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점점 지쳐만가요

휴우우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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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는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의 글을
읽고 상담해주신다니 넘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29살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합니다.
워낙 겁이많고 걱정이 많고 생각이 예민해서 몸컨디션도 항상 좋지 못하고 매사에 지쳐있습니다.
건강을 챙겨본다고 운동도 해왔지만 매년마다 크게 아파서 다시 쉽게 허약해집니다.
어디를 당일치기로 짧게라도 놀러다녀오면 너무 지쳐서 며칠은 거의 누워서 쉬어야 기운을 차리곤 합니다.
원래는 가끔씩 노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체력때문에 약속이나 모임잡는 것도 꺼려하고 회사가 아니면 집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친구관계에 계속 문제가 있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에 누군가를 위해주는 마음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기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에는 그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학교 1학년부터는 예민한 친구들 사이에서 제 언행들이 지목이 되고 계속 문제가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관계에 급격히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도 친구를 사귄다기보단 매년 친구들 사이에서 낙오되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하며 새학년을 시작했습니다. 문제없이 잘 지내고 싶었지만 친구들도 저의 진심없는 말들, 그저 어울릴 사람이 필요해보이는 저의 가식적인 태도에 점점 사이는 멀어져갔습니다.
저의 태도가 문제가 되어 계속 무리에서 혼자 떨어지게 되는 일들이 매년, 대학생 1학년까지도 있었습니다. 저는 회피가 심한 사람이라 스스로 무리에서 멀어진 적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몇몇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고… 교회를 다니고 부터는 조금씩 나아져서 대학생활을 간신히 마무리하고 직장생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지만 매번 제가 원하는 것을 해내지 못했던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간의 실패의 경험이 쌓였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서 새로운 책임을 지고 싶지가 않습니다.
가령 연애나 결혼 같은 문제입니다.
제 성격탓에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습니다.
저를 아는 주변사람은 결혼하기 힘들 거라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이제 결혼을 할 때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한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제 몫의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쉽게 지치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강한 회피 성향을 갖고 있고 실제로도 그래왔습니다.

직장생활도 이제는 사람들과 큰 문제없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지만 일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칩니다. 남들은 다 잘 버티고 아니면 이직준비라도 잘해서 직장을 옮기던데 그러고 싶지가 않습니다. 저는 더이상 삶을 이어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앞으로의 날들이 더이상 좋을 것 같지가 않고 미래의 닥칠 일들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삶을 쉬고 싶어서 아팠으면 하는 생각이 항상 듭니다.
아프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면서도 현실을 피하고 싶습니다.

삶이 어디로도 갈 수 없이 꽉 막힌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듭니다.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겠죠.
어디에서도 저를 위한 마땅한 해결법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삶이란게 힘든거지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사실 글을 적으면서도 돌아올 답변이 너무 무섭습니다. 죄송하지만 새로운 상처가 추가될까봐 무섭습니다. 별다른 해답이 없으시다면 답변을 안달아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겁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모순적이어서 죄송해요.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내일도 출근은 해야지요ㅎㅎ
우연히 알게된 마음하나에 제 이야기를 적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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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써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마지막에 새로운 상처가 추가될까봐 무섭고, 답변을 달아주지 않는 것도 좋다기에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곳을 찾아 이렇게 긴 글을 적어주신 것은 누구에게든 마음친구의 힘든 마음을 전하고 싶고, 조그만 위로와 우연한 해결책이라도 찾을까 싶어 오신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하여 답변을 남깁니다.

마음친구의 고민을 한 줄로 정리하기에는 오랜 시간 많은 것들에 대해 어려움을 느껴왔고,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마음친구가 가장 원하는 것은 ‘마음 편히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상담을 통해 어떻게 하면 마음친구가 더 마음 편히 잘 살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지금 마음친구는 자신이 겁도 많고 회피하고 몸도 마음도 약하고 이것저것 책임지고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저는 마음친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음친구는 훨씬 더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나 내일도 출근은 해야 한다는 말에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도전하거나 어려서부터 대인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겪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여 친구들을 얻었고,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까지 마음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잘 살았는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마음친구는 완벽해지려는 성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너무 높은 기준으로 판단했기에 자신과 인생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실패한 것이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처럼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가 마음친구의 인생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며, 어떻다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해서 집-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나 학창시절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것, 결혼이나 연애를 할 자신이 없다든지, 이직을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등의 문제는 실제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발달상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마음친구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저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대인관계, 직장, 연애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결국 비슷한 갈등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서 받아들이냐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그러한 해석을 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만든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마음친구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계속된 실패를 겪다보면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집니다. 실패에 익숙해 지다보면 모든 것에 실패할 것만 같아서 도전조차 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낮춰 작은 일에도 성공의 보람을 느끼다보면 점점 자신을 신뢰하게 되고 인생에 만족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고, 자신에 대해 부적절한 죄책감이나 무력감, 무망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면 꼭 상담센터에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보통의 사람들도 고민이 많고 힘들기는 하지만 우울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죽음에 대한 생각하고는 결이 다릅니다. 어쩌면 지금 견딜 수 없도록 힘든 이 마음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해결될 병적 증상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친구는 마음친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며, 좋은 인생을 살고있습니다. 마음친구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가 온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친구의 탓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친구의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마음친구의 잘못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마음친구가 그간 이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며 잘 살아온 것에 대해 꼭 자부심을 가지고, 본인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높이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마음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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