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해를 하고 있어요

리피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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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중학교 3학년이 끝난 후 방학부터 점차 우울해졌어요. 전 자해를 합니다. 죽을려는 아니고요. 처음 했던건 일어나자말자 청소 안했다고 아빠에게 머리를 몇 대 맞고 제 모든 물건을 싹 바닥에 내다던졌던 때입니다. 저희 아빠는 평소엔 정말 좋으신 분인데 짜증나있거나 화날때마다 엄청 폭력적이셔요. 그 땐 저보고 너같은 건 필요없어 같은 말 듣고 왜 낳았나 해서 처음 했습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그었어요. 그러다보니 도구도 눈썹칼에서 커터칼로 바뀌고 벌써 1년 다 되가는데 꽤 많이 그었습니다. 예전엔 이런 이유였지만 이제는 그냥 틈 나면 긋게 되더라고요. 안 그러면 계속 공허하고 허무한 이 감정에 잡혀들 거 같아서요. 매일 친한 친구에게 너무 힘들다고 신세한탄이나 했죠. 걔도 매일이 스트레스였을거에요, 제 자해나 자살시도(물론 준비만 하고 시도는 못하겠더라고요)같은 거나 듣고..끊어보기도 했지만 다시 시작한 게 역겹기만 했습니다. 전 친구들과 늘 게임을 하며 놀았는데 고 1되면서 부모님이 그만좀 하라며 갈등도 심해지고 점점 인간관계도 지쳐갔어요. 대화도 하기 귀찮기도 했지만, 내가 얠 실망시키면 어쩌지가 컸어요. 그래서 지금은 연락 앱 자체를 지웠습니다. 학교에서도 만나러 안가고, 오늘따라 너무 그냥 죽고싶네요. 살려고 먹는것도 역겨워 억지로 게워냈습니다. 도와주세요 울고싶어도 울어지지도 않고 이제 주위에서 도움을 구하고 싶지도 않아요. 다 허무하고 고립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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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고민사연을 읽으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사연을 올려주시기까지 얼마나 깊은 내면의 갈등을 겪어내며 지내왔을까......
얼마나 혹독한 시간을 지나왔을까..싶어서 말이지요.
깊은 공허함과 허무함이 담긴 고등학교 1학년의 마음친구님이 마치 눈앞에 있는것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음친구님의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앞에 있다면 얘기 나누며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마음친구님.
사춘기 청소년기의 자해는 과시적 태도나 반항적인 의미보다는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마음친구님이 얼마나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왔을까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올려주신 사연을 반복해서 읽어보았답니다.

마음친구님
우선은, 이 모든 과정의 삶이 마음친구님의 잘못으로 인한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평소에는 정말 좋으신 분이시다가도 짜증이 나거나 화가 솟구칠때에 조절이 어렵고, 폭력적이 되는 아빠의 모습은 마음친구님의 잘못이 아니지요. 그로인해 시작된 자해도 마음친구님이 그러고 싶어서 하는것은 아닐겁니다.
자해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대뇌신경전달물질의 영향으로 진정되고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너무 불안하고, 괴롭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마저의 진정효과도 지속적이지 못하다는것을 경험으로 알고 계실거예요.
그리고, 자해로 인해 오는 후속 괴로움과 공허감, 우울감이 몸서리치게 깊다는것도 이미 경험하고 경험하고 계실겁니다.

마음친구님.
처음 자해가 시작되던날이 방청소로 인해 아빠에게 혼나고, 머리를 맞고, 모든 물건을 바닥에 싹 내다던졌던 때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지금도 게임으로 인해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지고있다고요.
지금은 부모님과의 갈등내에서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며 무엇이 맞고 틀린지에 대해 이야기나누는것은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
정작 마음친구님 고통의 깊이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에너지 소모만 있을 뿐이지요.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마음친구님의 내면에는 “누구도 나를 이해 하지 못해“ 라는 마음만 켜켜히 쌓이게 될거예요.

조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마음친구님은 아주 세심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내면의 불안정함을 줄이고 나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로 느끼게 해주는 전문가의 치료 말이예요. 평소에는 너무 좋은 분이시지만 화가나면 폭력적으로 변하고, 너 같은건 필요없다는 폭언을 던지시는 아빠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셨다면 마음친구님 스스로가 하나의 인격체로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경험하셨을겁니다.
제가 모두 알수는 없지만 아마 고민사연에 담지 못한 더 많은 삶의 스토리도 있으시겠지요.

마음친구님께서 올려주신 사연을 다시금 읽으며 아무도 없는 것같은 외로움, 삶의 무거움, 혼자 감당할수 없을것만 같은 막막함,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또한 두려워지는 감정들, 그 가운데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무력감을 온몸으로 지탱하며 서 있는 마음친구님이 느껴졌습니다.

마음친구님.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만 하나?” 이런 마음도 들수 있어요.
살면서 너무 힘들고, 너무 고통스러우면 당연히 그런 생각도 할수 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의 한때에 지금의 마음친구님과 같은 어려움을 경험할때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생각해보면 곁에 의미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것 같아요.
가족이 있어도 제 고민을 말할 수 없었고, 말을 한다해도 받아들여질거라는 안정감 또한 없었던것 같습니다.

지난 시절 마음친구님과 엇비슷한 고민을 안고 지냈던 제가 지금 마음친구님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요.
“그래도 살아주세요“ 라고 전하고 싶어요.
온 마음 다해, 온 진심을 다해 부탁드립니다.

저도 참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죽는것도 두려웠고, 사는것도 두려웠어요.
아주 깊고 많은 고민을 했었고 그래도 살아내기를 결정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친구님,
얼마나 고민이 깊고, 두려움이 컸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고등학교 1학년의 마음친구님이...자해시도를 하고, 오늘도 죽고 싶다고 말할만큼 그토록 힘들까....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마음친구님...
너무 아프고 힘들면 이렇게 또 고민을 나누어주세요.
저는 지난 시절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때에는 도움도 받을수 없었어요.
마음친구님은 저보다 훨씬 더 잘하고 계신거예요.

대화하는 것조차 귀찮을수 있고,
실망시키면 어쩌지...싶은 두려움도 있지만...
친구에게도 말씀하시고, 가능하다면 부모님께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게시판을 통해 깊은 고민도 나누어 주시고, 그래서 살아내는 힘과 도움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 대면상담이 가능한 기관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상담사가 계신 전문기관들이 있어요.
마음친구님이 어느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건강가정지원센터‘ 또는 ’한국생명의 전화‘ 같은 기관들을 찾아보셔서 너무 마음이 괴로울때에 꼭 전문가의 도움 받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음친구님의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어려움을 경험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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