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마음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원래 저의 성격이 어떤지 생각이 안나요
분명 상처가 많은 가정이었고
동생도 아직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전 사실 그때 일이 잘 생각이 안나요
힘든 일은 잊어버린다고 하나요
전 과거 기억이 없어요
물론 중간중간 생각나는 게 있긴 합니다
마치 사진처럼요
이게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힘든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냥 잊어버리는 게 편했으니까요
지금의 전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관심 받는 걸 좋아하지만
관심 받고 싶은 걸 티내는 걸 안 좋아합니다
앞에 나서서 하는 것 싫고
이미 알고 있어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안 남자
외에 그냥 일상에서 만나는 남자는 무섭습니다
특히 아저씨들은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저의 과거를
먼저 털어놓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 사람들이 나중에 알았을 때
그것을 이용하여 저에게 상처를 준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제가 저를 방어하는 건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은 척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짜 괜찮은데 나 스스로
괜찮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만들 때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근데 확실한 건 다른 사람에게 저는
동정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동정을 받고 싶어 저를 불쌍하게 만듭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라는 게 아닙니다
저의 아팠을 과거에다가 무언가를 첨가합니다
나는 버틸 수 없을 과거를 살았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다를 통해
나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또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사람들한테 말했는데
또 생각해보면 전 사람들을 꽤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감성적인 것도 확실히 있고요
근데 전 냉철한, 이성적인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저는 이성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제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에
지금의 제 모습은 제가 원하는 모습대로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또 중요한 건 그걸로 인해
혼란은 겪지만 힘들지는 않다는 겁니다
저의 진짜 과거를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진짜 괜찮은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이걸 쓰면서도 '난 진짜 괜찮은데 내가 괜히 힘들고 싶어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괜찮아보인다면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써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마음친구는 가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었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잊고 잘살아왔다고 생각해왔지만, 정말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찾아오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친구의 글을 읽으며 사실 마음친구가 원하는 것은 지금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럽기에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상담을 통해 마음친구가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과거를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을 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친구는 아마 방어기제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본적이 있을 겁니다. 방어기제란 정서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인 기제이자 의식입니다. 그 중에서 '억압'이라는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는 자아를 위협하는 고통스럽거나 수치스러운 행동, 생각, 기억을 의식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무의식 안에 가둠으로써 관련된 기억을 잊어버리는 등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저는 마음친구가 겪은 가정적 상처가 무엇인지, 마음친구가 그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지 못하기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친구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하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의 생각이나 행동들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계속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 추측됩니다. 상처를 미리 받지 않을까 싶어서 과거를 먼저 털어놓고, 동정을 받고 싶기도 하지만 강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사람들을 좋아하고 감성적이지만 이성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자꾸 괜찮고 힘들지 않아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친구가 힘든 것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강한 부정이 긍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너무 강하고 괜찮아보이려는 마음이든다는 것은 힘들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힘들었던 일이 극복하고 난 뒤라고 하더라도 떠올리면 절대로 유쾌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일이 잠깐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여도 어떤 상황과 일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음친구가 과거에 가정으로부터 상처받았던 것과는 별개로 타인앞에서 상황에 따라 동정을 받을 수도, 강해보일 수도 있으며, 사람을 좋아하고, 감성적일 수 있다는 것 그냥 그자체로 마음친구라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음친구의 상처가 절대로 가벼웠고 타인의 일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인생에서 힘든일을 한번쯤 아니면 여러번 겪게됩니다. 더구나 가정에서의 일이었다면 마음친구가 아무리 노력하고 상황을 바꾸려고 했어도 해결하기가 무척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동생도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듯이 마음친구도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상관없이 마음친구는 더 나은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며 그러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많은 가정에서 가족이고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에게 상처를 주듯이, 타인이 마음친구의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상황과 모든 것에 대해 마음친구 스스로만큼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과거를 털어놓든 털어놓지 않든 그들에게는 오직 현재 마음친구의 모습을 기준으로 마음친구를 평가하고, 자신들의 기준대로 평가하겠지요. 그러니 마음친구가 굳이 타인에게 있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일지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친구 자신입니다. 좋아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그대로 싫어하세요. 그것 그자체로 마음친구입니다. 또한 즐거울 땐 즐겁게 지내고, 힘들땐 힘들어보기도 하세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감정은 그저 감정일뿐이며 언젠가는 다 사라집니다. 과거가 이미 지나간 일인것처럼 과거로 인해 남아있는 감정도 그저 지나갈 감정일 뿐입니다. 마음친구가 어쩔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그냥 놓아주세요. 마음친구는 타인에 의한 자신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 집중하세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음친구는 마음친구가 느끼고 싶은대로, 살고 싶은대로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마음친구 자신에게 집중해서 살다보면 힘든 과거도 지금의 혼란도 모두 지나가있을겁니다.
모쪼록 오늘 상담이 마음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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