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늦은 사춘기가 온 것 같습니다

싹난감자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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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마를 혼자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예전에 이혼하시고 엄마 혼자서 힘겹게 두 자매를 키워 내신 훌륭하고 멋있는 분이십니다. 언니는 20살부터 기숙사와 일로 떨여져 산지 꽤 되었고, 저는 집에서 엄마와 늘 같이 살았죠. 착한 딸로 가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사춘기도 없이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나이 30이 되니 이제서야 제 자아가 단단해지는지 엄마와 하나 둘 부딛히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하는 잔소리만큼 저도 엄마에게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 잔소리도 하고요.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어 불평하면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한다고 하십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엄마아 저의 불찰로 만들어 놓은 음식을 전부 버리게 되었는데 저한테 치우라고 하셨어요. 저야 설거지 겸 같이 치운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아진 일에 조금 현타가 왔습니다. 같이 잘못한건데 저 혼자 치우는게 뭔가 억울하더라고요. 엄마가 며칠 전 허리를 삐끗하셔서 물론 몸이 성치 않으셔서 엄마가 하시라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조금 억울했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속상했거든요. 저도 일하고 돌아와서 지쳐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엄마는 간단한 일 가지고 그러나, 그렇게 하기 싫었으면 하지 말아라. 허리가 안좋아서 잠깐 앉아있었는데 난리라며 자기가 밥이며 청소며 너보다 많이 하는데, 그럴꺼면 나가서 고생해봐라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엄마의 속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엄마는 상처를 받으시는걸까 생각이 듭니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당근으로 중고거래에 한참 재미들리셨는데 매 번 이건 어떻냐, 저건 어떻냐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한두번이야 봐드릴 수 있지만 매일 같이 혹은 한번에 수십개를 물어보십니다. 저는 대답하기 힘들어서 점점 설렁설렁 대응했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공부를 좀 하시겠다며 스탠드를 구입하셨는데 마음에 안들어 하시더라고요. 이에 저는 이렇게 생긴것 보다 저렇게 생긴게 더 나은 것 같더라, 엄마가 이걸 구입 하신다길래 마음에 드시는 줄 알았다고 말하니 너는 딸이되서 엄마가 공부하는데 이런것도 안사주냐고 말하셨습니다. 순간 벙해지면 마음속이 박박 긁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장난으로 하신 말씀일 수 있지만 저는 상처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불효녀에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었나 싶더라고요. 내심 엄마에게 인정받는 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계속 엄마의 말에 상처받고, 저도 상처를 주며 같이 사는게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와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 같아 귀가 시간을 좀 늦춰볼까 싶습니다. 아니면 정말로 독립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긴 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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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싹난감자님.
진솔하고, 또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고 고민되는 문제를 지금 이렇게 나누어주고 가셨군요.
적어주신 글을 읽어보며 '늦은 사춘기'라는 말이 참 와닿더라고요.
누구나 겪어야 하는 시기이지만, 사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내보내야하는지 함께 얘기를 나누어보거나, 조언을 받아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참고해보거나 하지 않으면 혼자서 짊어지기가 벅찰 수도 있는 시기가 사춘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싹난감자님께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마음으로 여기에 이렇게 물어보고 나누어주신 것이 참 반가우면서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보면서, 싹난감자님이 엄마도 가족들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랑 있었던 일들 속에서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도 느끼셨던 것처럼 보여졌어요.
아마도, 지금 그 두 가지 마음을 함께 갖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싹난감자님은 엄마를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 뿐만 아니라, 속상하고 불편했던 마음도 꺼내놓을 수 있으신가요?
그런 마음들을 꺼내놓으면, 내가 엄마로부터 어떤 말을 듣거나 나에게 어떤 태도나 행동을 보이실 것 같나요?

엄마의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고, 또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엄마가 상처를 입는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엄마와의 일에서 불편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기엔 더욱 어려운 지점이 있으실 것도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말씀하신 거리두기, 독립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두기 뿐만이 아니라, 나도 엄마도 서로에게서 심리적인 독립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사춘기를 지난 후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엄마를 모시고 살고자 했던 것처럼,
새로운 독립과 나의 단단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홀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싹난감자님의 어려움을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도움을 받아보세요.
전문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에선 제가 게시글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실시간으로 싹난감자님과 함께하며 엄마와의 일을 옆에서 함께 바라보고 힘을 북돋아주는 전문가가 있다면 나의 자아를 지키고 상처가 되는 상황에서 나를 돌볼 수 있는 힘도 키워가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타가 오는 상황에서 억울했던 마음이 있고, 나의 마음이나 상황을 알아주지 않은 엄마의 말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엄마의 말은 나에게 들어맞지 않은 말이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간단한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아픈 엄마를 더 고생시키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니었고,
엄마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던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또, "엄마 공부도 안 도와주는 딸"도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말하는 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 혹은 지금 내 감정과 생각이 잘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지난 그 시간에선 엄마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감정, 생각을 알아봐주진 못했지만(그리고 사실 이는 너무나 슬픈 일이긴 하지요..), 먼저 내가 나의 모습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해주고 살펴봐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렇게 고민을 하신다는 것은 엄마와의 관계를 잘 하고 싶다는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나를 위해서 고민하고, 또 관계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고민을 해결해갈 수 있는 힘이 분명 있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필요한 도움을 받아가시면서,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결과들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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