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가족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합니다.
저와 오빠는 8살 터울이에요. 제가 태어나기 전 오빠가 5살이였을 때, 오빠가 뛰는게 이상하다고 생각된 엄마께서는 병원에 데려가셨어요. 그리고 "얘 20살에 죽어요." 하는 소리를 들으셨죠. 정말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희귀성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으로 신체장애 1급과 20살 시한부 판정을 받았어요. 그 길로 아빠께서는 다니시던 대기업을 과감히 포기하시고, 오빠가 위급 상황이 생길 때마다 뛰어다니시며 헌신하셨어요.
엄마께서도 항상 오빠 옆에 붙어있을 수 있는 장애활동보조인으로 유동적인 직업을 선택하셨어요. 엄마 성격상 남의 아픔에 정말 깊이 공감하시고 마음을 쓰셨어요. 사비로 복지관에 먹을 것을 주기적으로 사서 나눠주시고, 동네 관리실 분들께도 먹을 것들을 만들어주시고, 또 틈만 나면 지인분들의 힘든 점을 다 들어주셨어요.
그러던 3년 전, 엄마께서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였어요.
오빠의 장애인 판정 이후로 현대 의학에 등을 돌리신 엄마께서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시다가 본인의 마음이 썩어들어가는건 신경쓰지 못하셨거든요. 정신과 약을 드시며 몸이 언능 나아지고 싶으신 마음에, 또 약을 드셨는지 안드셨는지 까먹으시기도 하시며 하루에 3일치 약을 드시기도 하셨고요, 밤에는 잠이 안오셔서 체질에 맞지도 않는 술을 드시다보니 심장에 무리가 와서 급성 심장마비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시게 된거라고 해요. 잠을 잘 못주무시는 이유는, 오빠가 몸을 본인이 직접 쓸 수가 없어서 2~3시간마다 몸을 직접 돌려줘야 욕창이 생기지 않기때문에,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게 습관이 되시다보니 그렇답니다. 돌아가시는 그 날 아침에 몸살기운이 있었는데도 일을 나가시고, 오후에 퇴근하자마자 친구가 힘들다고해서 전화로 상담을 해주셨다고해요..
전 유학중에 갑자기 비보를 듣고 한국으로 들어와 큰 충격을 받고 마음을 다스릴 새도 없이, 몸이 아픈 오빠를 대신해 입관식과 조문객 맞이, 묘에 모시기 등 모든 장남의 일을 제가 대신했어요. 아직도 엄마의 마지막 모습과 화장 후의 남은 뼈들이 눈에 선해 매일 밤마다 힘든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 후, 오빠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져 목관 수술 후 병상에 누워지내게 됐고, 아빠께서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고혈압 판정을 받게 되셨습니다. 혈관이 자주 터지시고, 요 근래에는 심장도 안좋다고 하십니다.
오빠를 간병하는 동안에는 최대한 안힘든척 웃고 또 오빠를 웃겨주고, 아빠도 웃게 해드리고 있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더욱 힘든게 쌓여만 갑니다.
전 가족들을 대신해 돈도 벌고 오빠도 간병하고 또 힘든데도 불구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생계적으로도, 가족 모두의 육체.정신건강적으로도, 모두 걱정입니다. 앞으로 정말 어떻게 지내야할지 막막합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읽어보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그간 마음친구님의 삶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고,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8살 터울의 아픈 오빠를 보며 때로는 외롭기도 하며, 소외감도 느끼고, 왜 내 인생과 우리가정은 평탄하지 못할까 싶은 마음들. 그리고 그 마음의 끝에 찾아드는 오빠에 대한 책임감까지...이런 양가적인 마음안에 놓여있던 마음친구님이 너무나 가여워요.
또한 어머님이 깊고 긴 헌신 끝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을때 마음친구님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리고 3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지금은 또 얼마나 그리우실까요?
이렇게 답변으로 말씀드리고 있는 제 마음도 절절한데 마음친구님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이 저를 아리게 합니다.
그리고 오빠를 간병하는 동안에는 최대한 안힘든척 하며 오빠를 웃겨주려 노력하고 아빠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까지 있는 마음친구님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집니다.
저는 오늘 마음친구님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씀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시면 도움이 되실지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현대 가족의 모습들은 다양합니다. 그 안의 가족구성원의 관계도 참 다양하지요.
서로 사랑하는 모습의 가족이 있는가 하면 못잡아 먹어 안달인 가족도 있습니다.
원망과 애증이 뒤섞인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가정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속으로만 앓는 가정도 많지요.
마음친구님의 가정은 고된 가정사안에 사랑과 배려와 원망과 애증이 한데 뒤엉켜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고스란히 놓인 마음친구님은 나의 최선을 다하는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최선이라는건 내가 할수 있는 모든걸 이야기 하는것만은 아닙니다.
가족내의 최선이라는 조금더 본질적인 뜻은 내가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아픈 오빠의 간병과 엄마를 잃은 후 남겨진 아빠의 병세까지 돌보며 가족들을 대신해서 돈까지 벌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마음친구님의 최선을 드리되 나를 잃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할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과도하게 책임을 떠 안거나 고된 버거움을 억지로 참으면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가 생기게 마련이예요.
그래서 오래가지 못합니다. 결국 그 부정적인 마음이 마음친구 자신을 찌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음친구님은 이미 오래 그 힘든 과정을 해오셨고 그 버거움의 무게를 버텨내셨어요.
가능하다면 요양원이나 시설에 문의도 드려보고, 지역자치센터와의 연계성도 적극적으로 찾아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올려주신 사연만으로는 친인척과의 관계까지 알수 없지만 할수 있다면 친인척의 도움도 청해보시기를 바래요.
가족을 사랑하는것과 환자를 간병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마음친구님은 가족과 간병을 위해 포기된것도 많지요. 그래서 아마 조금의 갈등이 생기거나,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질만큼 버거움을 경험할때면 억울하고 더욱 괴로워질거예요.
가족과의 관계와 마음친구님 자신을 위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간병을 하고 가족에게 마음을 쏟아냈던 시간에 마음친구님이 소중히 여겼던 경제활동도 더욱 적극적으로 하시고, 조금은 나은 마음으로 오빠도 아버님도 돌보시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이 어디까지인지, 다시한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장남의 몫까지 해내야 했고, 이후의 삶에도 가장이 되어 가족을 돌보고 희생하는 마음친구님 자신을 지키는 최선.
밤마다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힘겨워하며 잠한숨 편안하게 잘수 없는 마음친구님에게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물어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음친구님은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친구님 내면의 힘을 마음다해 응원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고, 감당할 수 없을것 같은 삶의 버거움을 마주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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