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정신 건강 유형으로써 글을 작성중인 30대 후반의 청년입니다.
전 서울 토박이지만 장기간 고립 은둔 청년이며 20년 넘게 심한 우울증과 낮은
자존감 등으로 매일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든 한 사람입니다.
청소년 시절 집단 따돌림과 일진들의 학교폭력 등으로 하루가 지옥 같았던 남중, 남고 시절의
6년을 보냈으나 그 때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심리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었다보니 제때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었네요.
그러다보니 3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하루 사는 것조차 너무 힘들 정도로
우울하네요. 비록 마음건강지원사업이나 전국민 마음 투자사업 등을 참여했으나
날이 갈 수록 우울증 등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살이나 자해 등만 아직 안 했을 뿐이지 매일 우울감 척도가 엄청 위험 수준이네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늘 우울하며 그러다보니 자존감은 계속 떨어져서 바닥 수준이네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gloomy님, 어서오세요.
올려주신 이 글과 그 다음에 작성해주신 대인관계 글을 같이 읽어보았습니다.
어떻게 답변글을 드릴까하다가,
이야기해주신 주제에 맞추어 함께 이야기해봄이 좋을 것 같아요.
글에 적어주신 것처럼,
대인관계를 포함해서 일상의 고민들이 완전히 동떨어진 어려움이나 아픔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래 이 상태를 지속해오셨다고 말씀해주신만큼,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내 상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이해하고자 정리한 것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의 고립감, 고통스러운 우울감과 나 자신과 삶에 대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나에게 남아 있을 따돌림, 폭력 그리고 그후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온 기억.
어쩌면 무언가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힘든 과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매우 깊고 또 지긋지긋할만큼 길고 긴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을 이고 지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계신 몇몇 분들과 함께 해보니,
그 우울증이라는 게 점차점차 나아지기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떨 때는 조금 더 수월하게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고, 어제보단 그래도 오늘에 조금 더 만족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가도,
어떨 때는 또 죽고 싶은 마음이 몰려오거나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게 되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gloomy님의 24시간 365일의 우울도 항상 동일한 우울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더 위태로워지는 순간도 있었을 테고,
지금처럼 온라인 글로 내 마음 상태를 써내려갈 정도로 우울한 순간도 있었을 테지요.
저는 그래서 gloomy님이 또 다른 날의 우울함을 갖고 여기에 꼭 한 번 더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의 상태는 어떤지,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금은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오늘은 어떠한 어려움을 마주하셨는지, 혹시 내가 무언가 노력한게 있다면 어떤 게 도움이 되었는지, 필요할 것 같은 도움이나 변화로 떠오르는 게 있다면 어떤게 있는지.
어쩌면 그 하루 안에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에는 꼭 "나는 이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나를 알아주고 받아들여주세요.
지난 오랜 시간, 그리고 현재 나는 우울증의 하루를 산 것이지 '나'가 우울증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약물 치료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아직 병원에 방문해보시기 전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아가시며 오늘의 하루를 보내시기를 꼭 권해드립니다.
제가 위에 적은 모든 말들이 다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나의 상황에 가장 맞는 도움을 찾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모든 과정들의 끝에선 gloomy님 스스로가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