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기주장을 잘 하지 못합니다.
부탁도 잘 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평가에 극도로 취약해져서 확실히 yes를 들을 것 같지 않으면 불편한 점에 대해 요청을 하지 못해요.
제가 2-3살 시기 때부터 대여섯 살 때 쯤까지 아빠는 제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울거나 짜증 낼 때 엄청 분노를 폭발하고 때리시고 호통을 치셨어요.
그래서인지 학교 들어갈 쯤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눈치보느라 순하고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어요.
하지만 제 내면은 항상 분노와 원망이 있었고, 때로 염세적이기도 했어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학, 학과까지 들어가서 졸업도 했는데, 저는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고 타인에게 맞춰주는 삶에 너무 지치고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서 인간관계 자체를 포기해버렸어요.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고, 취업도 대인관계를 해야 해서 아예 구직도 포기한 상태예요.
예전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젠 사람을 만나면 너무 불안하고 제 안의 감정에 휩쓸려버릴 것 같아서 지속적인 관계가 있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뼛속까지 외로운데 괴로움은 견딜 수 없어서 대인관계를 피하고 있네요.
그리고 제가 한 번 화가 나면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며칠동안 침대 속에 파묻혀서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는데 분노를 해소하는게 쉽지 않아요. 명상이나 운동, 취미 등을 해도 잠깐 신경을 돌리는 건 있지만 지속적으로 분노가 남아있어서 괴로워요. 꿈 속에서 저는 어딘가에 꽁꽁 묶인 채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부림치는 꿈을 계속 꾸게 되요.
제가 표현을 못해서 분노가 제 내면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자기주장을 연습하기 위한 집단 프로그램도 듣고 있어요. 정신과도 다니고 있고요. 인지행동치료도 2년 정도 받았고 상담선생님 몸이 안좋으셔서 상담회기는 이제 마무리됬네요. 제가 분노 자체를 엄청 나쁜 것으로 인식해서 화가 나는 감정을 억압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속적인 악몽과 분노를 느낄 때 주체할 수 없는 괴로움이 지속되요.
어렸을 때 억울함이 아직도 남아서 저를 괴롭히는 걸까요? 어떻게 치료해야(도움될 수 있는 특정한 상담기법이나 자조적인 방법들 등등) 증상들을 완화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상담을 더 받아야 할지, 어떤 상담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상담기관을 찾아가야 효과적인 도움이 될지도 고민중이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마음친구님 안녕하세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평가받을까봐 눈치를 보며 맞춰주고 계시다 보니 관계가 불편하고 힘들어져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 봅니다.
그래도 명상도 해보고 자기주장 프로그램도 참여하면서 나아지려는 노력을 지속하셨네요. 정신과를 다니며 약물복용도 하시면서 상담을 2년 동안 받으셨구요 그런데도 가위에 눌리는 악몽을 지속적으로 꾸면서 자신의 분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괴로운 마음이 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마음친구님이 할 수 있는 걸 지금 다 하신 것 같아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저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마음친구님 지금의 괴로움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생각, 감정, 행동에 대한 패턴이 생기는데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패턴이 부적응적인 패턴을 갖고 있는지 만약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면 점검이 필요합니다.
1. 구체적인 상황을 점검합니다.
먼저 누군가와 만나면 자신의 감정이 불안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상황에서 그런 분노,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같이 있는 상황이 힘든 건지 대화를 할 때 내가 얘기하는게 힘든건지 아니면 내가 얘기할 때 타인의 시선이 나를 쳐다보는 게 힘든건지요?
예를 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했다고 한다면 기분이 나빠질 것 같고 왜 새치기를 하는지 물어보게 되잖아요?
저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날 수 있고 이럴 때 화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까지도 억압을 하고 계신지건지 전반적인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2.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점검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드는 감정이 불안, 분노 감정이 든다면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길래 이런 감정이 들었지? 라고 지금 흘러간 자동적 사고를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자동적 사고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탐색하기 힘들지만 연습을 통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런 걸 친구한테 물어보면 능력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갑자기 불안했나? 아니면 그때 내가 실수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불안하고 화가 나는 건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면서 알아차림 하셔야 합니다.
3. 알아차림이 된다면 “그만”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부적응적 패턴이 지속된다면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감정을 느꼈네 라고 알아차림이 “그만(stop) 이라고 말하시고 생각과 감정을 환기하시기 바랍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기하시면서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4. 도움이 되는 적응적 패턴을 시도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응적 패턴에서 벗어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패턴을 생각해 보고 작은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시도했던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과정을 칭찬하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타인의 위로나 격려가 없어도 자신을 위해서 자기 위로가 칭찬, 지지가 필요합니다.
5. 상담치료는 필요해 보입니다.
상담전문가를 통한 상담치료는 지속적으로 받으시길 바랍니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실생활에서 변화를 위한 시도가 없다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음친구님은 현재 조금더 상담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고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마음친구님은 이미 많은 시도를 하셨는데 방법과 실생활에서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마음친구님은 아마도 많은 시도를 하셨을텐데 그 변화를 아직 못 느끼시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 건강을 위해 포기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친구님의 성장과 발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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