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가 원체 없어서 집에 데려올 일이 없는데
동생은 종종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자고 가요.
남들은 별거 아니겠지만 저는 굉장히 낯을 가려서 동생 친구가 오면 방안에만 숨어 있고 거실에 있는 화장실조차 가길 참습니다.
한번 이 문제 때문에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 있는데
동생이 자기는 제 친구를 아무리 데려와도 상관없다며 그게 왜 불편하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면접 한번 보려고 모텔에서 재울 순 없지 않냐며..
그럼 자기가 너무 미안하대요.
동생 친구가 오는 이유는 단지 놀러오는 게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오는 거라서 무턱대고 안된다고도 할 수 없지만
저는 동생이 친구를 언니와 같이 사는 집에서 자고 가지 못하게 했다고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 못하겠어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러라하고 제가 길거리에서 아무 친구나 왕창 사귀어서 집에 계속 데려오고 싶어요. 복수하듯이.
근데 그게 안되잖아요..
그냥 제가 편하게 마음 먹고 인사 건네고 뭐 이러면 될 일인데 그게 참 힘드네요
이 일에 관해 동생과 더 대화해봤자 제자리 걸음일 것 같고 눈물날 것 같고 그래요
그래서 그냥 하소연 하듯이 적어봤습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우선,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남겨주신 상담글은 잘 읽어보았어요. 함께 사는 집에 동생이 자꾸 친구들을 데려오고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마음친구님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갈등을 겪고 계시는군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았는데도 동생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마음이 더 답답하시겠어요. 게다가 동생이 아무리 친구라 해도 남에게는 미안해 하면서 함께 사는 언니의 고충을 이해해주지 못하니 그 역시 서운할 수 있을 것 같구요.
우선, 마음친구님과 동생은 성향이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친구님은 낯을 가리고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중시 여겨 모르는 사람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이 굉장히 불편할 수 있고, 동생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보다는 사회적인 관계에서의 친밀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본인이 먼저 호의를 베풀지 않으면 그것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할 수 있지요.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 이상하거나 바뀌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내가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인사건네면 될 일인데'라고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해요. 누구나 본인이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다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함께 사는 이상 서로 노력은 해야 하지요. 하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함께 노력해야 해요. 예를들어,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친구를 데려오지 않기, 친구가 오더라도 동생 방에서만 머물기처럼 동생도 친구를 데려오더라도 함께 사는 언니를 최대한 배려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마음친구님과 동생 둘 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는 해야 하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끝없는 타협과 배려의 연속이니까요.
동생과 대화가 잘 될지 몰라 주저 되시겠지만, 그래도 먼저 동생에게 서로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사는 사람으로써 서로를 배려하는 규칙을 정하자고 제안해보세요. 언젠가 각자만의 개인의 공간이 생긴다면 그때는 원하는 대로 생활할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서로를 존중해주자고 말이지요.
부디 동생과 좋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기를 바라겠습니다. 더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또 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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