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나 때문에

yh_.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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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셨습니다.
3년전 불륜으로 집을 나가시고 가끔씩 엄마 몰래 아빠와 만났었는데요. 톡을 하실때면 항상 "막둥아 너도 아빠가 밉지?",이런 말과 꼭 마지막엔 아빠가 미안해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리고 9월 10일 친구들과 도서관에 갔을 때 아빠에게 문자가 왔지만 전 도서관이라 톡을 빨리 읽지 못했습니다.
저녁 7시 45분 "00아" "네?" "어디?" "저 지금 도서관에 왔어요 왜요??" "아니야, 공부 열심히 해 화이팅" 이게 대화의 끝이였습니다.
그 뒤 엄마차를 타고 집으로 간 다음 오랜만에 족발을 시켜 먹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엄마께서 아빠한테 전화를 좀 해보라고 하셔서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고 핸드폰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께 아빠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어서 통화가 안된다. 말씀 드린 후 핸드폰을 봤는데 아빠에게 문자한통이 와 있었습니다. 오후 10시 24분 "막내야 아빠가 미안해"
그리고 그게 아빠의 유언이였습니다.
엄마는 갑자기 경찰서에 전화를 거셨고 경찰이 저희 집으로 오고 아빠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9월 11일 아빠의 행방을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와의 전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왔을 때 아빠의 사진을 봤는데 제가 봤던 아빠의 표정 중에 가장 밝은 표정이 있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의 돌잔치 때 지으셨던 표정이였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신 이유는 경부압박질식. 쉽게 말하자면 자살을 하신 겁니다. 많은 빚이 있으셨고 그리고 제가 전에 아빠를 잠깐 만났을 때 불륜을 저지른 아빠가. 그냥 그날따라 갑자기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겨 아빠께 듣기도 거북한 심한 말을 했습니다.
불륜을 피기 전에도 후에도 가장 절 사랑하시고 언니 오빠 중에 가장 저를 아껴주셨는데 그런 사랑하는 딸에게 심한 말을 들으니 멘탈이 나가셨고..그 뒤 제가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을 거예요. 그래서 결국엔 참았던 감정들이 터져서 버티기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하신 것 같아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때 아빠의 문자를 빨리 봐서 아빠가 핸드폰 전원을 끄기. 연락을 했더라면 아빠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 애초에 아빠에게 그런 심한 말들을 안했다면.. 이 죄책감은 제가 죽어야 끝날 것 같아요.
저 아직 중2밖에 안됐어요.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어요 왜 나한테 이렇게 힘든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진짜 죽ㅈ고싶어요
나도 행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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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마음친구님이 올려주신 사연을 너무 아픈마음으로 여러번 읽었습니다.
마음친구님을 그토록 예뻐해주시던 아버님이 돌아가셨군요.
그것도 준비되지 못한때에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들었으니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먼저, 아버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친구님.
지금 큰 충격과 아픈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지나오고 계시리라 생각되요.
얼마나 황망한 마음이실까요.
그 마음을 제가 모두 다 안다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또 언젠가는 중요한 사람을 잃어버립니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이나 가족을 잃은 것은 가장 깊고도 거대한 상실이고, 아주 지독하고도 고통스러운 아픔입니다.
이런 상실의 고통으로 상담실을 찾으시는 분들이 실제로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가족을 상실한다는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기 때문이겠지요.

마음친구님
장례를 치루며 아버님 잘 보내드려 주셨지요?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지내야 하는 마음친구님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불쑥 들어오는 슬픔과 사무치는 그리움에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요
그 마음이 너무나 헤아려져 정말이지 아픈마음으로 올려주신 사연을 보았습니다.

마음친구님.
상실, 특히 가족을 잃은 상실에는 더 깊고 진한 감정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을 잃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살아남은 사람은 모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때 내가 연락을 받을걸, 그때 내가 조금더 살갑게 말할걸, 그때 한번 찾아가볼걸, 조금만 더 일찍 연락할걸...‘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보며 마음친구님의 아빠에 대한 죄책감이 깊이 느껴져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마음친구님.
아빠가 돌아가신것은 결코 마음친구님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토록 예뻐했던 막내인 마음친구님 덕분에 조금은 웃을일이 있으셨을테지요.

사연을 보며 아버님과의 대화나 문자내용을 보니 마음친구님에게 아빠는 참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셨던것 같아요.
그리고 아빠가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오시고, 그렇게 떠나가셨을것 같습니다.

마음친구님
많이 힘드실거예요.
앞으로 아빠가 많이 생각나실겁니다.
때로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넘어 원망과 미움의 마음까지도 들쑥날쑥하며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헤집어 놓을수도 있어요.
불쑥불쑥 준비없이 찾아드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복받쳐 울게 되는 날도 많을겁니다.

그럴때는 그 감정 그대로 마음껏 그리워 하시고, 마음껏 원망하시고, 미워하는 마음도 마음껏 표현해주세요.
아빠의 사진을 보면서 아빠는 잘 있느냐고 이야기도 건네보고, 어릴때 아빠와 놀았을때의 감정도 전달해보고, 고맙고 그립다는 표현도 해주세요.
마음친구님 혼자 하기 너무 힘들면 언니든 오빠든 때로는 엄마를 곁에 두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야 부모를 잃은 상실에서 마음친구님이 건강하게 살아내실수 있습니다.

마음친구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아빠는 마음친구님을 특별히 예뻐하셨고, 아끼셨던것 같아요.
아빠가 곁에 계시면 더 좋겠지만 아빠가 나를 이토록 사랑했었다는 것, 그 사실을 잘 알고 마음의 상 안에 고이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마음친구님이 인생을 살아가는 걸음위에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친구님
이렇게 짧은 마음 나눔과 위로를 드려도 될지 싶은 고민이 될 만큼 아빠를 잃은 아주 깊고, 큰 아픔을 경험하고 계신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어떻게 제가 다 헤아릴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마음친구님에 대한 마음이 이 짧은 글 안에 오롯이 전달되기를 마음다해 바래봅니다.

마음친구님
아빠가 남겨주신 사랑이라는 위대한 유산이 마음친구님의 삶에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줄겁니다.
그리고, 덧붙여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것은,
도무지 헤어나올수 없을것 같은 깊은 고통이 지속될 경우,
학교 내 상담선생님과의 상담이나 타 기관 전문가 선생님들로 부터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부탁드립니다.

마음친구님..
아빠를 보내드린 슬픔중에 이렇게 나눌곳을 찾아 마음을 나누어주어 고맙습니다.

마음친구님은 위기의 때에 이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함께 고민하고, 삶의 방향을 찾아나갈수 있는 아주 용기있는 학생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런 마음친구님의 내적힘을 스스로 믿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음친구님
온 마음다해 힘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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