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주 예민+섬세하고, 이상과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20대 청년입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자기 기준이 높고, 현재에 만족하기보다 더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며 살아요. 이런 점이 과할때는 스스로를 애정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기도 하구요.
그런데 문제는, 제 예민함/이상적인 모습이 대인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3-4년 정도 만난 애인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저와 완전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생각도 많고 깊이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저에 비해, 단순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하기를 즐겨하지 않아요. 저는 감정 상할걸 걱정하느라 갈등을 피하기보다 싸우더라도 풀고 지나가자! 주의고, 애인은 갈등이 있을바엔 내가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넘어가자! 주의예요.
mbti로 비교하면 저는 n, 애인은 s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 뿐만 아니라 음악/음식 취향, 스타일, 생활패턴, 가치관, 개그코드 등 다른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연애도 제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형태가 있고, (이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그 이상과 지금 연애의 모습이 맞지 않을 때마다 자책하고, 실망하곤 합니다. 저에게도 실망하고, 상대에게도 실망해요. 상대는 잘못이 없다는 걸 아는데도요.
제가 완벽주의, 제 이상만 내려놓으면 해결될 일인데, 어떻게 해야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와 만나는 애인이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걸 잘 알아요. 성격도 유하고, 비뚠 생각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한눈에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완벽한 이상을 바라는, (나는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가 이 친구를 망치고 있을까 두렵습니다.
가끔 싸울 때 제가 이 친구를 대하는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도 강압적입니다. 서로의 차이일 뿐인데 애인에게 '너는 틀렸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내가 너보다 평소에 생각을 더 자주, 깊이 하잖아. 이렇게 하면 안되는거 아니야? 라는 말과 나는 잘못이 없다. 이 문제의 원인은 너다. 라는 말을 자주 해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다르다>의 문제인데 저에게는 <옳다그르다>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거죠.
이 친구는 결국 모두 자기 잘못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해요. 결과적으로 싸움의 모든 책임은 애인이 지고 가요. (이런 애인을 보면서 저도 자괴감을 더 느낍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사실 이건 내 잘못이 맞다. 미안했다. 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과하는 것 자체에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느껴요.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라는 고집도 있고, '사과하면 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죽는것도 아닌데 대체 왜그런건지..
제가 가스라이터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정말 자주 해요. 이 단어를 처음 알았을때 쿵! 했었어요. 책을 찾아보면,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의 태도가 전부 저에게 해당되지는 않지만, 제 말투나 태도가 가스라이팅과 비슷한 경우도 꽤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아서 가스라이터에 대한 기준도 찾아봤지만,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에 대한 책은 많아도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더군요. (내가 가스라이터인지 구분하는 진단 기준 같은 내용..)
sns에서 종종 보는 <이런 연애는 안된다!><이런 말은 가스라이팅> 같은 게시물을 보내주면서 혹시 내가 이러고 있지 않아? 라며 묻기도 하지만, 이 친구는 제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요.
두서 없이 적은 것 같네요. 요약하면..
저는 가벼운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만큼 예민한데,
이상적이고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제 가까운 사람들, 애인이나 가족, 친구의 다른점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해요. (특히 애인) 싸움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 저는 늘 피해자인척, 네가 틀렸다며 제가 맞았다는 사실을 고집합니다.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받아들이길 어려워하구요.
사과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지는 것 같은 마음은 대체 왜 드는건지.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이해하고, 이상과 완벽주의에 빠져 자기연민을 느끼거나 상대에게 실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마음친구님 안녕하세요?
자신의 생각을 조근조근 풀어서 적어주셔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것이 불안한지 잘 이해가 되는군요.
완벽주의, 강박적인 태도, 꼼꼼한 성격, 우유부단함, 예민함 이런 것들이 같은 모습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마음친구님이 언급한 높은 기준으로 자신과 타인을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고, 때로는 애인에게도 나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몰아부치기도 하는 그런 행동들이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것 때문에 힘들고 고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왜 그런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요?
완벽주의의 높은 기준 이면에는 자신에 대한 깊은 좌절(또는 부적절감)이 곤두박질 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완벽해야 인정받을 수 있어", "좀 더 꼼꼼해야 실수를 안 하지". "실수하면 끝장이야" "청년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등등 무수히 많은 셀프토크들이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 마음친구님이 자주 하는 셀프토크가 있을까요?
만약에 내 귀에 속삭이는 이러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리고 이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면
내 스스로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여도 괜찮아", "나는 나여서 좋아", "뭔가를 꼭 잘 해야되는 건 아니야, 존재 자체가 귀한거니까" 라고 속삭여주기를 바랍니다.
덧, 좀 더 깊은 곳의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수정함으로써 부정적 정서를 다루는 인지행동치료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