노래를 듣거나 심호흡, 단거먹기 등 제 나름대로의 방법을 써서 대처했는데, 이런 것들도 결국 제 감정을 잊게 만드는 거지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몇년째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라 사고를 안 생기게 할 순 없고, 그거에 반응하는 제 반응을 바꾸는게 답인 것 같은데, 이제까지 쌓아온 감정이나 인식때문에 바꾸기도 쉽지 않고 어떻게 바꿔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빠만 빼면 오빠랑 저랑 엄마랑 농담도 잘 하고 긍정적인 정서도 많이 오가고 대화도 잘 되고 화목하고 나름 괜찮아요. 적어도 제 눈엔 그렇게 보여요. 일상을 잘 유지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는 아빠의 사건들이라 더욱 그 스트레스가 크게 다가오는 건가 싶기도 해요.
분화된 개인으로서, 어른으로서 잘 기능하고 싶은데… 아빠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없이 무력하게 스트레스만 받네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대처하는 법을 알면 그냥 삶을 살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도저히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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