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태도

학창시절 말실수 나락

qrudjdn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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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대로 반수를 결심한 대학생입니다.
과거 말실수로 인해 괴롭습니다.

고3 이동수업 시간에 특별실에서 자습하던 중,
친구가 뭐하냐는 말에 재미있게 대답하려다 유튜브에서 본 입시 관련 은어를 썼는데
곱씹어 보니 그게 동물 비하발언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쓴 게 아니라 그냥 주워들은 걸 생각없이 말한 거지만, 주변에 듣는 사람들은 그런 거 모르잖아요. 그게 제 인성이 되는 거죠.

그 친구가 저에 대해 실망했다고 해도, 워낙 착한 친구라 그걸 퍼트려서 절 나락보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모르는 사이인 친구들도 그걸 막 오래 기억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주변에 고2 때부터 원수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 때문에 성적이 망가졌다며 내내 저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습니다.(제가 그 친구 성적 관련해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음)
제가 의사가 되는 데 성공할 경우, 언제든지 그걸 터트려 '생명 경시하는 인성을 가진 의사'로 나락보낼 것 같습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요.

저도 변명하는 제가 싫지만 변명을 해 보자면 학창시절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던 중이라 지금보다 좀 더 생각이 삐딱했고, 또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표현들에 즐거워하며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별거 후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과거의 내가 얼마나 이상했는지를 깨닫는 중이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통설처럼 지금은 편안하니 그렇고 과거의 제가 본성 그 자체일 수도 있죠.

이런 생각을 엄마에게 말하면 자식 잘못 키웠다는 말을 들을 것이고, 또 그걸 확인하는 게 두려워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의사가 되면 안 되는 것일까요? 혹은 평생 떨면서 괴로워하는 게 말실수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방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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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고3 때의 말 실수로 인하여 반수를 고민하고 있는 현재 까지 고통을 받고 계시는 군요.
그동안 얼마나 고민도 많이 하고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요. 말씀하신 것 처럼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잊혀졌을 수도 있는 것이 말실수 이지만. 오히려 본인에게 계속 기억에 남아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말실수 이기도 합니다.

마음친구님이 어떤 말실수를 하셨는지, 정확하게 말씀하지 않으셔서 제가 유추할 수는 없겠습니다. 동물 비하발언은 그 종류가 수도 없이 많을 테니까요. 우리가 쉽게 쓰는 비속어에는 동물을 부르는 이름이 항상 등장하기도 하죠.

한 때, 말씀 하신 것 처럼 그게 그런 의미인 줄 모르고 쓰셨던 단어는, 정말 최악의 경우 마음친구님의 인성을 의심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고민하시는 최악의 경우이겠죠.
그런데 그 염려가, '의사가 되면 안되는 사람인' 것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인성은, 어떤 한 잘못을 보고서도 판단할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잘못에 대한 '대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로 인해 일어난 피해 사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리고 다음 부터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예방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도덕적인 관념을 세워 나갈 수 있는 것이 사람 입니다.

마음친구님이 어떤 안좋은 말을 쓰고 살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 마음을 온전히 지키십시오. 예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졌다, 성장했다, 개선되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앙심을 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 친구가 어떤 비난의 말로 예전의 과오를 들춰내서 마음친구님을 욕한다면, 인정하십시오. 한 때의 실수와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지면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고통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오히려 마음친구님의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됩니다.

마음친구님, 앞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며 살 것입니다. 특히 의사가 된다면, 정말 원치 않더라도 다양한 요인 때문에 생명을 놓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시면 됩니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배우고, 노력하여 더 단단한 사람이 되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