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본가에 내려오자마자 내일 바로 집으로 올라갑니다.

펭랑해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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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대 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삼남매의 독박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화를 저희한테 푸는 엄마와 일밖에 모르고 가정에는 관심이 없는 아빠 밑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항상 어렸을 때부터 저와 약속을 하고는 약속 당일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키지 않는게 일수였습니다. 그런 실망들이 쌓여 현재까지 그런 상태로 저는 30여년을 계속 자라왔는데요.

이번에 설연휴를 맞아 제가 본가에 내려오니 오랜만에 가족끼리 놀러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당일날이 되니 또 우유부단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며, (가기 싫은 표정과 꼭 가야겠냐며 말하는 모습) 30여년간 참고 참았던 서러움이 폭발하여 가지말자고 말하고 집에서 나와 혼자 카페로 가서 울었습니다.

카페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와중에 엄마한테 연락이 와서 받았는데 제가 혼자 집에서 나온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으시고 단순히 삐진걸로 생각을 하시더라구요.(또 삐졌다라고 생각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전화 상으로 웃으시면서 집에 언제오냐고 하는데 어찌나 서럽던지요. 그래서 상관하지말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적 제가 받은 상처들(약속 안지키는 것, 크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매를 맞으며 혼나는 모습 등)이 떠올라서 나는 가족들과 같이 있으면 안되겠다 해서 바로 다음날 설날 당일 아침 시간에 자취집으로 올라가는 표를 끊었습니다.

저는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거리가 멀어 6개월에 1번 정도만 가족들을 만나는데도 본가로 내려오면 답답하고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 뿐입니다.

오늘 일이 진정이 되었다가도 울컥울컥 눈물이 차올라 힘듭니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상담신청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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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마음친구님이 올리신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 설 연휴가 평온함보다는 과거의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힘드신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30여 년 동안에 혼자서 견뎌내신 시간에 대해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의 좋지 않았던 기억은 성장하면서 사라지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 일을 해결할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마음 한 켠에 꾹꾹 눌러 담기 쉽습니다.
그러다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힘이 생기지요.
그러니까 현재 어머니께 느끼는 감정의 폭발은 성인이 된 마음친구님이 어린 시절의 마음친구님에게 보내는 치유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묵혀왔던 감정들은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다가 이번과 같은 일들을 경험하면 다시 올라오게 됩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인데요.
보통 이 일의 근원이 된 대상과의 갈등 상황을 해결하면서 문제를 완화하면 좋겠으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럼 오롯이 마음친구님께서 감당하셔야 하는 부분만 남습니다.
과거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한 번에 치유하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또한 마음친구님께서 말씀하셔도 어머님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시는 걸 보시면서 또 다시 상처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머님의 현재 반응이 과거의 사건들을 수면 위로 불러와서 고통을 증폭시키곤 합니다.

또한 마음친구님께서 작성하신 글의 내용을 어머니께 전하셨어도 어머니는 마음친구님께서 느끼시는 감정만큼 느끼시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데 보통은 기질의 영역에서 기인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정도가 태어날 때부터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후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부단히 계발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지요.

마음친구님께서 설 당일에 자취 집으로 올라오는 표를 끊으신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친구님께서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이 맞냐고 질문하셨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동의를 구하고 싶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지인이라면 거리를 둔다고 이미 답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지요.
지금 당장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완화시켜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마음으로 또다시 어머니를 만나시면 동일한 감정과 행동이 반복될 수 있겠지요.

마음친구님께서 원하신다면 개인 상담을 통해 과거의 일들이 현재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을 탐색하고 해결 방안 모색에 대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시의 상황이 이해되고 반복적인 상황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때야 비로소 과거의 상처로부터 회복이 되었거나 회복되어가고 있는 단계이니 마음친구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마음친구님의 삶이 다른 사람들로 인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 대상이 가족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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