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3이고 남자친구는 20살이에요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게 되어서 1년 반 정도를 만났어요.
저는 꽤나 무뚝뚝하지만 남자친구는 저한테 화가나도 나쁘게 말 한 적이 한 번도 없을만큼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였어요 오히려 싸우면 제가 화를 많이 냈었죠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제게 “너는 내 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너무 사랑하면 아빠같은 마음이 든대” 라고 할 정도로 저를 정말 사랑해줬고 예뻐해줬어요
근데 제가 흡연을 정말 싫어해서 담배로 인한 트러블이 몇 번 있었고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 남자친구는 저 몰래 약 처방을 받을 만큼 저한테 많이 맞춰줬어요. 그치만 저는 이러한 사실들을 모르니 매일 의심이 쌓여갔고, 성인이 된 남자친구는 술자리도 많아지면서 트러블이 잦아졌습니다. 그 즈음에 제가 권태기가 왔는데 남자친구는 알바로 바빠졌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가정에서도 아버지가 안 계셔서 어머니 대신 자기가 가장 노릇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싶다는 욕구도 많이 내비쳤었고요. 어머니께 손벌리기 싫다고 혼자 일주일에 6일을 아침 저녁으로 일하는 착한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서서히 멀어져갔고 남자친구가 이제 너가 나를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 우리 그만 만나는 게 맞지 않을까..? 라고 해서 많은 얘기를 통해 헤어지게 되었는데 오랜시간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제가 너무 후회가 됐고 2주만에 다시 잡았어요. 내가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줄테니 나한테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그 뒤로 저희는 한 달 동안 처음 사귀는 커플들처럼 정말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남자친구도 너가 이렇게 노력해줘서 나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 수능이 끝나면 널 많이 행복하게 해줄게 라며 서로 정말 좋아죽었어요. 그치만 남자친구의 바쁜 알바 탓에 일주일에 하루 휴일을 사용해서만 만날 수 있었고 연락도 밤에만 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많이 피곤해해서 저는 서운함을 내비치는 횟수가 잦아졌어요.
자기 때문에 제가 수능 공부도 잘 못하는 것 같고 너를 서운하게 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그리고 일이 너무 힘들고 반복되는 하루 일상이 지친다고. 휴일 하루에 너를 만나는게 너무 좋지만 내시간이 없는게 힘들고 부담감이 크다고 하면서 정말 하루아침에 카톡 장문으로 이별통보를 당했습니다 ㅠㅠ
이별통보하기 4일 전에도 손편지를 주고받았고 관계를 가졌으며 이별통보 전 날 까지도 주말에 한강에 놀러가자고 약속을 잡았는데, 그 날 제가 공부 안하고 너랑 놀고싶다며 찡찡댔던게 남자친구 마음을 너무 힘들게 했대요. 전화를 걸어보니 남자친구가 너무 많이 울고있었더라구요..
만나서 얘기하면 말을 못할 것 같다며 회피했고, 저는 이건 예의가 아니라며 알바 끝날 때까지 앞에서 기다려도보고 학교를 조퇴하고 집 앞에도 찾아가 겨우겨우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너가 정말 좋은 건 맞는데 나를 챙기기도 너무 버거워서 너를 챙겨주기 힘들다. 근데 난 너가 너무 잘 됐으면 좋겠고 수능이 끝나면 밥 한 끼는 사주겠다며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단호한 모습으로 저를 밀어냈고 sns 맞팔 빼고는 모든 흔적을 빠르게 지워버렸습니다. 제가 얼른 마음 정리 했으면 좋겠다면서요. 헤어지는 날 키스도 했고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하고 끝났는데 제가 수능이 끝나면 다시 만나면 되지 않냐. 라고 했더니 너랑은 좋은 사이로 남고싶어. 지금도 힘든데 그때는 어떨지 모르겠어 라며 일단 밥 약속만 잡고 헤어졌습니다.
남자친구 힘든거 이해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거 정말 이해하지만, 1년 반을 만나 서로가 첫사랑인 저에게 카톡으로 통보했다는 점과 만나서 이야기하는날 조차도 친구랑 놀고 오느라 약속시간에 늦은 점, 어머니 일 도와드린다고 저랑 얘기하다가 뛰어가버린 점, 휴일 날마다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는데 그 때마다 인스타 팔로잉이 늘어서 보면 남자친구 친구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는 여자들이랑 맞팔하는 점 들을 보면 같이 술먹은건가? 이사람이 정말 힘들어서 헤어진게 맞나? 그냥 놀고싶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힘들어요
제가 아직 학생이라 이해를 못하는 걸까요
남자친구는 내년에 학원을 다녀야해서 바쁘지만 알바는 12월에 그만두고 그때는 덜 바쁠 것 같은데
수능 끝나고 만나서 그 때 못 다했던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남자친구는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도 없을 것 같아서 무섭고
저는 후회를 하기에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수능 공부도 되지 않고 살도 6키로나 빠지고 너무 힘이 들어요
다시 만난다 해도 또 힘들면 저를 버릴 것 같고
다시 만나면 폰 검사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헤어진 두 달동안의 공백에 저는 심각한 망상을 하고있습니다. (다른 여자랑 술먹나.. 여자친구가 생겼나.. 하면서요)
재회 가능성은 있을까요?
서로가 스킨쉽, 데이트 뭐든 모든게 처음이고 너무 습관이 되어버려서 저는 더 놓지 못하고 있어요
스토리 하나를 올릴 때마다 그사람을 의식해서 올리게 되고, 수면장애로 약도 먹게 되고, 살도 빠질 대로 빠지고, 가장 중요한 수능 공부를 못하고 있어요.. 수능 두 달 전 차버리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저는 그 사람을 안좋게 추억하면 제 1년 반이 안좋게 남게 되니까 그게 싫어서 그 사람을 좋게 기억하고싶은데 자꾸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의심하며 망상하는 정말 정신병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사람이 저를 좋아하기 시작한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지금 하고 있을까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세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쓰시는 동안 마음친구님이 어떤 마음이실지 짐작이 가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만남과 이별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견뎌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마음친구님처럼 상대와의 첫사랑을 경험하신 경우라면, 추억과 고통감이 공존하면서 감정이 더 오래갈 수도 있지요.
서로 행복해지려고 시작하는 만남일 텐데, 어느 한 쪽은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집중하다 보면, 마음친구님의 일상은 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상대의 생활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망상이라고 여겨질 만큼 상상을 하게 되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마음친구님을 소진시키는 과정이라고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결이 된다면, 우리는 별다른 고민이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어렵고, 고단한 과정입니다.
스위스의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상실의 5단계'라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전제로 하였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지금 마음친구님께 유용한 내용일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1단계는 '부정(denial)'입니다. '정말 이별한 것일까? 아닐거야. 수능 끝나면 만날 수 있을거야.'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이는 정신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대처 전략입니다.
2단계는 '분노(anger)'입니다. '수능이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이별 전에도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는데...'처럼 원망이나 화, 분노 등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출하는 단계입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상대방과 교류하고 있을 것만 같은 다른 여성들에 대한 부러움이나 분노, 질투의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3단계는 '타협(bargaining)'입니다. '수능이 끝난 다음에 다시 만나서 지금 못다 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 그런 날이 나에게 오겠지? 제발 그런 날이 오게 해 주세요.'와 같은 생각들이 생기면서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와 타협을 시도하는 단계입니다.
4단계는 '우울(depression)'입니다. '결국 헤어지겠지..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도 그 사람과의 이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거야.'처럼 이별을 피할 수 없다는 우울과 슬픔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5단계는 '수용(acceptance)'입니다. '다 끝났구나...' 더 이상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끼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상 말씀드린 5단계의 과정이 마음친구님의 상황과 전부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단계들을 거쳐서 상실의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마음친구님의 모습입니다.
수면장애로 약물을 복용하셨고, 체중도 6kg이나 감량된 상태시네요.
무엇보다도 수능 공부를 못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대다수의 경험들은 인생을 확장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기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별로 인한 위로는 이미 다른 분들에게 충분하게 들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경험의 순간들은 타인의 따스한 말 몇 마디로 해결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수능 이후에 상대방과 다시 만날 생각으로 힘을 얻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 전에 객관적인 현실 점검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현재'를 살아야 더 이상의 후회를 막을 수 있구요.
힘드시겠지만, 지나간 상황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자책 등은 잠시 접어두시고, '아, 나에게도 이별이 찾아왔구나.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나는 첫사랑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구나.'처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시면, 현재 상황과 조금은 분리가 되실 겁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수능은 내년에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친 마음을 지금 보듬어주지 않는다면, 더 깊은 골이 패여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라면, 심리상담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아무쪼록, 마음친구님이 스스로를 잘 보호하고, 돌보시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순간들로 삶을 채워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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