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가 행복할수록 부모님껜 죄송스런 마음

참쌀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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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사정과 삶은 점점 나아지는데
그런 우리들을 뒷바라지 하시느라 부모님은 너무 고생을 하십니다
이제는 저도 결혼을 해서 제 가정이 생기니
마음이야 굴뚝같아도 더 돕기는 힘들구요
최근에 부모님 집을 갔는데 여기저기 제가 두고간 짐과
오랫동안 교체되지 않은 침구류에 진즉 버렸어야 할 쓰레기에
온통 깨끗한 구석은 없고 너무 속상합니다

새로운 집에서 저는 너무 행복하고 편하고 쾌적한데
우리 부모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큼큼하고 너저분해서
벌레가 득실한 곳에서 불편하고 힘들게 지내실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휴가라도 써서 집에가 종량제봉투에 다 담고 버려야할지
저도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방관하고 내버려둔게 아닐지

직장을 다니고 얼마지나지 않을 때까지는 저랑 동생도
분가하기 전이라 부모님과 함께 힘듦도 나누고 살았고
그땐 남들 부럽기는 해도 부모님께 죄송스럽진 않았는데

지금은 나와서 살고 있으니 가끔가다 부모님이 저나 제 동생 집에 방문도 하시는데
그럴때 우리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말하면서도 우리 부모님은 나처럼 살지 못하고 또 고생스러우시겠다 생각이 들며 죄송합니다

당장 마법처럼 집환경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 더 착잡하네요
고생하는 우리 엄마아빠와 죄송스러운 딸
필요한 행동이야 제가 실천해야겠지만 그때까지 불편한 이 마음은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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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보니 평생을 고생하셨고 지금도 고생스럽게 살고 계신 부모님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깊게 느껴집니다.
결혼하기 전에야 회사생활하며 벌은 돈으로 부모님을 돕기도 하고 생활비를 떼어 드리기도 했을테지요. 그런데 지금은 결혼해서 나의 가정이 생겼고 마음은 굴뚝같지만 더 이상 하기가 쉽지 않은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제법 편안하고 괜찮은 집에 살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부모님은 온갖 잡다한 것들이 많고 정리되지 않은 큼큼한 집에 계실것을 생각하니 자녀로써 마음아픈것도 당연한 마음이라고 여겨집니다.
그게 가족의 사랑이고 마음나눔이지요.

마음친구님의 가정은 남들보다 형편은 조금 어려울지라도 가족간의 우애와 끈끈함이 참 돈독하다 생각되네요.
그리고 다행이 마음친구님도 동생분도 가정을 꾸려 쾌적하고 번듯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계신것 같습니다. 행복하기까지 하고요.
그 모습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든든하고 흡족하실까 생각되니 절로 저까지 기분좋아지네요.
부모님의 형편과 가정을 보며 때로는 불편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친구님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됩니다.
심지어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고 자녀가 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분가하고 사는 현재로써 부모님 곳곳의 형편을 살뜰히 챙기기란 어렵지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자녀들이 부모님의 모든 형편을 책임질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의 불편감과 죄송함으로 인해 부모님의 형편을 모두 끌어와 내 삶을 흔들게 할 수는 없는것입니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부모님과 나는 다른 개체입니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삶이 있고, 마음친구님은 마음친구님의 삶이 있는 것이지요.
부모님의 형편으로 인한 죄책감, 죄송스러운 마음은 가족에 대한 돌봄의 차원에서 정리가 되어야지 그 선을 넘어가 내 삶을 쥐고 흔들게 해서는 안됩니다.

마음친구님에게 두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선은 부모님의 지난했던 고생의 삶에 대한 공감을 해주세요.
“엄마 왜 이러고 살아! 여기 쓰레기 이게 다 뭐야? 정리해야지! 이게 왜 아직까지 여기있어?” 등의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 우리 엄마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살았다” 하면서 갈때마다 정리해주세요. 치워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는겁니다.
만날때마다 자꾸 한소리 거들게 되면 부모님은 당신들의 삶에 대해 공감받지 못한다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낄겁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짧게, 자주 찾아 뵙고, 전화통화 하세요.
“엄마 오늘 날씨 추워. 몸 컨디션 괜찮아요?”
“아빠 뭣좀 드셨어요?” 등과 같이 짧게 자주 대화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얘기가 길게 대화하시는것도 좋지만 가족간의 대화에도 배움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숙련됨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길게 얘기하다보면 자꾸 마음상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당분간은 연결되어 있는 마음이 끊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짧게, 자주 연락하시고, 부모님 댁에 가서는 말씀하신것과 같이 종량제 봉투에 이것저것 넣어 버릴건 버려주세요.
부모님 연세쯤되면 마음은 있어도 몸이 고단해 정리하고 치우기도 힘듭니다.
그러면 마음친구님의 불편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다소 해소될거예요.
내가 할수 있는 것과 할수 없는 것을 잘 분별하셔서 할수 있는 부분내에서 할수 있는 만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형편이라는게 하루아침에 나아지거나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지요.
부모님의 삶과 나의 삶에 대한 정서적 분리를 해주시고, 내가 할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할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인해 마음의 어려움을 경험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