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요즘 너무 힘드네요

방글핑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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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정도 독박육아하며 공부하고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잠 잘 시간,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 쪼개가며 그렇게 공부해서 겨우겨우 합격했는데
발령을 1년여기간이나 기다려서 이제야 발령이 난 새내기예요.

나이있는 신규라, 또 경력이 단절된지 5년이 좀 넘어 사회생활에 대해 감각이 좀 떨어져 있기도 하고
워낙에 예민하고 혼자있기를 즐기는 성격이었기에 적응이 너무 어렵네요.
새로 발령을 받은곳은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20살가까이) 분들이 주로 계시고, 제 사수분도 저와는 10살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처음에 맡은 업무가 돈과 관련된 업무여서 고객에게 오지급 되면 감사에서 걸리거나, 내가 물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겁먹은 저는 3일만에 병이 났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라고 생각해서 인지,
아니면 저의 기질인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스트레스성 급성 장염과 역류성 후두염이 생겼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갑자기 과호흡이 와서 너무 괴로웠던 적도 있습니다. 단 3일만에 사람이 이럴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정말 꾀병이 아니라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가장 높은 상사분께 저는 이 일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면직의 의사를 말씀 드렸는데, 상사분이 병가를 내고 몇일 쉬면서 좀더 생각해 보라고 회유하셔서 병가를 5일정도 쓴 이후 복귀하여 지금은 다른 파트로 보내주신 상황입니다. 다른파트라고 제가 무언가를 잘하고 있진 않습니다. 1달도 안된 새내기가 뭘 얼마나 잘하겠어요, 최선만을 다할 뿐이지. 발령 받은 국은 너무 너무 바쁘고 손님들의 질이 좋은 편 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선배들은 해탈했는지 고객에게 불친절하고 싸우기 바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제 마음에 문제겠지요?
저는 서비스업을 오래 해왔고, 우선은 친절해야 불만이 생길것도 어느정도 잠잠해 진다고 생각하는 타입인데
선배들은 나이드신 어르신들과 싸우기 바쁩니다. 정신적으로 그걸 보면서 이게 맞나, 너무 괴롭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몇 일전 부터 열이 나고 내리기를 반복했는데 집에있는 해열제를 먹이며 계속 출근을 했었고, 병원은 퇴근 이후에 문이 닫아서 가지 못하고 주말에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일이 터진거죠. 목이 잠겨서 목소리도 잘 안나오는 아이를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편도 오늘 중요한 일정이 많았어서, 상사분께 전화를 드려야만 했어요. 초등학생 고학년이지만 아이를 집에 혼자두고 나갈수는 없으니까요. 신규 직원이라 연가가 없어서, 가족돌봄휴가를 써도 되겠냐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도 요 몇일 기침이 계속 나고 너무 괴로웠지만 또 병가를 사용하거나 하는 것이 눈치가 보여 꾸역꾸역 출근을 해 왔어요.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니 급성 기관지염이고, 숨소리가 좋지 않아 폐렴이 될 지 모르니 푹 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제가 거짓말을 한 상황도 아닌데, 하필이면 바쁠 금요일에, 한분이 교육을 가셔서 사람도 부족한 상황인데 이렇게 만들어 지지 않아도 될 상황이 만들어져서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없어지지 않아요. 아이를 두고 출근했으면 괜찮았을까? 라고 스스로가 생각해보면 물론 그건 아닌데, 자꾸만 생각이나고 다른사람들이 날 뭐라고 평가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듭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는 공무원만 되면 안정적이게 잘 살아가겠지 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순탄치가 않으니 포기해버리고 싶고
주변에서는 면직하긴 아깝다고 육아휴직을 하라고 하는데 , 사수는 육아휴직은 적응 된 후에 쓰는게 맞다고 눈치를 주고
저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회사를 가야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또 제 자신에게도 너무 실망했습니다
도데체 뭘 버텨낼 수 있는 인간이었을까? 아무것도 견딜 수 없는걸까? 그렇게 나약한걸까?
무언가 맞지 않으면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일을 찾았던 저는 잘못된 인생을 살아왔던 걸까요?
너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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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방글핑 님.
독박육아와 공부를 버텨 합격까지 온 과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고 동시에 힘이 얼마나 들었을지 헤아려보게 됩니다.
새 직장 첫 달, 긴장도 높은 업무, 낯선 동료, 고객 응대가 한꺼번에 겹치면 예민한 기질이 아니어도 몸이 먼저 아파집니다.
이건 “적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많이 버티다 한꺼번에 몸이 멈춘 거예요. 독박육아하면서 공부까지 해서 합격했다는 건 이미 엄청난 체력·집중력·책임감을 증명한 거고요.
지금 힘든 건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 적응 스트레스에 육아까지 한 번에 밀려온 “과부하 상태”라 그런 겁니다.
방글핑 님 자신과 아이를 돌보기 위해 병가와 가족돌봄휴가를 쓰는 것도 정당한 사용입니다.
죄책감은 사실(자리를 비운 것)과 해석(“내가 문제”)이 뒤섞인 생각일 수 있어요; 여기서 사실만 분리해서 보세요.

아이 아플 때 쉬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공무원이어도 부모잖아요.
그걸로 죄책감 느끼는 건 “나는 폐 끼치면 안 된다”, "버텨야 한다"는 오래된 기준 때문이지, 방글핑 님이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병가 쓰고 파트를 조정해준 상사의 반응을 보면, 조직에서도 “지금은 조절할 때”라고 본 거예요.

지금 시점에서는 “이 일을 버틸 수 있냐/없냐”로 보는 대신,
1) 몸부터 안정시키기(병가·연가·주말엔 진짜 쉬기)
2) 업무 대응 매뉴얼 구상하기(고객 응대는 스크립트-첫 문장, 사과 문장, 마무리-를 만들어 암기해 두기), 팀의 불친절은 ‘내가 바꿔야 할 과제’가 아니라 ‘환경 정보’로만 취급하기)
3) 육아휴직도 “도망”이 아니라 “재정비”로 보기
이렇게 단계적으로 보시는 게 도움이 되실 거예요.

육아휴직은 “적응 후에 쓰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나와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이에요.
병가/연차/육휴 중 무엇이 지금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의료 소견과 함께 인사창구에 상담해 보세요.
무엇보다, 여기까지 온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방글핑 님은 이미 버텨내고 해낸 사람입니다.
속도를 줄여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살아내는 힘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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