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무너무 좋고 사랑하고 엄마에게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가끔씩 엄마에게 진정한 공감을 받고 싶은 건 제 욕심인가.. 하고 서운하기도 속상하기도 합니다. 제가 가끔 정말로 힘들거나 속상할 때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의 대답이 판단 혹은 비난으로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목에 담이 와서 너무 아팠다 이야기를 하니 제가 잠잘 때 자세가 삐뚤어서 그렇다며 그걸 자면서 왜 모르냐고 하더라구요. 그러곤 베게를 좋은 걸 사거나 잠잘 때 좀 제대로 자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지 "많이 아팠냐 오늘 일할 때 힘들었겠다." 정도의 대답을 바랬던 건데.. 이를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는 애한테 말하듯이 "많이 아팠겠네"라고 오바하면서 말하면서 결국에는 "병원 가야겠다. 아까 병원가라고 했잖아. 왜 안갔어?" 이렇게 말이 끝났습니다. 전화를 끝고 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저 많이 아팠는 지 물어봐주기를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일까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여전히 상처를 받네요.
그리고 가끔은 저보다도 제 상황을 걱정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산에 다녀와서 신발이 좀 불편해서 발가락이 아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통화를 하니 발가락 아프다고 해서 걱정되어 잠을 못잤고 한치수를 크게 샀어야되나 아빠와 실랑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힘들거나 아플 때 엄마에게 말을 못하는 이유가 또 생겨버렸습니다. 걱정이 감사하지만 항상 제가 해결할 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빠르게 해결해주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시니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짜 제가 힘들 때 오히려 말을 할 수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을 얘기해도 바뀌시는게 없으니 저는 저 나름대로 속상하고 답답하고 가끔 숨이 턱 막히는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제가 유난이고 예민하고 잘 삐진다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다시 한 번 상처가 되네요. 이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meer님, 안녕하세요.
meer님의 글을 보니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진지하게 고민해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meer님께서 "엄마의 과도하게 걱정을 하거나 빨리 해결해주길 원하는 성향때문에, 의지하고 싶은 엄마에게 오히려 힘든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이 굉장히 통찰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너가 많이 아팠구나. 많이 힘들었겠네."하는 수용과 위로의 말이 우리나라 부모님에게는 왜 그렇게 힘든 걸까요.
상대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 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보면 조금은 거리를 둘 수 있는데요.
meer님의 어머니는 딸이 아프거나 힘들 때 걱정이 되는 감정을 처리하시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처리하지 못하는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이 감정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고 회피하게 되지요. 아마도 meer님의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학습하시지 못했을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해지기도 하는데요. meer님께는 엄마의 반응을 바꿀 수 없지만, 스스로의 행동과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우선, meer님이 엄마에게 원하는 바를 지금처럼 그때 그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바뀐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meer님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 엄마의 과도한 걱정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처가 엄마 나름의 meer님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바꿔 생각해보는 거예요. '엄마는 저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는구나.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나는 엄마의 사랑을 느껴. 내가 말한대로 엄마가 공감해주지 않는 건 엄마가 그 방식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야.'라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내가 원하는 위로의 말을 건네 주세요.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서로 상처 입히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인 것 같아요.
엄마와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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