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빠의 바람을 의심하기 시작한건 저번주에 우연히 아빠 폰을 보게 되었을때 였어요. 카톡으로 '너도 내꺼~~♡♡' 이렇게 저장 된 사람이 음식 얘기를 하더라고요. 내용만 보면 그냥 먹은걸 물어보고 답 한거라 별 이상할게 없지만 저장된 이름이 이상하잖아요. 어제는 아빠노트북을 쓰는데 넷플릭스가 있더라고요? 봤더니 처음보는 여자이름으로 된 계정이랑 아빠이름 이렇게 두개가 있었는데 이때까지는 설마설마 했어요. 그러다 오늘 몰래 핸드폰을 봤는데 "자기야","사랑해","보고싶어"이런 대화가 주고 간 채팅창을 보니까 정말 소름이 돋고 아무 말이 안나왔어요. 대화내용을 보니까 저도 아는 아빠친구 얘기가 있더라고요 엄마랑은 결혼 전에 많이 같이 놀았었다고 들었어요. 이거 보면 엄마도 아는사람인가 싶은데 이상하게 톡 내용에 가정얘기가 전혀 없더라고요 얼마 전에 할머니랑 저희가족 고모네가족 다 같이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날 내용을 보니까 할머니랑 둘이 간것처럼 말 해서 혹시 가정이 있다는걸 모르는건가?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 톡 내용은 작년 5월로 뜨는데 그 전부터 그런 사이였던거 같아요. 사진첩 보니까 같이 놀러간 사진들이 많은데 아빠가 출장간다며 며칠씩 안 들어오고 새벽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그 여자 만났던거 같아요. 또 아빠 가방 속에 "사랑해 내꼬♥"이런 쪽지가 들어있었는데 그거 엄마 글씨체 아니였어요. 안되는거 알지만 그 분 번호를 저장했어요. 평소에 아빠가 저랑 동생 정말 끔직이 아끼시고 정말 잘 해주셨어서 더 믿겨지지가 않아요. 엄마랑은 몇년 전 부터 많이 싸우고,서로 충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게 맞는 행동인가요? 머리로는 아빠랑 얘기 해보라고 하지만 입을 떼는게 너무 어렵고 무서워요. 이렇게 두분이 이혼하시면 전 어떻게 되는건지 엄마가 받는 상처는 어떻게 위로 해줘야 할지 아빠랑은 여떻게 지내야 하는건지 저 겨우 16이고 동생은 11살인데 아빠 없이 지낼 수 있을까요? 저희 부녀는 정말 시시콜콜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취향도 비슷해서 친구같이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그동안 했던 말들이 다 사실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읽으며 아빠의 외도가 의심되기 시작하고, 명확해지는 과정에서 마음친구님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마음친구님과 동생을 끔찍이 아끼시고 잘해주었던 아빠라 더욱 믿어지지 않고, 그 배신감과 서운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외도가 배우자와 가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것을 이곳에서 새삼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외도는 명백한 부정행위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곳에서는 외도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마음친구님께서 가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같이 고민하는게 나을것 같아요.
마음친구님.
아빠의 외도를 알고 난 후 두 가지가 가장 고통스러웠을것 같아요.
먼저는 시시콜콜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취향도 비슷해서 친구같이 지낸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우리가족이 아닌 낯모르는 여자와 마음과 삶을 나누고 있었다니.. 얼마나 배신감이 들었을까요?
아마 아빠와 마음친구님의 관계, 그리고 마음친구님 가족의 삶에 얼룩이 묻고 오염된 느낌이 들어 견딜수가 없고 더욱 상처가 되었을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엄마에게 알리면 엄마가 너무 상처받을것 같고, 한편으로 알리지 않자니 엄마를 기만하는 상태로 살아야 하는데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부분도 마음친구님에게 깊은 고민이 되실것 같습니다.
덧붙여서는 엄마가 알게 되면 가정이 파국으로 치닫을수도 있고 만약 엄마아빠가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나와 동생은 어떻게 될지 너무 두렵고 걱정되실것 같아요.
우선,
아빠가 낯선 여자와 외도를 하였다 하여도 이 일로 마음친구님과 아빠의 근본적인 관계가 손상되도록 놔두어서는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에 아빠가 너무 밉고, 배신감이 들수 있지요. 아빠에 대한 신뢰와 관계가 두터웠을수록 더욱 그럴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6년간 마음친구님과 지내오며 애정을 주고받고,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도 나누었던 아빠는 여전히 그 아빠가 맞을겁니다.
마음친구님의 상처와 스트레스가 굉장히 깊고 크다는것은 알지만 “아빠가 어떻게 이럴수 있어, 아빠 다시는 안봐“ 하며 ’아빠가 없이 지낼수 있을까?‘ 고민하실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저는 아빠의 외도가 선명해졌고, 그로인해 마음친구님이 상처가 되었고, 아빠와의 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것 같고, 배신감에 몸둘바 몰랐던 시간들을 아빠에게 말씀드리는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어렵지요. 마음친구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입을 떼는게 너무 어렵고 무서울겁니다. 그래도 하실수 있으실때에 아빠의 외도관계를 물어보고 확인하시는게 낫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아빠에게 ‘그 여자랑 관계를 당장 끝내’ ‘내가 연락할게’ ‘가족들이 힘드니 그만둬’ 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는것은 적절하지 않는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안되듯이 자식또한 부모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할 권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마음친구님의 고뇌, 아픔, 상처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리고 아빠의 외도에 대한 이슈는 부모님 부부간에 해결점을 찾을수 있도록 해주시는게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냉정하게 들릴수 있지만 엄마가 받을 상처또한 엄마의 몫이기도 합니다. 자녀로써 아빠의 외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혹여 엄마가 아픔을 나누었을때 그 아픔에 같이 울어줄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엄마가 받을 상처의 몫은 엄마의 것이지요.
어려운 이야기이고 쉽지 않지만 부모님의 인생은 부모님의 것, 마음친구님의 인생은 마음친구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빠의 외도 이슈가 마음친구님의 가정에 던져주는 파장이 참 깊고, 아플것입니다.
그로인해 마음친구님께서 걱정하시는 바와 같이 부모님이 이혼도 하실수 있으실것이고, 한 가정에서 살아간다 하여도 이전과는 다른 관계적인 변화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지요.
저는 무엇보다 마음친구님께서 소중한 학창시절을 이러한 고민의 시간으로 보낸다는것이 참 마음 아픕니다. 눈앞에 있었다면 정말이지 꼭 안아주고 싶을정도로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안아드리고 싶어요.
삶을 살다보면 참 많은 별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별일을 만날때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마주한 별일을 직면하며, 해결해 나가며 살아야 합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에게 손을뻗고, 마음을 열어 누군가에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눌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친구님 내면의 힘을 믿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별일을 경험하고, 어찌할 도리를 모르겠는 순간도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곱고,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모쪼록 오늘의 짧은 상담 속 마음친구님에 대한 저의 진실한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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