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도 다녀보고 상담도 받아봤지만 몇 년째 삶에 회의적인 생각이 끊이질 않아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도 없는데 그럼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랐어요. 심리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뇌가 염세적으로 생각하도록 타고난 것 같아요.
비자발적으로 태어나서 살다 보니 소중한 사람들이 생겨서 살고는 있지만 비관적인 생각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들어요.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라고 하는데 이미 살아있는 것 자체가 남을 위한 일이에요. 바란 적도 없는 생명을 얻게 됐는데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게 불합리하게 느껴져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법, 살아갈 힘을 얻는 법 등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싫어요. 굳이 극복하면서까지 살고 싶지가 않아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싫은데 살면서 조금이라도 안 힘들 수는 없잖아요. 인생은 원래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니까요. 저는 다가올 행복을 위해 불행을 견디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게 돼요.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도 알고, 일상에 감사할 줄 알며 살고 있지만 별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마저도 죽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부정적인 감정에 중독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기도 해요. 죽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기보단 우울함이 주는 안정감에 기대고 싶어요.
사는 게 싫은데 죽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몇 년을 보내다 보니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절망스러워요. 어차피 살 거면 살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요. 일상생활은 가능한데 정신 상태는 문드러져 있어서 답답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가끔씩은 제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죽어버릴까 봐 무서워요. 지금까지도 용케 죽지 않고 버텨왔기에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도 모르게 불안해져요.
약물치료도 심리 상담도 효과를 모르겠어요. 어떤 말을 들어도 위로가 안 돼요. 병원에서 입원을 권하기도 했는데 일상을 포기하는 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요. 취미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운동 후 뿌듯함을 느껴 봐도 소용없어요. 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치료해야겠다는 의지도 다 꺾여서 그냥 사고 회로가 고장 난 사람으로 살고 있어요.
제 감정 상태도 알겠고 살아야 할 필요성도 알겠고 살기 싫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살고 싶어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거부해요. 그냥 이렇게 영원히 하루하루를 어르고 달래서 살아가며 괴로워해야 하는 걸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상담과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삶에 회의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고 계시는군요. 마음친구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마저도 죽고 싶은 충동이 들어와 부정적인 감정에 중독된 것 같고 우울함이 주는 안정감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시라고 하셨는데 그동안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공감이 됩니다. 다행히 일상생활은 가능하고 일상을 포기하는 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시고 마음친구님에게 충분히 내적 자원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마음친구님께서는 비자발적으로 태어나 살다 보니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살고는 있지만 비관적인 생각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시는데 마음친구님의 태어난 배경과 환경은 정확히 표현이 안되었지만 여러 사연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순응하는 삶 또한 마음친구님께서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지금 이 순간 마음친구님께서 경험하는 긍정적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소중한 마음친구님의 것으로 모두 타당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모습이 있기에 불안전한 마음친구님의 모습도, 마음친구님이 느끼는 우울한 마음도 그대로 기꺼이 수용하시면 어떨까요?
마음친구님께서는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셨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권하기도 하셨다면 우울 진단은 받으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의 원인은 유전적, 신경 생화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데 최근 세로토닌 신경계와 노르에피네프린 신경계의 기능부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어 햇볕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햇볕에는 행복호르몬인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기억, 인지력, 감정, 행복감, 다른 감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마음친구님께서는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 하셨을 것입니다.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첫째 질 좋은 숙면입니다. 하루 30분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수면을 좌우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으로 변하여 수면을 하게 됩니다. 둘째 명상과 호흡으로 여러 생각을 현재에 집중합니다 셋째 감사일기입니다. 감사하면 감사 회로에서 항우울제 성분인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넷째 나의 취약점과 장점을 인정하기입니다. 다섯째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병행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셀프 칭찬입니다.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취미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운동하며 뿌듯함을 느끼시는 마음친구님에게 지금까지도 잘해 왔고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칭찬해주는 것입니다.
우울감으로 무척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활짝 열어주신 마음친구님에게
상담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기를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