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1살 대학생이에요. 정말 간단히 말하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항상 제 인생에 있어서 큰 상처이자 외면하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저도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사람이고 싶은데 그렇지가 않아서 속상해요.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큰이모가 봐주셨어요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밤 늦게 큰이모네집에 들려서 절 데리고 집에 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5살 터울 남동생이 태어났는데.. 처음에는 동생이 생긴게 좋았는데 원래도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정말 부족한 상황에서 어린 동생이 생기고 또 동생 또래의 사촌동생들도 생기면서 더더 사랑이 부족하기 시작했어요 (큰이모 작은이모가 모두 한 동네에 살았어요.) 한.. 사춘기가 오기 전 초등학생까지 그걸 느끼며 자란거 같아요. 엄마랑 시간을 보내고싶은데.. 작은이모가 학원 일을 해서 오히려 주말에 일을 했어야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친동생뿐 아니라 사촌동생들한테 까지 엄마를 뺐겨야 했어요. 그 기억 때문에 아직도 외로움이 마음에 많이 남은 것 같아요 . 동생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저는 뭔가 버려진 사람 같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저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제가 대학을 다니는 지금까지도 엄마는 종종 어릴때 엄마가 절 많이 돌보지 못한거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세요. 회사일로 바쁘지만 저에게 노력하려고 한다는걸 잘 알았거든요. 외롭지만 어쩌겠나 싶고 엄마에 대한 원망이 크지 않아요 오히려 동종업계를 걷게 되니 꽤 커리어를 쌓아오신 엄마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고요..
그런데 정말 문제는 아빠에서 비롯되는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아빠는 자신만의 콤플렉스에 빠져 과한 액션과 격한 감정표현, 자기객관화가 안되는게 문제인거 같아요. (그냥 제가 지켜봐온 결과로는요) 제가 한 초등학교 2학년때쯤? 고깃집 장사를 했었어요 아빠는 본업이 따로 계시고 동업자까지는 아니지만 자주 매장에 방문해서 고모부랑 그 사업을 같이 했어요 고모부와 고모는 원래 공장을 했던거 같은데 그걸 아예 접고 그 사업에 올인한 듯 보여요.. (제가 정말 어릴때고 누가 그 이야길 자세히 해준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장사가 꽤 잘되나 싶었는데.. 날이 가다보니 잘 안됐어요 아빠가 이때부터 정말 무서워지고 두려운존재가 된거같아요. 그 스트레스를 모조리 엄마와 저희에게 풀었거든요. 어릴때는 그냥 제가 정말 잘못해서 그런줄 알았어요. 그런데 크면서 다른 아빠들은 그렇지 않고,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어떻게 훈육을 해야하고 등등 기초적인 상식이 쌓이면서 우리 아빠가 좀 다른 아빠들과는 다르다는걸 느꼈어요. 정서적으로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부모님은 매일같이 싸웠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혼자 침대에 누워 울었어요. 그냥 제 모든게 마음에 안드시는지 그냥 모든걸 혼내고 꾸중하고 전 기분이 안좋으니 말대꾸하고.. 그러다가 엄마와 싸움으로 번지고.. 아빠는 항상 저 때문에 엄마아빠가 싸운다고 그랬고, 항상 남 탓을 했어요. 그렇다고해서 저나 동생이나 엄마나 아빠를 욕하고 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늘 저희 셋을 세워두고 품평하듯이 깎아 내리는 말과 상처 주는 말을 늘상 했어요.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요.. 엄마한테 칼을 들이민 적도 있고 다같이 죽어버리자.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을거다 이런 말도 하고요.. 고속도로에서 목소리가 커지자 갑자기 갓길에 급정거를 하고 난폭운전을 하고 씨발년아 썅년아 개새끼야 이런 욕은 기본이고요... 성인이 되고 나니 느끼는 점은 아빠가 너무 가벼워 보여요.. 무섭지만 무섭지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은 성숙한 내면을 가지고 약자를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혀 그렇지 않은 아빠를 보면서 존경심이나 사랑은 느껴본적이 없고 오히려 혐오감만 남았어요. 이혼을 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별로 그 뜻이 없어 보이고 (사실 이런 이야기 엄마 힘들까봐 꺼내본적 없어서 엄마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아빠 학교에서 등록금을 절반쯤 지원해주고 있어서 당장 등록금도 걱정되고... 그냥 마음이 안좋네요
딱 고민 하나가 있기 보다는 그냥 제 인생 자체가 고민이고 한숨이 푹푹 나오는 존재예요.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우울함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격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은 날이면 어쩔바를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건 10년전과 똑같이 혼자 침대에서 우는 것 뿐이에요. 일부러 비대면인데 기숙사를 들어가봤지만.. 혼자 있을때도 문뜩 문뜩 어릴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혼자서도 많이 울었고 일상생활 하다가 그런 생각에 빠져 코 끝이 찡해요..
이제 21살이잖아요. 전 정말 제가 잘 클수 있고 멋진 어른이 되리라 믿어요. 부족한 점은 많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빛나고 있다 느껴요. 그런데 가끔 이 사실이 저를 가로 막는것 같아요 종종 크라우마로 모든게 무기력해지거든요..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걸까요?
ps. 매번 부정적이면서도 무겁고 심오한 글과 이야기를 마주한다는 것은 상당히 지치는 일이실텐데 .. 존경스럽고 감사해요 ^__^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읽으며
그간 마음친구님께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웠을지 그 삶이 그려지는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맞벌이와 5살 터울의 남동생으로 인해 부모님과의 시간이 터무니 없이 적었고 큰이모네 집에 맡겨져야 했던 마음친구님의 외로움이 얼마나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나를 돌보기 위해 노력해준 엄마의 최선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우선 마음친구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부모님의 불화와 사업하던 시기부터 무서워진 아빠가 결코 마음친구님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빠가 엄마와 싸울때마다 항상 마음친구님 때문에 싸운다고 하며 남탓하는것은 미성숙한 부모님이 스스로 감정조절을 못해서 생긴것이지 결단코 마음친구님으로 인한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잘못과 실수를 하고 후회와 반성을 하고 그러면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성장을 하기 마련인데 부모님은 그런 충동이나 감정조절에 실패해서 싸우는 것이지요. 그 다툼에서마저 자녀인 마음친구님을 탓하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부모이자 어른으로서의 태도가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되어 순간의 화를 참거나 조절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험한 욕을 하고, 난폭운전을 하며 위협하고 더 나아가서 칼을 들이밀며 다같이 죽자고까지 하는 아빠를 마음친구님이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건 난폭하고 공격적인 아빠의 질못입니다.
또 한가지 마음친구님이 명심해야 할것은, 누구라도 때리거나 위협할 권리는 없습니다.
맞을만한 짓도 없지요. 부모라고 해도 그런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너 때문에 싸우는거야“, ”맞을짓을 했으니까 때리는거야“ 등의 이유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마땅히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그런 죄책감을 심어주면 더더욱 안되는 것입니다.
사업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내 삶의 힘듦과 고통을 가족들에게 쏟아붓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함께 의논하지요.
부모님이 크게 다툴때마다 혼자 침대에 누워 울었다는 마음친구님의 이야기가 저를 울립니다. 얼마나 외롭고, 슬프고, 힘들었을까요. 밖에서 들리는 부모님의 다툼소리가 얼마나 가슴에 멍이되어 울렸을까요? 자녀의 그 상처된 마음을 자신의 감정에 몰두된 아빠가 일말이라도 알았을까요? 마음친구님의 그 슬픈마음을 누가 돌보아 주었을까요?
혼자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마음친구님을 아주 정성껏 안아주고 싶습니다.
마음친구님도 알다시피 우리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수는 없습니다. 지금 부모님으로부터 오는 부정적인 자극과 이전부터 축척되어 온 고통을 당장 끊어낼수는 없지요. 그러나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할지는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마음친구님의 존귀함은 아빠로부터 듣는 험한 욕설로도 함부로 대하는 태도로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나누어보지 않아 엄마의 생각을 알수 없지만 부모님의 이혼은 부모님이 결정하도록 맡겨주는게 좋을것 같아요. 부모님이 이혼을 하던 지금처럼 한집에 살면서 격하게 싸우는 날이 있던 마음친구님은
1.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2. 아무리 험한 말을 쏟아낼 지라도 마음친구님의 존귀함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 두가지 만큼은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사연에서 마음친구님은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우울함도 컨트롤 하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잘 클 수 있고 멋진 어른이 되리라 믿는다고 하였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것은 말씀하신것처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말기를 바랍니다.
마음친구님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할 힘이 있고 삶의 과정에서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내면의 심리적 자원이 있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는 뜻이지요.
심지어 마음친구님은 그런 자신을 믿어주는 힘까지 있습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부모님의 문제는 부모님에게 맡겨두고, 나에게 오는 영향에서 나 스스로를 보호해주며 ‘나는 아주 멋진 어른이 될거야’, ‘내 인생의 앞날은 얼마나 반짝일까?’ 이러한 생각들로 나의 내면을 채워나가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살아가며 또다시 찾아오는 마음의 어려움에서 이렇게 전문가를 찾거나, 주위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에게 마음친구님 자신의 삶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마음에 응어리가 남지않고, 상처난 마음이 보듬어질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깊은 외루움과 슬픔의 감정을 마주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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