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첫눈이 와서 다 같이 눈싸움을 했다
우리 학교는 초중고 통합에 학생 수도 별로 없어서 1-12학년까지 다 알고 지낸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12학년도 다 떠나가는데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한 학년씩 떠나갈 수록 더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내 바로 윗 학년까지 떠나보내면 나의 마음이 어떨까?
내가 졸업하면 결국 내 곁엔 내 학년도 없이 홀로 대학 생활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어떻게 살까
그 사람들이 전부 떠나가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슬퍼진다
벌써 학교 4년차인데 정이 많이 붙었다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떠나 홀로 간다는 게 너무 두렵다
점점 우리들의 추억도 잊혀져 갈 것이고
나도 점점 잊혀서 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밀려온다
대학은 사실 별로 중요치 않다
다만 더 이상 소중한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는게 마음 아프다
계속 끄적거려도 불안하다
한 3년만 지나도 빈자리가 클 것 같다
학교는 여전히 시끄러울 것이고 수업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달라진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졸업하고 나면 뭔가 환상의 동물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졸업하면 다들 연락이 끊어진다고들 한다
내가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추억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서 떠나갔다
전학 가기도 하고, 내가 전학 가기도 하고, 쌤들도 그만두시고
지금 나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내가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사실 나는 별로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 걸까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니
하지만 결국 사진도 없어진다
찢어지든, 데이터가 날아가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없어진다
모르겠다
아무도 조선 시대의 노비 1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의 추억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조선 시대의 세종은 안다
그의 추억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세상이 너무 어렵다
누군가가, 인생의 선배가, 이런 일을 겪어본 사람이 나에게 답을 줬으면 좋겠다
아니, 답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럴듯한 오답이라도 좋다
그냥 누군가 나에게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궤변을 적은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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