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혼자 있으면 공허해지면서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와 저는 미래를 지속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추억들이 머릿 속에서 지나갈 때 마다 현재의 저의 생활들에서 공허함을 더욱 느껴요. 저는 가족이 좋아요. 근데 미안하지만 제가 의지할 수는 없더라구요.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간혹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더 심해지고요.
몇 년 째.. 아니 평생을 이러고 살고 있는데 제게 문제가 있는 건지, 사람은 원래 이러고 사는 건지 궁금하네요ㅠ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 내 마음상태를 오래 느껴오시면서,
나만 이런 것인지,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오셨던 것 같습니다.
짧은 글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함께할 수 없는 이곳에서는,
작성자님의 상황과 감정을 모두 알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혼자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보시는게 아니라 함께 생각해보고 나를 잘 받아들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니,
1년 쯤 전에 나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를 잃게 되는 일을 겪으셨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크고 힘든 상실의 경험일텐데,
작성자님께서는 이 상처를 겪고 충분히 자신을 위로하고 도닥여주는 시간이 있었을지도 궁금합니다.
때때로 눈앞의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취약한 모습이거나 무너진 상태를 계속 가져선 안된다고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1년이나 잘 지내보낸 것도 분명 작성자님의 힘이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일로 이만큼이나 상처를 받았구나, 나는 너무 아팠구나" 하면서 내가 나를 보호해주고 돌보아주는 시간도 분명 필요한 것 같아요.
글을 읽어보니, 지금은 사람들과 있을 때 혹은 혼자 있을 때에 외로움과 공허감을 극심하게 느끼고 꽤 오랜 시간을 이렇게 지내오셨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가족이나 혹은 나에게 친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이기에 느껴지는 공허감이나 외로움도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에게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거나 의지하기 어려워하는 성향이 있을 수도 있고,
원래는 나를 채워주던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무엇으로 다시 채울지 몰라 빈 공간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정말로 사람이라는 존재이기에 나와 다른 타인으로부터 진정으로 이해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존재적인 외로움을 겪기도 하지요.
작성자님의 공허함 속에서는 어떤 생각들이나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 같으신가요?
사람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허함 속에 빠져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 공허함을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채우기도 합니다(술이나 약물을 계속 찾게 되고 없으면 견디기 어려움, 배가 고픈 것이 아닌데도 계속해서 먹게 됨, 쇼핑을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하거나 무리한 일들을 벌임 등).
또 누군가는 그보다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채우기도 하지요(따뜻하고 건전한 관계를 맺음, 활력을 주는 취미 활동에 몰입,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하고 실천).
그래서 공허함과 외로움 자체가 문제가 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채워가는지가 더 중요한 부분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만약에 작성자님께서 지금 말씀해주고 계시는 공허감이나 외로움을, 내 일상에 어려움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을 하고 계시다면 꼭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혹은 채우는 방식 자체를 일상에서 찾을 수가 없어 혼란하고 답답한 상황이셔도 심리상담을 통하여 도움을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나눠보세요. 때때로 우리는 내 속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전에는 간과했던 지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작성자님의 외로움과 공허가 어떤 감정인지 판단해서 얘기하지 않으셔도 되니,
공허한 순간 안에서 내가 느낀 경험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채우면 또 곧 공허해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작성자님의 경험도, 사실은 작성자님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과정 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과정들을 통해 작성자님 스스로가 더 나를 편안하게 받아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