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털어놓을 사람이 없네요

블루머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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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표를 향해 홀로 달려나간지도 벌써 4년째입니다. 남들이 보면 왜 그리 포기를 못하냐고,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땐 제 꿈이 명확하다는 사실에 참 당당하고 자랑스러웠는데 요즘엔 그 명확성이 제게 더 큰 불안을 가져다 줍니다. 워낙 오랜기간 가지고 있었던 꿈이기에 그 꿈을 이루지 않으면, 제 자신이 너무 무너질 것 같아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고 걸어가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참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했던 모든 일들이 다 부정받는 기분이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 같아요. 나름 참 열심히 살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실패에 제 자신을 많이 깎아내렸습니다. 남들과 비교도 많이 하고, 스스로 채찍질도 혹독하게 하며 저 혼자 정체되어 있는 기분에 많이 우울해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점점 더 앞으로 가고 있는데 저만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소속이 없이 붕 떠있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속감에 많이 지칠 때도 많았었는데 막상 그 소속감을 벗어나고 나니, 저 혼자 책임져야 할 것들이 참 많더라구요. 사소한 결정마저 많은 것들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습니다. 오해를 낳아 제가 하지 않은 일에 가담되는 일도 가끔 있었구요. 제 불안과 우울감이 제가 아끼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지는게 정말 너무 싫어서 제 스스로를 분리시켰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핸드폰을 없앴다는 거짓말로 연락을 다 회피했습니다. 성격상 제 마음 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솔직히 다 털어놓지는 않기에 더 멀리 분리시켰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저와 더불어 많이 힘들어하시는 걸 알기에 부모님께는 괜찮은 척, 조금씩 나아지는 척 하고 있네요. 친척들, 부모님 친구분들 앞에서 작아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죄송한 마음이 크고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부모님 두 분 다 수술을 하셨어요. 그렇게까지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다 제 탓인 것 같아 괴롭습니다. 저희 가족은 요즘 이런 얘기를 참 많이 합니다. '제 시험만 끝나면... ' 시험에서 제가 빨리 벗어났다면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저 때문에 정체되어 있는 시간들이 참 많은 듯 보여요. 고부 갈등으로 스트레스 받으시는 엄마도 좀 더 자유를 찾으실 수 있었을 듯하구요. 스트레스가 많아지시면 제게 털어놓으실 때가 있는데 저까지 힘들어 질 때가 있습니다. 안타까움과 공감으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를 하려고하지만 엄마의 감정들이 저에게 까지 넘어와 제가 짊어져야 할 감정들로 다가올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 현상은 엄마와의 관계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민도 잘 들어주고, 공감을 잘 하는 편이라 제 지인들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많습니다. 그 때만 듣고 좀 넘어가기도 해야하는데 마치 제가 그 당사자인 것처럼 그 상황들을 이해하다보니 저도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어쩔땐 심지어 당사자는 다 잊었는데 제가 그 상황을 잊지 못하는 상황까지 찾아옵니다. 이런 힘듦도 제가 제 스스로의 분리를 택한 이유 중 하나겠죠.

이렇게 다수의 인간관계를 피하며 홀로 고독하게 준비하고 있기에 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을 때면 괜찮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에 잠길때면 제 과거가 많이 후회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과거에 사고를 많이 친 것도,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닙니다. 계속적으로 흔히 말하는 모범생 이미지 였지만 제 욕심으로 인한 제 언행과 행동들이 후회스럽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약점은 고집스럽고 제 주장이 매우 강하다는 점입니다. 완벽주의자 성격에 약간의 강박까지 겹쳐 제 마음대로 일이 안 풀렸을 때의 스트레스가 매우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어떤 과제를 해나갈 때, 제 기준에 모두를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제 욕심을 남한테도 강요한 것 같아 꼭 고쳐나가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더 괴로운 건 남들에게 강요한 거 이상으로 저 스스로에게 좀 더 철저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노력을 4년 전 했다면 그 때의 저보다 훨씬 더 나은 제가 되었을 것임은 틀림없으니까요. 그 때는 노력대비 결과가 참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노력 그대로의 결과였을거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노력의 기준을 확 올려 조금씩 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끔은 잘못된 정보를 제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면 무조건 우기는 습관도 있는 것 같아요. 조금만 시간을 가지면 받아들이는 시간도 짧은데, 그 직전 순간에 제 멋대로 우기는 시간이 꼭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면 저를 믿어주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더 크게 밀어붙이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구요. 머리로는 좀 더 차분하고 천천히 얘기하면 제 의견이 더 논리성을 갖추고, 설득력있게 전달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또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제 톤과 목소리가 조금 공격적으로 바뀌어요.

늘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계속된 실패가 제게 아무것도 가져주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겪어야했고, 겪고 있는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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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꿈을 이루기 위해 4년째 공부에 매진하시며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고 걸어가시는 마음친구님의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과거 열심히 생활해왔던 모든 일들이 부정받는 기분으로 후회하고 자책하는 시간도 있겠지만 좌절의 경험은 마음친구님 삶에 반드시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너무 애쓰셨고 잘하셨어요.” 토닥,, 토닥,,

마음친구님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인 성향이지만 내면은 참으로 여리고 따뜻한 분으로 느껴집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안타까워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위로를 주는 반면 과도한 감정 이입으로 불편감을 느끼셨을텐데, 마음친구님 마음 속 이야기는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은 어떤 마음이실까요?

마음친구님이 느끼는 긍정적 부정적 감정은 마음친구님의 것으로 모두 타당합니다. 우울 불안한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면밀하게 살펴보며 그 내용을 기록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감정 조절되어 충동적 극단적으로 표출하지 않게 됩니다.
마음친구님이 느끼는 감정은 타당화하고 타인의 감정은 객관화하시면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마음친구님 모습을 더 수용하고 사랑하시는 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꿈을 이루시는 마음친구님이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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