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9살 학생입니다.
이제 검정고시가 21일 남았는데 아직까지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루치 해야 되는 분량을 계획하는데도 막상 하려니까 공부가 손에 안 잡힙니다.
사실 이미 작년에 검정고시를 합격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에 재응시로 고득점을 노려 인서울 혹은 경기권 대학을 진학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2년 전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했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 본 경험은 가지고 있지만 목표가 있어도 현재는 어째서인지 몸이 안 따라주는 것 같아요. 오늘도 또 하루 내가 해내야 할 몫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죄책감,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밀려오는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어쩌면 반드시 고득점을 맞아야 한다는 강박과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내일 죽으면 편할 것 같기도 하고 딱히 삶에 대한 미련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뭔갈 꼭 하고 싶다는 의욕도 좋아해서 욕심이 생기는 존재도 제겐 늘 없었습니다. 단지 책임져야 할 반려동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역할 정도는 해내서 적어도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아야 하는 친구로서의 책임, 사랑하는 연인과의 성공에 대한 약속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서만 살아있고, 저는 그로써 존재하고, 또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왜 살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려고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지 가끔씩... 아니 자주 방황하곤 합니다.
잡생각은 뒤로 미뤄야 하는데 이런 상념에 멈춰버리면 안 되는데 앞으로 나갈 힘이 부족합니다. 살고 싶은 마음은 적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나밖에 믿을 수 없고 결국은 내가 해내야 하는 건데 간절한 마음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마음이 충돌해서 제자리걸음 중이에요. 어떻게 하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요. 제가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고 이런 상념에 인생에 대한 잦은 회의감과 중증에 가까운 우울감에 굴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꼭 상위권에 가까운 대학에 진학해 독립해야만 합니다. 하루에 한 끼 언제 마지막으로 받았는지도 기억 안 나는 터무니없는 용돈으로 사 먹을까 말까 하고 몇 개월째 달고 사는 불면증과 몇 년의 간격으로 계속 반복되는 기면증에 시달리고 있기에 더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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