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세상에 나혼자

둘리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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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설에서 자랐어도 나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그래도 나같은 사람들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고 위로하면서 나만 힘든거 아니니까 버텨내자라는 마음으로 이악물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그냥 하루하루가 내자신을 질질끌고 가는기분이 자꾸만 들어요 몸은 물먹은 솜마냥 자꾸만 축축처져만 가고 그 다음날 눈뜨면 아..오늘도 살아있구나 하면서 또 하루를 살아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네요
분명 괜찮았는데 힘들다는 생각도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지칠까요 전 뭘 위해 사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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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써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마음친구는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지치고 힘들어 찾아오신 것으로 보입니다. 몸이 물먹은 솜인 듯 축축 쳐진다는 마음친구의 글을 보니, 지금 얼마나 무기력하고 힘들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오늘 상담을 통해 마음친구가 어떻게 하면 이러한 마음친구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마음친구에게 시설에서 자라면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수가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 시설에서 자라면서 느꼈을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현재 시설에서 독립을 준비하거나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이를 악물고 버텨갔기에 갑자기가 아니라 그동안 서서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음친구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마음친구가 하루하루 질질 끌고 가는 듯한 우울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가라앉은 기분, 물먹은 솜마냥 축축쳐져 가며 하루를 살아가는 무기력함, 뭘 위해서 사는지 모르겠는 절망감과 무가치함의 증상으로 보아 아마도 마음친구가 우울장애를 겪고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이러한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주요우울장애, 지속성 우울장애, 또는 우울증상을 동반하는 다른 정신장애가 감별되어야 겠지만 글로 추측하건데, 소위 우울증에 노출되었거나 위험한 수준의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밤에 잠을 자고, 낮에는 햇빛을 보고 활동하여 세로토닌을 분비해서 감정의 조절과 우울을 방지해야합니다. 실제로 우울증의 치료제에는 세로토닌 재흡수제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마음친구의 경우 밤에도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심리적 상태가 아닐 것 같고, 그렇기에 더 우울한 악순환을 겪고 있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상담을 통해 지금의 기분을 충분히 해결하는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정신건강사업서비스에 도움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그냥 지금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를 찾아간다 생각하고 가도될만큼 상담센터는 사실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함과 무가치함을 느끼는 과정에서는 그곳에 가는 용기조차 나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마음친구가 이렇게 우울한 것은 세상에 혼자여서가 아니란 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마음친구가 그동안 이런 상황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위로하고 이를 악물며 살아왔다고는 했지만, 글의 제목과 내용으로 보아 세상에 나혼자이며 버림받은 불쌍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일을 실패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또는 힘든 감정이 들 때마다 세상에 혼자가 아니었다면 더 잘 헤쳐나가지 않았을까하며 더 자신을 괴롭히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부모가 마음친구를 버린 것이 무척 인생에서 상처가 큰 일이지만 그 후에 발생하는 모든 일들에 마음친구가 그것을 기준삼고, 두배로 힘들게 살아간다면 결국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이 됩니다.

자신이 살아가보지 않은 인생을 잘 모르는 것이 저 또한 그러하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없는 것보다 못한 부모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도 있으면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지만 도움은 커녕 오히려 짐이 되는 부모들이 허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있고, 가족이 있다 한들 과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겉으로 화목한 가정조차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문제를 가족이 해결해주진 못하지요.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또한 꼭 가족이 아니어도 엄청 오래가는 우정과 사랑이 아니어도 그때그때 마음친구의 곁에 도움이나 위로를 줄사람은 분명히 있을거고, 앞으로 새롭게 생겨납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친구는 마음친구 자체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마음친구의 인생은 마음친구의 것이며 세상은 결국 마음친구가 바라보는 대로 보이지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의지할 타인이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저 마음친구가 마음친구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살아가는 겁니다.

또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다면 그때그때 해소를 해주세요. 마음친구가 휴식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친구가 이곳을 찾아 자신의 마음을 보살필줄 아는 분이기에,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오늘 상담이 마음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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