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을 재학 중인 여학생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자꾸만 억지로 높은 텐션을 유지하려하거나 저도 모르게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스스로가 너무 지쳐 고민을 적게 되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관심 받지 않으면 소외될 것만 같고, 다른 사람이 웃어주지 않고 좋은 말을 해주지 않으면 제가 뭔가 잘못한 것만 같은 기분을 자주 느껴요. 사람들의 그런 반응엔 그 사람의 사정이란 게 있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과 자책감, 우울함이 쉽게 생기고 잘 없어지지 않아요.
어쩌면 이 감정들이 제가 초등학생 때 몇년간 겪었던 은근한 따돌림으로부터 환기된 것일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낮았던 자존감으로 인해 스스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 된 것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경험들 때문에 더 사람들과 있을 때 저도 모르게 더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 따돌림을 당하던 도중 처음으로 누군가 저를 좋아해준다고 느끼게 해준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모두 텐션이 높았어요. 그리고 저는 어린 마음에 친구를 사귀려면 텐션이 높을 수록 좋다는 생각이 머리에 남아서인지 아직까지도 친구들과 잘 지내기위해 전전긍긍하고, 소위 억텐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또 상대방 기분이 상할까봐, 제 평판이 나빠지고 스스로가 나쁘게 평가 받는 사람이 될까봐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자주하게 되는 것 같고요.
타인을 생각하는 건 물론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습관이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 놓고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여줄 사람이 없다는 건 너무 지치는 일이고 항상 힘주고 있는 것도 너무 피곤한 것 같아요.
여러가지 일을 혼자 추측하느라 머릿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 같고, 제가 나쁜 의도를 가진건 절대 아니지만(오히려 반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고 조금 부끄럽지만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어쨌든 간에 가식적으로 행동하다보니 상대방도 부담스러워하고 오히려 그 사람과의 관계에 선이 그어져 대인관계에서도 기대에 대한 좌절감과 자책감 같은 걸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최근엔 말투 같은 소소한 것에도 신경을 쓰는 날이 많아져 더 스트레스 받고 자책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이런 날이 많아져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자존감이 낮아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졌구요. 나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사람일텐데 왜 이렇게 사람들과 있으면 위축이 되고 눈치를 보게 되는 건지..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이제 그만 이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은 자존감을 높이는데 좋다는 웬만한 것들은 거의 다 해 봤지만 그럼에도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는 마음은 없어지는 것 같지 않아요.. 어떻게해야 할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자기도 모르게 억지로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가식적인 행동이 나오는 것 같아 지친 마음이 드셨군요.
다른사람과 함께 있을때 상대방의 반응에 많이 신경을 쓰고, 불안, 자책, 우울,소외감을 잘 느끼는 편이시고요.
마음친구님이 나눠주신대로, 초등학생때 있었던 은근한 따돌림의 경험이나, 낮았다고 표현하신 자존감이 이런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설명해주신 부분들 중에 저에게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마음친구님이 '나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사람일텐데'라고 하신 거예요.
이 말에는 스스로 분명 괜찮은 사람인데, 왜 다른사람과 있을 때는 작아지게 되는걸까 하는 의문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답답하고, 자존감을 높이려는 시도도 많이 해오셨으나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감도 조금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친구님, 자존감이라는 부분은 우리의 아주 깊은 마음속에 있는 뿌리 같은 것이라, 갑자기 막 깊어지거나 약해지거나 하지 않겠지요. 오랜 시간, 여유를 가지고 꾸준하게 영양을 공급해 주어야 시들었던 뿌리가 다시 회복하듯, 자존감도 그렇답니다.
마음친구님이 지금 느끼시는 답답한 상황은 아주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억텐'을 하면서 자기가 아닌 자신을 연기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잘 자각하고 계시고, 어떻게 해야 좀 더 '진짜 내 모습'이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있는그대로 괜찮은 사람인게 잘 보여질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거잖아요?
마음친구님의 지금 고민을 잘 다듬어가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개인상담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사람이 맞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설 상담센터도 가능하지만, 주위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다면 12회-36회정도까지 무료로 상담을 받으실 수 있어요. 사이버 청소년상담센터 1388에 전화하여 마음친구님 거주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아보세요.)
혹시나 개인상담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스스로 해볼 수 있는것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억텐'이라고 하는 그 억지텐션이 어느정도까지인지 기준을 확인해보세요.
예를들어 나는 재밌지 않는데 이정도는 그래도 친구니까 재밌게 웃어넘기는 반응을 해줄 수 있다. 근데 정말 내가 피곤한데, 오늘은 내가 도저히 친구의 말에 웃으면서 반응하기가 어렵다. 하는 그런 '억지 텐션'의 기준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내 스스로, 자율적으로, 여유롭게 반응이 가능한건지 알고, 어디부터가 내 에너지를 많이 뽑아내야하는 억지/가식인건지 알아차리는 탐색이 필요해요. 그렇게 해서 기준이 생긴다면, 스스로가 '억지'가 되는 기준 너머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피해보세요.
'아 오늘 나는 한계까지 끌어썼구나. 피곤하다. 더이상 텐션을 내기가 어렵다' -> 텐션을 내야만 하는 친구들과 몇시간 정도 잠깐 대화를 적게 한다. 조용하게 '피곤하네~'라며 약간의 거리를 둔다.
친구라면, 피곤할 때까지 항상 웃고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거예요. 누구나 피곤하고 힘없는 시기는 있으니까요.
마음친구님은 현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있는지,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시고 있고 탐색하는 시기인거같아요. 충분히 혼란스럽기도 하고 '더 나은 모습' '원하는 모습'이 있는데 '지금 내모습, 진짜 내 성격'과의 괴리감이 들어서 마음이 복잡하실수도 있어요. 어떤 모습이던지 마음친구님은 지금 그 모습으로 평생살아가지 않아요. 우리는 살아가며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고 성숙해진답니다.
용기있는 성장의 발걸음에 깊은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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