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언니는 작년쯤에 ADHD와 알콜중독,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빠가 지금은 때리지는 않는데, 미성년자 때는 언니 공부랑 술담배 등 문제로 종종 언니를 때렸습니다.
언니가 견디다 못해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집 나갔는데 그후로 다시 데려와서 어찌저찌 대학 보냈지만 자퇴하고 거의 반쯤 집나가 살았습니다.
각설하고 아빠가 언니 붙잡고 이 방법 저 방법 알아보신 덕분에 언니가 좋은 직장 얻어서 이 긴 과정이 끝났나 싶었는데, 1년 좀 지나니까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노느라 직장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자취했는데 월세, 관리비, 핸드폰비 다 안내고 형편에 맞지도 않는 호텔에서 지내고 매일 택시 타고 다니면서 소액으로 빚도 꽤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술도 매일 마시고 매번 거짓말하고 약속해도 전혀 지키지 않고 연락도 안 받고 잠수타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좀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시작돼서 결국 보증금 다 까먹고 본가로 들어왔습니다.
근데 여전히 집에 잘 안 들어오고 무단결근해서 결국 급한 알콜중독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3개월 정도 휴직시키고 입원치료 받았는데, 퇴원 후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ADHD 진단 받고 약을 처방 받아도 먹지도 않고 병원도 안 갑니다.
전 언니 문제 때문에 우울 증세가 심하게 오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서 교내 심리상담도 받았고 좀 나아지나 했는데 언니가 또 문제행동들을 반복하면서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러다 저까지 미칠 것 같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곧 취업이라 독립을 결심했는데, 부모님만 그 진창에 두고 오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언니를 포기한다는 죄책감도 들어서 하루하루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언니가 낫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어떻게든 치료를 돕겠는데, 가족이 다 힘을 보태서 입원치료 시켜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병원에 데려가도 약도 안 먹고 정말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입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니가 치료될 수는 있을까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언니 때문에 저희 가족은 늘 괴롭고 힘들어서 제 일상도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소중한 가족이 ADHD/ 알콜중독/ 우울증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통원치료 과정을 지나올때, 마음친구님과 부모님이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늘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입원치료를 해도 퇴원 후에 변화가 없고, 통원치료를 해도 약을 먹지 않으니 변화가 보이지 않는 벽에 더 부딪히는 느낌이셨을 것 같네요. '언니가 낫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정말 더 막막하실 것 같아요.
마음친구님, 저또한 언니 분께서 이렇게하면, 저렇게하면 나아질거다 라는 말을 해드릴 수는 없겠죠. 어떻게 보면 저희가 '언니'라는 사람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변화를 위해 서포트는 해줄 수 있겠지만, 정말 변화의 중심은 본인이 되어야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얘기를 나눠주신 마음친구님께 마음의 중심을 맞추고자 합니다.
지금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언니가 아니라, 마음친구님이니까요.
'가족으로서 언니를 포기한다'는 죄책감도 들겠지요. 부모님을 진창에 두고온다는 죄책감도 들 거구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마음친구님께 마음의 중심을 맞춘다면, 독립이라는 선택은 굉장히 필요한, 건강한 선택지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의 어려움이,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 어떻게 그 어려움을 모른체 하겠어요. 두 발 벗고 최선을 다하겠죠. 그렇기에 가족은 다른 어떤 관계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소중한 공동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가족 공동체에서 독립되어 살아가게 됩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가족 = 나 라는 공식이 성립되겠지만, 이제 성인이되고 독립을 할 시기가 된다면 그렇게 만드는 관계가 더 독이 되겠죠. 현재 마음친구님 처럼요.
저는 마음친구님이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애썼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니가 변화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내부에서도 부던히 애쓰고 계실거예요.
마음친구님은 이제 마음친구님의 삶을 사세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가족 공동체에서 독립했다고 공동체 소속원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런 특수성이 있죠, 가족이란.
이제는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독립한 가족 구성원이 되십시오. 그러셔도 됩니다. 독립을 통해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돌아보고, 조금 회복하였을 때, '언니 동생이니까' 챙겨야 하는 언니가 아닌,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여유가 채워졌을때, 그 힘으로 챙기셔요. 그러셔도 됩니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