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생때부터 우울증이 있었는데 딱히 털어놓거나 얘기할 사람이 없어 그냥 미루고 외면하기만 해왔어요. 여러 이유로 중학교 2학년때는 매일 자살생각을 했고, 3학년때 부터 자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올라오고 좋은 새 친구들을 사귀며 사춘기가 지나서 그런가 괜찮아지는듯 했지만, 시골로 전학을 가며 낯선 환경에 떨어지고, 이쪽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겨 혼자가 된 이후로 다시 자살과 자해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너무 힘들어 약을 먹을까 오래 고민하고 잠깐 먹었던 적도 있지만 부모님과 의견이 맞지 않아 눈치가 보여 한번 타 먹은 이후로는 다시 가지는 않았어요. 엄마는 제가 항상 무기력하게 늘어져있고 우울함을 떨치려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고 약만 먹는다고 되겠느냐고 하셨어요. 저는 그럴 시도를 할 기력조차 남지 않아서, 우울함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말씀드린건데도 말이에요... 중학생때 부모님께 자해사실을 들킨 이후로는 자해도 하지 못하고, 딱히 그럴싸한 취미나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없어 삼키기만 하다 억지로 같이 다닐 다른 친구들을 사귀어 겨우겨우 극복해 나왔어요. 저는 이제 고3 입시생이에요. 불안정한 발판 위에서 매일매일 두통을 달고 살았지만 입시도 할 만 했어요. 근데 며칠 전부터 제가 유치원, 초등학생 때부터 키우던 고양이들 중 한마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저는 병원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고양이의 병원비까지 댈 수 있을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그냥 지금 행복하게 잘 지내고 보내주는게 어떠냐고 했어요. 저는 중학생때도 나이든 고양이를 병원비 문제로 떠나보낸 적이 있어요. 그 아이는 고양이들 중 유난히 몸이 약하게 태어난 아이라 더 애착이 갔어요. 그래서 무지개다리를 건넜을때 하루종일 울었고, 같이 죽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집안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고양이들과 부모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항상 우울하고 괴로웠던 제 옆에 있던건 부모님이 아니라 고양이들이었어요.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한편 이해하지 못하는것도 아니라 무작정 부모님에게만 원망을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제가 너무 멍청해보이고 싫어요.
학원을 가지 않는 주말 내내 고양이를 붙들고 울며 머리를 쥐어뜯고 자해충동을 느꼈어요. 배고픔은 느껴졌지만 식욕은 없었고, 속이 쓰려 견디지 못할 지경에서야 겨우 시리얼만 간단하게 먹었어요. 밤에는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온갖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이 몰아쳐 괴로워 그런 생각들을 떨치려 핸드폰을 하다가 못견딜즘에 잠에 들었어요. 주말이 끝나고 학원에 가야해서 오늘에야 제대로 된 식사를 했는데, 소화가 다 될 쯤에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더라고요. 하루종일 위가 쓰리고, 설사를 하고, 토할것 같이 울렁거렸어요. 인간은 왜 쉽게 죽지도 않는걸까요? 저는 왜 사는 걸까요? 사랑하는 고양이 하나 살리지도 못할 거면서... 제가 너무 쓰레기처럼 느껴져요. 이래도 자살을 할 만큼 용기가 있진 않아서, 아픈게 무서워서, 그냥 어느날 가다 차에 치여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전부 그만 하고 싶어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마음친구님, 반갑습니다.
많이 힘드시지요. 누구나 지금 마음친구님처럼 ‘왜 사는 걸까’ 생각하며 삶의 의미를 못 찾겠고, 그래서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친구님은 중학생때부터 자살 생각을 하고 자해도 하셨군요. 근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 없으셨네요. 새 친구들을 사귀면서 좀 괜찮았다가 시골로 전학가면서 또 자살과 자해 생각을 하시게 되었구요. 그래도 다행히 약물치료도 하시고, 친구도 사귀면서 우울증을 조금씩 극복해오셨구요. 그런데 힘들고 괴로웠을 때 마음친구님 곁에 있던 고양이들의 병을 치료해줄 돈이 없어서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픈 일도 있으셨네요. 마음친구님에게 고양이가 정말 소중한 존재인데, 고양이를 살릴 수 없다면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드시네요.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될 때 정말 같이 따라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요. 가족이든 친구든 반려 동물이든 그게 누가 되었든 너무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고 아픔이지요.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서 무력감과 우울감이 얼마나 크실까요. 맘 아프고, 슬프고,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드실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마음친구님의 글을 보면, 어릴 때부터 함께 얘기할 사람이 없으셔서 많이 힘드셨던 걸로 보여요. 그래서 누가 곁에 있으면 좀 괜찮아지시고, 초등학생 때부터 고양이가 옆에 있어서 많이 위로도 받으셨네요. 우리에게는 다 내면에 상처 받은 아이가 있어요. 마음친구님은 어릴 때 엄마와 어떤 관계이셨을까요? 엄마는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셨을까요? 마음친구님의 투정과 짜증을 잘 받아주신 분이셨을까요?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그 때 그 어린 아이는 무섭고, 불안하고, 화도 나고 그랬을 거에요. 그런 감정들이 풀어지지 못하고 계속 쌓이다 보면 반항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얘기를 거의 안하는 말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우울하고 어두운 아이가 될 수도 있지요.
물론 부모님들은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우셨겠짐나, 가정을 꾸려나가시느라 힘드시다보니 아이들에게 더 따듯하게 대하기 힘드셨을거에요. 근데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인가 보다, 외롭다. 무섭다’는 생각에 휩쌓일 수 있어요.
마음친구님의 자라온 배경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항상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고, 상처도 잘 받고, 금방 우울감으로 빠지시는 걸로 봐서는 어릴 때 충분히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제는 마음친구이 자기 자신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주시길 바래요. 부모님이 친구들이 동물들이 영원히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 드실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철저히 내 편이 되어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함께 있어준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내 편은 아무도 없을거에요.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는 죽기 전까지 내 편일거니까요.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 주세요. ‘많이 슬프구나, 많이 힘들지, 그래 얼마나 힘들었니, 힘들거야. 근데 조금만 지나면 곧 괜찮아질거야’라고 내가 누군가로 듣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해 주세요. 마음에 잘 와 닿지 않아도 자꾸 반복해서 내가 나를 다독이고 토닥여 주면 점점 내가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이 생기실거에요. ‘내가 어떠한 모습이어도 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구나. 우울해도 괜찮아. 슬퍼도 괜찮아. 어떤 모습이든 무조건 나는 나를 받아주는구나’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점점 편안해 지실거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면, ‘나는 왜 살지?’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그냥 사는 겁니다. 특별한 목적? 목표가 있어야만 사는 거 아니고, 잘 나고 못나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한 포기 풀이나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자연들이 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도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지금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해 하는 마음으로 그냥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마음친구님이 가지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들도 이미 충분히 많이 있으실거에요. 없는 부분 부족한 부분만 보면 계속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게 그 끝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시면 신기하게 계속 그런 일들이 생기실거라 믿어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든 또 글 올려주시면 답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