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취준생입니다. 저는 두살 때쯤 엄마와 한동안 분리된 경험이 있었던 이후부터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제가 엄청난 잘못을 해서 버려질 것 같은 불안, 사람들이 다 저를 싫어할 것 같고 홀로 남겨질 것 같은 공포감이 자주 일어나서 혼자 있을때나 사람을 만날때나 힘들어왔습니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에 지배되어 늘 사람들 눈치를 보고, 특히 엄마와 감정적으로 심하게 종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불안장애로 상담과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데 요즘 특히 답답한 부분은 엄마가 저를 너무 아이처럼 여기시고 엄마가 돌봐줘야 한다고 여기시는 점입니다.
엄마는 정서적으로는 다소 공감대가 떨어지고 본인 감정과 욕구가 없다고 생각하시고 타인의 감정에도 무감각하신 편인데 주변 사람을 돌봐야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을 갖고 계시고 마치 그것이 삶의 의미이신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엄마가 돌봐줘야 한다, 독립할 때가 아니라고 하시는데 저는 단지 엄마가 삶의 의미를 찾고 존재감을 찾는 수단이 된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는 너무 답답하고 자율성이 없고 감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지나치게 종속된 느낌이 들어서 힘듭니다. 현재 객관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되지 않고 엄마도 제가 직업을 갖는 것을 걱정하십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엄마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이라도 잘 할 수 있을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고민사연을 읽으며 마음친구님의 두려움, 불안 그리고 홀로 남겨질것 같은 공포감이 정말이지 깊이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나누어주기까지 그간 마음친구님은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요.
특히 두 살 즈음 엄마와 한동안 분리된 경험이 있으셨다는 마음친구님의 이야기에 참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어떤 깊은 사정이 있으신지는 알수 없지만 태어난지 두 살, 어쩌면 만으로 한 두 살쯤 된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 였을테지요.
그런데 그 어린아이에게 엄마와의 분리경험은 세상이 없어지는것과 같은 아주 무섭고, 두려운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하물며 어른이 되어 예정되어 있고, 미리 알고 있었다 하여도 세상이 사라지는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너무 무섭고 두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두살 때쯤 엄마와 한동안 분리된 경험이 있었던 이후’ 라는 이 한문장이 주는 무거움에 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마음친구님이 나누어주신 두려움, 불안, 홀로 남겨질거 같은 공포감 그 모든 불안들이 너무 이해가 되었습니다.
마음친구님
현재의 마음친구님은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되었고, 어린 시절 부모와 맺었던 관계경험을 토대로 대인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계실겁니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경험이 현재의 괴로움, 정서적 어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어린시절의 경험이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어린시절 엄마와 분리된 경험을 주었던 부모를 원망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게 담겨진 부정적 경험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고 건강하게 대응하는걸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현재 불안장애로 정신과 상담의 도움을 받고 계신 마음친구님의 노력과 애씀에 잘 하고 있다고, 한명의 상담사로써 참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편 마음친구님의 어머님은 주변 사람을 돌봐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질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아닌 어머님의 불안이 낳은 의존성일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돌봐줘야 한다, 독립할 때가 아니다” 라고 하시며 마음친구님의 몸과 마음을 어머님 곁에 두고 계시는것 같아요.
아무리 건강하고 사랑하는 부모자녀 관계라고 할지라도 양육의 목표는 건강한 독립과 자녀의 자립에 있습니다.
혹여 부모와 사이가 아주 좋다 할지라도 자녀는 독립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하지요.
따라서 나누어주신것과 같은 어머님과 마음친구님의 관계는 결코 건강한 관계 형태는 아닌 것입니다.
마음친구님
한편으로 다행인것은 마음친구님이 상담을 통해 자신에 대한 통찰, 어머님에 대한 이해, 부모자녀 관계의 시각에 대해 잘 알고 계신것 같습니다. 어머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도 갖고 계시지요.
마음친구님의 버려질것 같은 불안, 어머님에게 지나치게 종속된것 같은 느낌들은 아주 정서적인 영역입니다.
이 정서 영역중 불안이 지속적으로 자극이 되고 있고 반응하고 있는거예요.
따라서 저는 마음친구님이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오는 유능감을 경험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소소한것들도 괜찮아요.
예를들면, 어머님이 “넌 독립할 때가 아니야. 너가 무슨 직업을 어떻게 찾니?“ 라고 말씀하시면 ”내가 먼저 고민해보고 얘기할게“,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라고 대답하시는거예요.
어머니의 말에 “알겠어” 라고 하지 말고 “고려해볼게” 정도도 괜찮습니다. .
그럼으로써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세요. 어머니의 말을 자꾸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는겁니다.
그래야 내 삶을 내가 살아내는 힘이 생겨요.
빼앗겼던 삶의 주인 자리를 다시 내게로 갖고 오는 연습이라고 여기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여겨집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털어놓을수 있고, 경험하는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한것에 대해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것은 그런 자신을 꼭! 끝까지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친구님 자신의 인생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감당하기 버겁거나 경험하는 부정적 정서들을 이렇게 나누고 다독이며 마음 건강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마음다해 부탁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도무지 벗어날 수 없을것 같은 마음을 경험하고 두려움과 불안으로 뒤섞인 시간을 마주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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