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1 여학생입니다.저는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와 같은 학교고 같은 국어학원(같은 반)에 다닙니다.2달 전, 마침 중간고사 준비 기간이었는데 학원 반 학생이 8명이라 4명씩 팀을 짜서 중간고사 평균 점수를 합산하고, 진 팀은 과자를 사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국어 100점, 영어 97점, 수학 64점이 나왔습니다. 점수를 그 아이에게 알려주고 승패를 확인했는데, 저희 팀이 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저에게 “너 때문에 졌잖아”라며 장난처럼 말하고, “나한테 미안해야지”라고까지 했습니다. 그 아이는 세 과목 다 100점을 받아 우리 학년의 유일한 올백이자 전교 1등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냥 무표정으로 넘겼지만, 마음속으로는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 일요일, 국어학원 문법 수업 시간에 수업마다 보는 10분 테스트가 있었는데, 난이도가 꽤 어려웠습니다. 저는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갈 때 단어 하나를 쓰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갑자기 종이를 훅 가져가 버렸습니다. 저는 겨우 “이거만 쓰게 해줘”라고 부탁했고, 그 아이는 5초 안에 쓰라고 종이를 다시 주었습니다. 급하게 쓰다 보니 결국 단어를 잘못 쓰고 말았습니다.그런데 그 아이는 제 글을 채점하며 계속 장난스럽게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다시 수학 점수 얘기까지 꺼내면서 웃었습니다. 감정이 터져서 저는 결국 울었습니다. 그런데 더 상처였던 것은, 그 아이가 제가 우는 모습을 보고 “못생겼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그 이후로 학교에서 복도에서 한 번 마주쳤는데, 그 아이가 웃으며 다가왔고 저도 웃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웃으면서 뭔가를 물어보았지만, 그 이후로는 아직 학교나 다른 곳에서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지고 괴로워지는데 더 문제인 것 같은 것은 제가 아직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고 헷갈리는데 이런 고민까지 생겨서 더 괴롭습니다.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어서오세요 수인 님, 마음 속 고민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을지 느껴졌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 받으면 더 아프고 혼란스럽죠. “좋아하는 마음”과 “상처받은 마음”이 동시에 있다 보니 스스로도 감정을 정리하기 어려운 건 당연합니다.
그 아이가 장난이라고 했을지라도, 수인 님의 마음에 상처가 남았다면 그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에요.
특히 울고 있는 상황에서 “못생겼다”라는 말까지 한 건 장난의 선을 넘은 행동이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나를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거든요.
지금 수인 님의 마음이 답답한 이유는, “잘해주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과 “그 아이가 나에게 한 행동은 기분 나빴다”는 감정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에요. 이 두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도 어떨 땐 좋고, 또 어떨 땐 밉고.. 같은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요. 좋아하든가, 아니면 미워하든가 어느 한 쪽 마음만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수인 님에게 당장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금 마음이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지금 수인 님에게 필요한 건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보다, "내 마음을 먼저 돌보는 것"이에요. 잠시 거리를 두고 마음을 정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 아이가 다시 장난을 친다면, 짧게라도 '선'을 알려주는 표현을 연습해보면 좋아요. 최대한 담담한 표정과 말투로요.
예를 들면,
- 야, 근데 그 말은 나는 좀 상처야. / (혹시 '왜 그런걸로 상처받냐'고 하면) 내가 상처라면 상처인 거야. 내 마음이 그러니까. 너가 모르는 거 같아서 알려주는거야.
- 장난인 건 알겠는데 난 안 웃겨. 듣는 사람도 재밌어야 장난인거랬어.
이렇게 말하는 건 관계를 끊겠다는 게 아니라, 나를 존중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그리고 수인 님이 아직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는 마음, 당연해요. 감정은 스위치처럼 “끄고 켜는” 게 아니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더 분명해질 거예요.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꼭 기억했으면 해요. "좋아하는 마음과 나를 존중받아야 할 권리는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을요. 좋아한다고 해서 끝도 없이 받아줘야 하고, 괜찮은 척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인 님에게도 사람 사이 관계에도 건강하지 못해요.
그리고 우리 수인 님은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하며,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장난이라면서 상처를 줘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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