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장기간 우울, 대인 관계

안미안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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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심각하진 않지만 작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또 우울이 시작됐습니다. 몇년 전부터 우울이 한두번도 아니지만 항상 힘드네요. 언제나 우울의 이유들은 엄청 뚜렷하진 않아도 다양하고 복잡해요. 암튼 우울, 온갖 생각, 귀찮음, 흥미 없음, 피로 등의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데, 가족이 저보고 "집에서 왜이렇게 표정 관리를 못하냐, 너만 힘든게 아니다, 즐겁게 해라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을 했어요. 저도 제가 집에서 말이 없고(원래도 많은 편은 아님) 우울한 표정인걸 알지만, 저는 집에서라도 다 내려놓고 있고 싶고 우울이 언젠간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저도 기다리고 있다고요. 제가 누군가한테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혼자 우울해하고있을 뿐인데. 가족은 이런 저를 보기 싫고, 불편하고, 미성숙하다고 생각해서 저런것 같아요. 저는 요즘 같아서는 아무하고도 마주치기 싫고 말하기도 싫은 상태인데... 가족이면 이해는 못하더라도 냅둘수도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오히려 가족이 저한테 기분 나쁜 티를 내요. 가족이 그동안에 제가 우울해하는걸 한두번 본것도 아닐텐데... 가족으로서 제가 정말 걱정된다면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않나요? 정말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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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미안 님, 안녕하세요.

글을 읽으면서 안미안 님의 깊은 고민과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반복되는 우울을 감당하기에도 무척 힘드셨을텐데, 그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안미안 님에게는 더 상처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힘들 때일수록 서로 보듬어주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야 할 가족 안에서조차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건 정말 힘든 경험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우울감을 미성숙하다고 판단한다거나, 스스로 견뎌내고자 하는 노력조차 알아주지 않는다면 더 큰 외로움과 상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만히 있기에도 벅찬데 어떻게 표정관리를 하며 그것도 모자라 즐겁게 보일 수가 있겠어요. 충분히 답답하고, 부당하다고 느끼고, 화가 날 만한 상황이고 그 마음도 이해됩니다.
안미안 님의 가족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많은 가정들이 긍정적인 감정은 기꺼이 나누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에는 너무나도 서툴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금 젊은 층의 부모 세대는 사회의 고속성장 속에서 자라며 기쁨과 성취를 나누는 것에 익숙하고 그에 반대되는 무력감, 슬픔 등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스스로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니, 가까운 타인인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괴로움에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게 된 것이죠.
힘든 상황에서도 안미안 님께서 이렇게 고민을 남겨 주셨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공감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느껴져 참 다행스럽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안미안 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행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를 모르기 때문이지 안미안 님이 느끼는 감정이 부적절해서, 안미안 님이 미성숙해서가 아닙니다. 우울의 ‘증상’과 ‘자기 자신’을 구분하셔야 합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이 나오는 건 증상일 뿐이지 사람이 조절하지 못해서는 아닌 것처럼요.

힘드시겠지만 가족에게 안미안 님의 상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요즘 지쳐 있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게 힘든 것도 알겠지만 스스로를 회복하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세요. 직접 대화로 하기 어렵다면 짧은 편지나 문자로도 괜찮습니다.
집 안에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확보해서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가족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양해와 협조를 구해보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장기간 우울이 반복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집중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면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예요.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문의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울감을 스스로 감당하며 가족 안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려는 마음과 노력은 분명 중요하며, 안미안 님은 이미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힘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겠습니다. 필요할 때 또 마음톡을 찾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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