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다짜고짜 옆에서 울길래 영문을 모르는 저는 왜라고 물으니 자기도 티비 보고싶다고 2번 틀어달라고 해서 황당했지만 언니랑 얘기하면 저만 답답해서 제가 자리를 옮겼어요. 어제 새벽에도 저 자는데 자기도 선풍기 바람 맞고 싶다고 했는데 전선이 그리 길지도 않고 제가 어찌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었어요. 근데 소리를 빼액 지르고 화내고 울고 거실로 나가서도 울고 들어와서도 한참 울다가 옆에서 저는 소리없이 울기만 했어요.. 어떡하죠.. 오늘도 언니랑 한 방에서 자야 하는데 겁나요. 언니가 그럴 때마다 없어져버리면 좋겠고,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아침되서 학교가고 집에 오고 오후까지는 괜찮은데 저녁만 되면 자꾸 신경질 내요. 전 절 챙기는 것도 버거워서 언니를 신경쓸 겨를도 없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해줘야되는 걸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마음친구님,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의 글을 읽으면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마음이 느껴져서 제 마음도 먹먹해 졌습니다. 제목에 지적 장애 언니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작성해주신 글 속의 상황 만으로는 언니의 상태가 어느 정도 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변 드리는데 한계가 있는 점 이해 부탁 드립니다.
작성해주신 글에서 보면 언니의 행동이 마치 어린아이의 행동처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네요. 종종 마음친구님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면서 울고 짜증 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과정 속에서 마음친구님도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언니가 많이 밉기도 할 것 같네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당장은 독립하거나 물리적으로 언니랑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마음친구님의 답답한 상황이 변화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이런 상황들이 일어났을 때 부딪히면 더 갈등이 커지고 언니의 울음이 커질까봐 자리를 피하고 참아왔던 모습들이 많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마음친구님께서 마음 고생이 많이 크셨을 것 같아요.
언니에게 마음친구님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어린아이에게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알려주듯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단호하고 명료하게 싸움이 아니라 감정을 언니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해 보는거죠. "언니 왜 그러는거야? 그렇게 하면 안되지!" 가 아니라 " 언니가 갑자기 울면서 짜증을 내니까 내 마음이 불편해져." "언니의 그런 반응을 보면 너무 속상해" 라고 언니의 모습을 통해 느끼는 내 감정을 전달해 보는 거에요. 한 두 번에 바뀌지 않겠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마음친구님의 감정을 전달해보면서 언니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램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답답함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아서 답글이 마음친구님이 느끼는 상황과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동안 언니로부터 스트레스가 많으셨을텐데 잘 견뎌오셨어요. 지금의 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지금보다 편안해지실 수 있기를 마음 가득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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