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사람이 싫어요

MH399128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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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아침 일찍 출근하시고 밤 늦게 퇴근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홀로 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집에 계실 시간에도 어머니 또한 삶에 지쳐 서로 한마디 나누지 않고 좁은 방 한 켠에 이불 뒤집어 쓰고 술 드시는 어머니 옆에서 숨 죽여 우는 날이 대다수였죠
그래서 학교 들어갔을 무렵 유독 애정결핍이 심했어요
미움 받기 싫고 항상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하고 흔히들 말하는 착한아이증후군이었던 거 같아요
정작 나 자신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웃음을 줘야 하는 삐에로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중학생까지 보내고 나니까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어요
웃음을 장착하던 제 얼굴과는 모순되게 몸에는 하나 둘 상처가 생겼고 더 이상 나를 숨기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잃은 채 하루가 지날수록 매말라 갔어요
결국 저는 어린 나이에 자퇴를 결심하였고 독립을 하게 됐어요
지독하던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잠시 뿐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일자리 하나 구하기 힘들었고 겨우 구한 일자리에서는 코로나라 손님이 없다며 저를 불러 주지 않았었죠
결국 물 하나 사 마실 형편이 못 됐고 며칠에 한 번 출근하게 되면 겨우 그때 물배를 채웠었어요
학생 때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사회는 확실히 달랐죠
착하게 살면 돌아온다는 말은 거짓이었어요 되려 이용만 당했었어요
자퇴 후 힘든 상황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돈 빌려 달라는 연락이 수차례였고 어떤 일자리를 가게 돼도 불만 한 번 토로 안 하고 묵묵히 일을 하니까 점점 무리한 요구도 많았어요
치이고 치이다 보니 사람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져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까지 생겨버렸네요
공황장애는 이제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람이 밉고 싫네요
어떻게 극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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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마음친구님
어릴 때부터 얼마나 힘드셨나요...
술 드시는 어머니 옆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숨죽여 울고, 미움 받지 않으려고 사람들 눈치 보고 웃어야 했고, 자퇴 후 독립해서는 물 하나 사 마실 형편이 안 되셨다니... 살아가시려고 얼마나 애쓰셨을지 그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마음친구님이 힘든 상황임에도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연락까지 하시고,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마음 아프셨을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 있었을거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마음친구님은 이렇게 힘든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숨기고 눈치 보면서 사람들 비위를 잘 맞춰주는 생존전략을 발달시키신 것 으로 보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에게 미움 받는다는 것은 거의 버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버려지지 않고 살기 위해서 부모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생존 전략을 쓸 수밖에 없으셨을 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렇게 살아온 나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살려고 그랬구나, 항상 웃는 얼굴로 눈치보면서, 그렇게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삶에 지쳐 나한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던 엄마와 같이 살면서 얼마나 많이 외로웠니’ 라며 스스로를 이해해주고 마음을 다독이고 녹여주셔야 합니다. 그 마음은 하루아침에 녹여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내 안에 있는 그때 그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세요.. 내가 나 자신을 포기하면 아무도 나를 구해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병원에 가셔서 검사도 받아보시고 의사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약물치료와 병행해서 마음친구님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지속적인 상담도 꼭 병행되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보시거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통해서 심리상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명심할 것은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내 입장을 분명히 하고, 거절하고, 나를 챙기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마음친구님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우선으로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을 실천해 보세요. 내가 나를 우선으로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부디 마음친구님이 자기 자신을 아이 다루듯이 소중히 귀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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