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제가 잘못한걸까요?

유율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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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생때 재혼하셨습니다. 새엄마에겐 저보다 2살 위인 아들(오빠)이 한명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동창이셔서 그 아들은 존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진학을 하다보니 대학도 같은 대학으로 가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4학년 졸업반일 때 한두번 휴가철에 가족 4명이서 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진 큰 문제나 불만은 없었습니다. 아예 모르던 사람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란 느낌과 그닥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어색함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하고 둘 다 타직역으로 크게 벗어날 생각이 없어 부모님의 제안으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선 둘 다 외동으로 자라 형제자매도 없고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돈 나갈곳도 많을텐데 절약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돕고 사는건 어떠냐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전 반도 취업이 된 상태도 아니고 돈이 들어올 곳이 없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빠도 그 부분에선 긍정적인 반응이었구요.

처음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어느 형제자매들 처럼 서로 투닥거리고 밥 먹고, 그리고 취업 후 에도 그랬구요.

다만 이번에 크게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실 같이 살고 얼마뒤 오빠가 계속 장난으로 껴안고 들고 하는 장난을 치더라구요. 전 타인과의 스킨십을 싫어했고 그랬기에 장난치듯이 하지마라고 하다가도 제 기준 아니다 싶으면 그만하라고 나 이런거 싫어한다고 정색을 하기도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 오빤 그저 가볍게 생각하는거 같았습니다. 누구는 그냥 가족끼리 포옹가지고 그러냐 하겠지만 특히 밤에 자기위해 누웠을 때 침대위로 껴안는 행동은 충분히 불쾌감이 느껴질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자기위해선 옷도 가볍게 입고자고 상의 속옷은 벗은 상태니 더욱 예민해 졌고요. 순간 흠칫흠칫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빠가 평소 엄마한테도 자주 포옹을 하고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나쁜의도가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특히 스킨십을 싫어하니 더 그렇게 느끼는게 아닐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3년,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행동이 계속되니 전 예전보다 더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매번 하지말라고 하는걸 아는데도 하는 모습에 설마? 아니겠지?하는 의심도 생겼습니다. 아니다 나쁜의도는 없었을거다.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다 큰 성인에게 그것도 성인이 그러니 전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계속되는 행동에 한 공간에 있는게 불편해졌고 예전같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하루빨리 이 집에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본인이 너무 예민하거다 빨리 나가서 잊어버리자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부모님과 오빠에겐 집과 회사가 너무 멀고 일이 많아지니 통근이 힘들다고 말하고 집을 알아봤습니다. 사실 위도 따로 살고싶은 이유들중 하나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큰 이유들중 하나가 스킨십으로 인한 불편함, 불쾌함 이었구요.

그러다 작년말 일이 크게 터졌습니다. 부모님은 아직 계약도 안끝났는데 급하게 집을 구하는 절 보시곤 이해가 안가셨는지 위의 이유(집과 회사의 거리)를 들으시고도 왜 빨리 나가려고 하는거냐 다른 이유가 있는거냐 아직 전세도 남았는데 왜 그러냐? 캐물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전 여러 이유들로 매우 입든 상황이었습니다. 빨리 집을 나와야 한다는 생각과 그걸 이해못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여러 많은 이유들이 겹치고 겹쳐 스스로 감정 컨트롤이 되지않고 이유없이 우울해졌고 울었습니다. 아마 짐작으론 심리적으로 한계였던거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는 전화로 계속해서 물으셨고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전화를 끊어도 계속 전화가 와 이유를 물었고 당시 일을 하고있었기에 그 상황이 매우 스트레스였습니다. 또한 부모님께 오빠가 스킨십을 하는데 이러이러한게 터치될 때 너무 불쾌하고 불편했다고 스스로 자세히 말하는게 수치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이유와 또 오빤 엄마의 친아들이고 이 야길 들으면 충격 그 이상을 받으실거 같다는 생각에 턱 아래까지 올라왔을 때 마다 눌러 삼켰습니다. 이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왔을 때 모습이 너무나 잘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너무 힘들었고 그냥 말해버리고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는 계속해서 전화오고 그 사이 이상함을 느낀건지 엄마의 문자도 오더군요. 진짜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빠에거 말했습니다. 오빠의 스킨십이 싫다고 싫은걸 넘어 불쾌하고 수치스럽다고 이말을 듣고 아빤 그래 알겠다 끊어봐 하곤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론 제가 예상했던 일들과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아빤 화가났고 엄만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걱정하고 계시고 결국 저녁이 되어서 저에게 전화한 엄마는 모든 일을 들의시곤 그걸 왜 이제야 말했냐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걸 지금에서야 말한 제 잘못도 있겠지만 거기에 뒤이은 엄마의 말은 도저히 이해가 안돼더라구요. 지금도 안돼요. 듣고있던 엄만 그걸 왜 이제야 말했냐 더 일찍 말했으면 일이 이렇게 크게 번질일이 없었을거다. 저번에 본가에 왔을 때 엄마에게 만이라도 이야기 했어야지 니 권리를 왜 니가 못 찾냐. 가만히 있으니 일이 이렇게 커진거 아니냐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든거에 실망했다. 이 말을 듣자 전 진짜 이성이 끊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난 피해를 받았고 분명 하지말란 말을 계속해서 말했는데 왜 이 모든게 참고지낸 저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걸까 왜 불쾌감을느끼고 고민한 제가 문제라고 말하는 모습이 도저히 제 머리론 이해가 되질 않더라구요.

결국 다음날 부모님이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사실 이날을 아빠만 와서 같이 집을 보러가는줄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엄마가 왔고 전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그러다 아빠가 왔고 잠시 다시 나간 사이 엄만 절 불렀습니다. 근데 첫 마디가 너랑 살면서 실망한적이 딱 2번 있는데 그 2번째가 이번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전 진짜 미치는줄 알았어요. 이게 왜 실망할 일인지 제가 바보같이 그걸 참고 자기 권리 못찾은게 왜 실망할 일인지 도저히 정말로 이해가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제 뒤통수를 쎄게 때린 기분이었습니다. 엄만 그 말을 듣고 손발이 떨려 어제 오늘 잠을 못잤다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요? 이 말을 하면 이렇게 될걸 알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저는요? 3년간 온갖 고민하던 저는요? 어제도 연락하는 순간에도 수십번, 수시간 고민하고 고민하던 저는요? 전 그냥 일 터트린 나쁜놈이고 오빠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간 썅년이 되었습니다. 4명이서 이야기 하자던 자리에선 전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았어요. 오해도 풀고싶지 않았고 푼다고 하더라도 전 이미 이말저말 다 들었는데 무슨 소용인가 그냥 아무도 피해받지 않게 조용히 집구해서 나갈려고한 제가 부질없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상황에서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살았던건 저인데 오빤 오히려 난 이거 안풀면 제랑 이제 얼굴 안보고 살거다 못본다고 하고 엄마는 계속해서 오해를 풀어야지 그래야 뭐가 해결되지 왜 말을 안하냐 니가 말 안하면 오빠말이 맞다는걸로 알겠다 실망이다 실망이다. 아빤 그저 이야기를 해봐야 알지 말하지고 그냥 그 상황 그 장소가 구역질 날거 같았어요. 왜 내가 죄인처럼 취조당해야 하는걸까 왜 이 자리에서 엄만 오빠가 니 가슴을 만졌는지 엉덩이를 만졌는지 니가 자는중에 들어은건치 그걸 정확히 말해야 이 상황이 큰일인지 아닌지 알 수 읺다. 이걸 질문종이까지 만들어서 가져오고 그걸 보고 듣는 전 진짜 수치스러웠어요. 결국 그날 아무 풀린거 없이 끝났습니다. 전 다음날 집을 계약했고 두달 뒤 들어가는 것으로 하고 집계약은 마무리 했습니다. 그 이후 오빠랑은 아무이야기도 하지않고 처다보지도 마주치지도 않습니다. 그냥 각자 알아서 살아요. 부모님께도 딱히 전화를 먼저하진 않았어요. 오더라도 아무일 없다 괜찮다로만 끝냈구요. 근데 연휴 오늘 엄마랑 이야기 하다가 자긴 둘이 그래도 마지막엔 좋게 헤어졌으면 좋겠다 영원히 안보고 살 생각은 아니지 않냐, 오빠도 그날 이후에 엄마보고 껴안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본인도 충격이 컸겠지...그러니 이번에 올라가면 니가 먼저 잘 이야기 해봐라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오빠 걱정은 하면서 제 걱정은 1도 말이 없더군요. 너도 힘들었겠지 하지만 그건 그저 지나가듯 말하고...왜 제가 먼저 말을 꺼내 오해를 풀어야 할까요. 전 아직도 제 입으로 그 이야길 비슷하게 조차 말하기 불쾌하고 수치스럽습니다. 그냥 자기들 맘 편하자고 그러는거 같더라구요. 저도 그날이후 힘들었습니다. 스트레스로 폭식증이 생격 먹고 토하고 먹 토하고...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이렇게까지 술을 찾은적도 없었어요. 아무 의욕도 의지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냥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에서 조차 엄만 오빠 걱정과 본인의 스트레스 이야기, 그로인한 건강악화의 내용뿐이었어요. 그날 이후 부모님은 서로 예민해지셨고 언성도 많이 높아지신거 같습니다. 이번연휴도 솔직히 가족끼리 있을 때 농담 한번 웃음 한번 지어본적이 없어요. 연휴동안 그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게 내 잘못인가 엄마 말대로 내가 바보같이 참아서 가족이 이렇게 된건가 그생각이 계속 들어요.

이렇게 까지 되어버린게 제가 진짜 잘못한 걸까요. 분명 제 잘못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엄마 말 처럼 제가 바보같이 굴어서 이렇게 된걸까요? 이젠 잘 모르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얼마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서 이렇걱 긴 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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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마음하나’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전문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 기아대책 마음하나의 댓글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마음친구님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며 답변을 드리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음친구님의 글을 보면서 어떤 말을 드려야하나 정말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글 안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들이 보이지만 제목과 글 말미에서 나타나있듯이 내가 잘못한건가?라는 자책의 마음이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음친구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음친구님께서는 오빠와 같이 살면서 오빠의 스킨쉽에 불쾌감을 느끼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도 하셨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계속 스킨쉽이 지속되고 마음친구님의 말을 오빠가 들어주지 않아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독립을 결정하셨던 것 같아요. 글 속에서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의 걱정이나 관계가 틀어질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있으셨기에 마음친구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셨죠. 이러한 과정에서 원치않게 해당 사실을 오픈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또 부모님께서 어떻게 반응하셨으면 하고 원하셨을까요? 마음친구님의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고 했는데, 그러한 걱정이 실제가 되었을 때 느꼈던 좌절감은 얼마나 크셨을지 제가 감히 추측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상대방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고, 그 사이에 마음친구님께서 성적인 수치심과 혐오감이 느껴졌다면 이는 성추행이 맞습니다. 마음친구님은 피해자입니다. 또,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과정에서 마음친구님은 2차 피해까지 입고 계신 상황으로 보여요. 가장 믿어주고 보호해주었으면 하는 대상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은 아마 마음친구님을 더 아프게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마음친구님을 도와주시려는 의도가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새어머니의 실망했다는 말들에서는 마음친구님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새어머니께서 오빠에게 먼저 잘 이야기해보라는 말은 제가 보면서도 정말 화가나는 부분이었어요. 어떻게 피해자가 가해자를 먼저 만나서 대화를 시도하겠어요. 새어머니의 그러한 말들에서 스스로까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피해자를 탓하는 논리는 어떤 이유가 되었건 정말 잘못된 부분입니다. 마음친구님 스스로는 자신의 편이 되어주세요.

마음친구님이 이러한 과정들에서 너무 큰 트라우마와 고통이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또, 그러한 상처가 가족들 관계에서 계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위태로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음친구님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는 것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 곳에 찾아오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상처받은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돌보기도 하고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거나 가족들의 말들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도 키워나가셨으면 좋겠어요. 무료기관들 위주로 안내드리니 아래의 기관들에서 도움받으실 수 있습니다.

- 한국여성의전화 : https://hotline.or.kr/
- 여성폭력 사이버상담 : https://women1366.kr/?menuno=222
- 정신건강복지센터 : 각 지역에 센터가 있기에 거주 지역 +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https://blutouch.net/)

마음친구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마음친구님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추가적인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또 찾아와서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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