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시험성적 때문에 원하던 고등학교 지원이 힘들어 졌는데, 부모님이 너무 몰아붙이셔서 속상하고 힘들어요…

MH678602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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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나 잘 때 얘기하시는거를 들어버렸는데
성적 저모양인데 쓸모가 있냐, 사회에 나가서도 쓸모가 없을거다, 쟤는 왜 저모양이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고
원래 특목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영어가 올a나와야 하는데 이번학기가 89.4여서 b가 나왔거든
그랬더니 막 엄청 화내시고, 그것도 못하냐면서 막 뭐라 하시고, 인생 망했다고 그러시고, 이제 니는 알바나 하면서 ㅈㄴ 힘들게 살아보라고 막말하시고, 이제 다 필요 없다고 말 뭐라 하심..
영어 빼고 올100이고, 나름 최고점수 나와서 자랑하려고 했더니 영어도 못하면서 그딴게 왜 중요하냐고…

근데 일단 난 사실 이과여서 국제고랑 안 맞고,
이번에 영어선생님이 징계먹고 짤리셔서 2학기 거의 내내 선생님 없이 수업도 안 했다가, 이미 정년퇴직하신 선생님 오셔가지고 수업 하나도 안 하고. 수행평가 예고도 없이 하셨는데 영어논술이어서 만점 전교에 한명도 없고, 19/20이라 제일 잘본건데 왜 그걸 깎이냐고 욕먹음. 근데 또 쌤이 이상하게 깎은거라 항의했더니 이미 나이스에 올렸다면서 점수 안 바꿔주시고…
시험문제는 또 배우지도 않은것들 내고, 문법 위주 아니고 모이고사 식이라고 하셨으면서 100% 문법에, 안배운 외무지문만 15개 이상 나옴…
그래서 전교에 100점 한명도 없고, 평균점수 40점도 안되는 상황….
나는 71점인데 반 1등…. 영어 전교 20등 이내(전교생 900명) 총합 전교 8등…

근데 나랑 말도 잘 안하시고, 할때마다 무시하고, 짜증내고, 욕한다…

기분도 나쁘고, 그것보다도 너무 속상한데 어떡해..
나한테 국제고 가서 3등급 받는게 일반학교 전교 3등 이내보다 쉬운것도 알고, 그게 조금 더 도움이 됐을 것도 알지만 이미 끝났고 나도 속상해 죽겠는데
앞에서 계속 뭐라뭐라 욕만 하는 부모님 때문에
진짜 너무 울고싶은데 울 수도 없고…..ㅠㅠㅠㅠ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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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고민사연을 읽으며 “학업이 시작되던 즈음부터 사연을 올려주신 이 시점까지 마음친구님은 공부를 잘해내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살아왔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성적을 천천히 다시 보며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마음친구님.
무엇보다 먼저, 학업성취를 위해 노력해온 마음친구님의 여정이 충분히 가치있고,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을 지나오다보면 참 마음먹은대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더러 있습니다.
아마 올려주신 사연을 통해 보자면 마음친구님에게는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경험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은 일들 중에 하나가 되겠지요.

저는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한문장, 한문장 다시 읽어보며 “참 기특하다, 참 잘 자라고 있다”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특하다는 마음은,
우선 학업 성적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수업 한번 안하신 영어선생님이 예고에도 없던 수행평가를 보면서도 전교생 평균점수 40점도 안되는 상황에 마음친구님은 71점으로 반 1등을 하고, 영어 전교 20등 이내에 총합으로 전교 8등.
결코 쉽게 얻을수 있는 학업성취가 아니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꾸준한 학습이 기반되어 있어야 얻을수 있는 성적이고 마음친구님께서 누구보다 노력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 기특합니다.

‘참 잘 자라고 있다‘ 라는 마음은,
부모님의 질책과 짜증내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화나고 억울한 마음, 누구보다 속상한 그 마음을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할수 있는 고등학생이 되어주셔서 ‘참 잘 자라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간에게는 힘들때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구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가는 힘이 있다는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마음친구님이 이미 벌써 그런 내재된 능력, 힘이 있다는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잘 자라고 있다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요. 말씀하신것처럼 마음친구님이 속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마음친구님의 속상한 마음. 그 마음을 부모님이 이해해 주시거나, 담아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질책하며 강한 표현으로 말씀하시는 피드백은 너무 듣기 힘드셨을것 같아요.
마음친구님의 그 기분 나쁘고, 속상한 마음이 지금 이 답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도 너무나 와 닿습니다.

마음친구님.
늦은 밤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되었을때 얼마나 마음이 내려앉으셨을까요?
‘내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밤잠 못자가며 얼마나 노력했는데?‘ 싶은 억울한 마음도 드셨을테지요?
아마 부모님은 마음친구이 노력한 만큼의 좋은 학업성취를 얻고, 그 결과로 순조롭게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원하는 마음이셨을것 같아요.
그러나 올A를 맞아야 하는 영어에서 89.4점으로 B를 받게 되자 그간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것 같은 경험을 하셨겠지요.
기대감도 크셨을것이고, 그만큼 아쉬움도 깊으셨을겁니다.

다만 많이 아쉬운 부분은,
마음친구님의 부모님은 불편한 정서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신것 같아요.
기대감이 무너진것 같은 감정을 제어할 힘이 부족하고, 본인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마음친구님을 비난하는 것으로 표현하는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이번 고등학교 진학 이슈 뿐만 아니라 이전 삶의 과정에서도 감정이 부대끼거나, 정서적 어려움 겪을때마다 같은 패턴으로 나타내셨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만큼 표현의 정도가 강해요.

마음친구님.
저는 마음친구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고민을 이야기하셨던것과 같이 부모님에게 표현해보실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듣던, 듣지 않던 나의 마음을 표현해보는 연습은 마음친구님에게 도움이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마음친구님의 인생에서는 마음친구님이 가장 중요하다는것을 잘 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한집, 한공간에서 생활하고, 오고가는 말들에 영향을 받지 않을수는 없지요.
부모님의 언행, 지속적으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태도들, 너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영향을 받을것인가? 받지 않을것인가? 마음친구님이 선택할수 있는겁니다.
결코 독단적으로 마음친구님만 생각하고, 마음친구님이 원하는대로만 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나의 마음을 너무 지속적이고, 한결같이 어렵게 한다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은) 일정한 마음의 거리를 두어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겁니다.
그리고 내 앞에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것에 마음의 무게를 더 두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친구님.
마음친구님은 무언가를 깊이 있게 노력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올려주신 성적이 아무나 쉽게 얻을수 있는 성적이 아니라는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끈기와 성실함과, 원하는 것을 때로는 뒤로 미루고 노력해온 자신과의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이겠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 드린것과 같이 마음친구님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도움을 구할수 있는 용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친구님 스스로를 더욱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인정해주시고,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친구님은 충분히 그럴만한 존재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가족으로 인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경험하고,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삶을 마주할 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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