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동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혼전임신으로 나를 낳았지만, 어린 시절엔 가족 여행도 자주 다니며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내가 자라면서 부모님의 싸움이 점점 심해졌고, 서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혔다.
부모님 사이가 완전히 멀어지면서, 나와 엄마는 친가와 연을 끊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아빠가 집을 나갔고, 가끔 주말마다 밖에서 잠깐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매번 헤어질 때마다 너무 슬펐다.
시간이 지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기대와 달리 가족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
어느 날부터 아빠가 내 몰카를 찍었다. 이유를 몰랐고, 엄마한테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아빠 폰에 무음카메라 앱이 깔려 있는 걸 보고 확신이 들었고, 그때부터 아빠가 너무 역겨웠다. 꿈에서 아빠한테 강간당하는 꿈도 꿨다.
그 일로 피해의식이 생겨 주변에서 나를 몰카 찍는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우울증 등 정신병이 심해졌지만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외동이라 형제도 없고, 친가와 외가 모두 끊긴 상태였다.
결국 엄마에게 힘들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너만 힘드냐”며 화를 냈고, 나는 자해까지 했다. 그래도 엄마는 “그런 걸 왜 하냐”는 말뿐이었다.
중학생이 되자 아빠는 다시 집을 나갔고,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 후로 엄마는 나를 거의 방치했다.
주말엔 엄마 아빠랑 같이 밥을 먹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아빠가 집에 오면 엄마는 남자친구와 통화하느라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는 아빠가 들을까봐 그 상황이 너무 불안했다. 더 이상 엄마는 방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결국 아빠랑 단둘이 밥을 먹으러 가면 항상 불편했고, 그때도 몰카를 찍히는 일이 있었다.
어느날 밥먹고 나서 아빠가 반찬을 사주겠다며 마트에 데려갔는데, 계산대 직원에게 날 보여주며 눈짓을 주는 걸 보고 그 여자가 아빠의 여자친구라는 걸 알았다. 그때 너무 기분이 나빴고, 이후 아빠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돈 문제를 생각해서 눈치껏 학원을 끊고 독학을 택했다.
대인기피랑 우울증이 심해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와 공부만 했다.
공부만이 나를 인정받게 해준다는 생각 때문에 버텼다.
하지만 엄마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며 늘 화를 냈고, 나는 공부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독서실로 피했다.
밤늦게 끝나도 엄마는 “술 마셔서 못 나간다”며 데리러 오지 않았다.
엄마는 알코올중독이었고, 집에 오면 항상 김치찌개에 소주만 마셨다.
내 저녁도 고등학교 3년 내내 매일 김치찌개였다.
그렇게 3년을 버텨 인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고3 말에는 집이 싫어 거의 매일 남자친구를 만나며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엄마는 이제 내가 꾸미는 것, 남자친구 만나는 것까지 간섭하고 면박을 줬다.
대학생이 된 뒤,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시작했다. 등록금은 학자금대출로 해결했다.
그러다 학과 특성상 밤샘 작업이 많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휴학을 했다.
우리 학과는 경험이 중요해서 교수님들이 해외여행을 항상 추천했고 동기들은 여행을 다녔다.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워서 알바를 다녔는데, 엄마는 내가 알바를 한다니 생활비를 끊었다. 결국 여행 갈 돈을 모을 수 없었다.
남친은 군대에 갔고, 자취방이랑 알바하는곳만 왔다갔다하는 인생이 너무 외로워서 햄스터를 키우게되었다.
입양 초기 비용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해 엄마에게 2만원만 달라 하자 또 잔소리를 들었다.
그동안의 억울함과 서러움이 폭발해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
난 엄마처럼 혼전임신하고 불행한 삶 살기 싫다,
성공하고 싶으니까 앞길 막지말라고.
그 일로 나는 엄마와 완전히 연을 끊었다.
어느날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서울에서 3시간을 혼자 내려가 11년 만에 친가를 다시 만났다.
엄마는 없었다.
그날 밤, 장례식장에서 아빠랑 단둘이 술을 마셨다.
몇년만에 본 아빠 얼굴은 너무 늙어있었고, 엄마 아빠가 미우면서도 불쌍해서 계속 울었다.
시간이 흘러 엄마에게 처음으로 사과 연락이 왔는데 어떡할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복복님, 어서오세요.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주어서 고맙습니다. 복복님이 얼마나 버텨내며 살아왔는지를 헤아리며 글을 읽었습니다. 상처투성이의 환경 속에서도 대학에 합격하고, 자립하며 살아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합니다. 그건 복복님 안에 강한 생명력과 책임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거예요.
지금 엄마에게서 온 연락은 아마 단순한 사과 이상의 의미로 느껴지는 것 같네요. 아마도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와서 왜?”라는 분노, “그래도 가족이니까 받아줘야 하나?”라는 책임감, 그리고 “그래도 엄마니까…”하는 그리움, 상처를 준 것에 대한 미안함.. 동시에 섞여 있을지도 몰라요. 복복님 마음속엔 여전히 엄마를 향한 미움과 연민,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혹시 엄마가 어떤 말로 사과를 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그 내용이 복복님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왔는지, 그 마음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니까요.
지금 당장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려놓아도 돼요. 다시 연락을 하든, 거리를 두든 복복님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해도 괜찮아요. 혹시 다시 연락을 하게 되어 또 상처를 받게 되더라도, 그건 복복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가족으로서, 자식 된 도리로서 복복님에게 무리한 부탁이나 요구를 해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거절하는 것,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다시 연락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복복님의 마음속 미해결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용기 있는 과정일 뿐이니까요.
복복님은 이미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에요. 그런 자신을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겨주세요.
지금은 “엄마의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보다,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고 어떤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지”를 천천히 들여다볼 때입니다.
복잡한 마음 속 풀어놓을 곳이 필요하다면, 또 찾아와주세요.
복복님을 늘 응원하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