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7살 학생입니다.
지금 한부모 가정으로 남동생과 엄마랑 같이 좁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아빠는 평소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다정하시지만
알코올 중독자셨고 가끔 폭력도 하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빚으로 고생해본 적 없었지만
자라면서 점점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남동생 밖에 없는 빈 집에 사채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오기도 했어요.
이런 걸 많이 보며 자란터라 항상 필요없는 건 사지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지역에서 명문고라 좀 유명한 곳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의 용돈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사실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있었지만 말이죠.
간식 사먹기도 아까웠거든요.
그때부터 자괴감이 심해진 거 같기도 해요.
예체능 쪽에 재능이 있음에도 가정환경 때문에 포기했고 지금 진로는 정해져있습니다.
얼른 자립해서 짐이 덜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문제는 제 정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중2때 자해를 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 엄마와 아빠에게 걱정도 받고 혼도 났습니다.
또 다시 걸렸을 땐 죽고싶으면 죽여달라고 말을 해 이런 식의 말도 들어본 적 있어요.
부모님께선 너무 속상한 마음에 그러셨을 거 압니다.
이해해요.
제가 보기엔 저는 애정결핍, adhd 같습니다.
사람이 그냥 좋고 안겨있고 싶어요.
엄마에겐 혼났을 때 가스라이팅이라고 느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르고 말씀하신 거죠.
욱해서 막말도 하시고 울기도 하셔요.
지금 우울증이신데 저까지 힘들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가끔 품에 안겨 우는 것 빼고는 제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말한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제가 adhd인 거 같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그런 쪽에 무지하셔서 정신병이라고 진단받으면 너가 곤란하니까 집에서 잘 치료해보자고 하셨어요.
17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말이죠.
건망증처럼 까먹고 자주 넘어지고 대화에 집중 못했던 것도 다 이 탓이라고 생각하면 억울합니다.
그때 엄마는 정신병자 딸을 갖기 싫어서 그런 말을 하나봐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은 엄마도 그런 증세가 가끔 보여요.
유전으로 발병되기도 한다고 들은 것도 있고요.
엄마도 힘든데 엄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 생각으로 살아오다가 지금은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
또 다시 중2때처럼 상처받게 할까봐 겁나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요.
아빠도 가끔 만나서 얘기하는데 엄마에게는 받아본적 없는 따뜻한 위로를 해주시니 눈물도 쏟아진 적 있어요.
저 정신과에 한번 가봐야 할까요?
제가 너무 싫고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이러다가도 그냥 또 행복해지니까
제가 이상한 건가 멀쩡한 건가 구분도 어려워요.
지금 이 글도 문맥이 안 맞을까봐 걱정되네요.
이런 이야기들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다 부담스러워하니까 말해본 적 없어요
가끔 남에게 피해를 끼쳣을 때 공황장애처럼 숨도 거칠어지고 눈 앞이 막막했던 적이 있어요.
저 왜 이러는 걸까요?
저 좀 구원해주세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저는 상담사 김상화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상담을 찾아주고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읽어보니 혼자서 이겨내기 되게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마음친구님의 모든 상황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말 해주신 부분만 본다면 마음친구님의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처음과 다른 내 모습에 내가 왜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고 해결을 하기에도 막막한 마음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네요. 한 번의 상담으로 다 바뀔 수는 없지만 오늘 저희의 만남이 변화의 첫 발자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환경부터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 그리고 자해나 우울증 증상까지.. 글로만 봐도 마음친구님은 상당히 힘들어 보입니다. 불안정함 속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발전해야하고 내가 더 잘해야하고 내가 다 책임지려고 했을 것 같네요. 이제 17살 학생으로 자아정체감을 쌓아가는 시기에서 가족들의 상황을 모두 내가 책임지려고 하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요.
마음친구님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해본적이 있을까요? 진짜 내 삶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를 위하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상황들이 마음친구님이 전부 짊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애써왔고 충분히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왔으니 이제는 내가 힘든 부분들을 어디든지 털어내고 이겨나가면 좋겠네요.
마음친구님, 항상 마음친구님이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자신은 나를 사랑하고 보호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자해력이 있고 우울한 부분이 눈이 띄기 때문에 꼭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가까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교내 wee 클래스 등에 방문하기를 바라고 너무 힘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생명의 전화 1588-9191에도 전화해서 도움 받기를 바라겠습니다. 정신과 내방으로 약물치료도 꼭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병은 약을 먹는다고 다 낫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치료와 꼭 병행해서 점차 마음친구님이 스스로 회복하고 있음을 느끼길 바랍니다. 모든 고민에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마음친구님이 이렇게 저에게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한 에너지로 작은 것부터 성공하는 경험들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웠고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또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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