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취업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세림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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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것이 조금 힘든 편이에요. 저는 남들 시선도 많이 의식하고, 상대방이 제게 불편함을 느끼거나 싫다는 인상을 갖는 것 자체가 끔찍하게 견디기 어려워요.

제 유년시절 부모님은 나름 최선을 다하셨겠지만 저는 어릴적부터 부모님께 지속적으로 애정의 결핍을 느꼈어요. 그러다 학교에 다니고 나서부터는 잘보이고 싶은 사람이 부모님에서 선생님, 친구들을 비롯해 수십명으로 늘어났고요.
그러던 와중 고등학교 3학년 때 외할머니의 병간호를 어머니가 하시게 되면서 동생과 아버지를 챙기는것부터 모든 집안 살림을 제가 맡아야하는 상황이 됐어요. 조금 부끄럽지만 이전엔 공부한다는 말로 살림살이를 거의 안했기 때문에 요리도 잘 못하고 집안 청소나 설거지도 30분 이상 하는게 버거웠어요.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생활에 구멍이 생기면서, 학교 생활도 여러번 지각하고 중요 공지를 못듣는 일이 많아졌어요. 하필이면 저희 학교에 몇 없는 특정 예체능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있던 소수의 친구들도 전부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입시 준비도 문제가 많았어요. 이전엔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국어와 영어1-2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학년 늦게 예체능 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실기가 너무 중요하더라고요. 입시학원도 실기 중심을 가다보니 제 실기실력이 너무 낮아서 일주일에 6일은 안좋은 평가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실기실력을 더 올렸어야 했는데 앞서 얘기했듯 외할머니의 병간호와 학교 문제로 인해 학원에서 요구했던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해내지 못했어요. 결국 제 입시는 모두 떨어졌고 정시는 엄두도 못낸채 고등학교 3학년을 끝내버렸어요.

그 짧고도 길었던 1년 사이에 저는 제 고등학교 선생님께 너무나도 많은 피해를 끼쳐드렸어요. 졸업관련 공지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고, 한번은 여러 과목을 시험 치르는 날에 1개만 치르고 일찍 입시학원에 가버려서 제가 학교서 실종됐다고 난리났던 적도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뒤늦게 제 연락을 받고 제가 시험에 낙담해서 자살하러 간줄로만 알았다며 한탄 하시는걸 듣고, 전 그 상황이 너무 죄송스러웠고 또 무서웠어요.
그 날은 제가 두 번째로 지망하던 대학교의 면접 시험을 보기 6일 전 날이었답니다.

입시학원 선생님께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만이 남았어요. 수시 결과에서 다 떨어지고 마지막 1곳의 결과만 남았는데 제가 두 번째로 지망하던 대학이기도 했고 면접 내용을 학원에 공유했을 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붙을것 같다고 말해주셨는데 결국 떨어졌어요. 이후 전 정시에 도전하지 못하고 학원을 도망치듯 그만두며 그 해 입시를 끝냈습니다.

그 다음 해 초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전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어요. 지난 12년 간의 의무교육을 수료한 자신을 위한 보상과 자아를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일 년을 보내기로요.
그런데 지금 5개월이 지나도록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미래를 위해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거나 뭐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자꾸 새로운 환경에 가는게 힘들고 도전하기도 전에 실패하는게 두렵고 미래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전 인생을 실패한 것 같아서 시시때때로 마음이 괴로워요. 이러다간 사회에 나가서도 전부 실패할 것 같고 정말 가끔은 짧은 삶을 사는게 가족을 위해서나 제 앞으로의 전체적인 삶을 가늠했을 때나 그나마 나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해요.

그동안 새로운 일도 나서서 해보고 진로에 대한 고미도 하며 나름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다가도 전부 포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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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고민사연을 읽으며 마음친구이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이런 답답하고 알수 없는 마음을 나누어 주셨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의 답답한 이야기를 풀어놓느냐, 그저 마음에 담고 견디며 사느냐를 고민하셨다는 말씀보다는 이렇게 고민되는 마음을 나누기까지 마음친구님은 앞에 놓여진 삶에서 얼마나 고심하고, 애쓰며 살아오셨을까? 그 삶이 마치 보이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부지런히 입시를 위해 달려가는 고3시절에 외할머니의 병세로 인해 갑작스럽게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야 했던 마음친구님,
그로인해 살림을 도맡아 해야 했고, 그 어렵다는 예체능 입시에 전념할수 없던 마음친구님의 지난시절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마음친구님
참 애쓰셨습니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던 고3시절의 한 소녀, 청소년이 감당하기에는 참으로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그 어느누가 마음친구님의 삶을 대신한다해도 분명 더 잘해낼수는 없었을겁니다.

마음친구님.
고민사연을 읽으며 이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친구님이 입시에 전념할수 없었던 일들, 그로인해 학교 생활에 몰두하지 못했던 시간들, 그래서 공지사항도 꼭 챙겨야 했던 일정들도 잘 수행하지 못했던 마음친구님의 모습, 시험보는날 1교시만 시험을 치루고 학교를 나와 학교 선생님을 놀라게 했던 일, 입시 실패로 학원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던 일들 그 모두가 마음친구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안정적인 생활에 구멍이 생긴거예요.
마음친구님이 살아온 세월의 전부를 제가 알수는 없지만 고3시절에 집안일을 맡아야 하고, 평탄히 학원조차 갈 시간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무엇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울겁니다.
저는 도저히 어찌할수 없던 삶을 마주했던 마음친구님이 그로인해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을 모두 자기책임으로 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득이하게도 때마침 그시절 그때에 그런 일을 겪은것 뿐이예요.

마음친구님.
마음친구님은 외할머니의 병세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하기 이전에는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국어와 영어에서 1~2등급을 유지했을 정도로 학업에 열심이었습니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면 해내는 힘이 마음친구님 안에 있는거예요.
목표한 바를 위하여 걸음걸음을 부지런히 내딛는 성실함과 열심히 있는겁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그러한 자신을 믿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동생과 아버지를 챙기는것도 아주 어려운일이지요.
어떤날은 엄청난 좌절이 찾아오기도 했을거고, 어떤날은 그런대로 지낼만한 날도 있었을겁니다. 자책되는 날 또한 있었을것이고, 이런 상황에 놓인 자신의 삶을 미워하기도 했을지 모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으로 때로는 성실함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마음친구님이 저는 참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그 근성과 해내는 힘을 지닌 자신을 꼭 믿어주시기를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부모님에 대해 어린시절부터 지속적인 애정결핍이 있었다는 부분이 제 마음에 남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수 없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남는 마음은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겁니다.
고 3시절의 버겁고 때로는 억울했던 마음들, 내 삶에 집중하지 못했던 아쉬움으로 남은 그 시간들, 그 안에서 느꼈던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지금이라도 부모님께 꺼내어 나눠 보시면 아마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다가도 포기하고 싶어지는 알수 없는 마음을 찾아가는데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인간은 나와 맺은 의미있는 대상과 의미있는 대화를 하며 살아가야 조금 더 생기있는 삶을 살아갈수 있습니다.
현재 마음친구님이 부모님과 어떤 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지속적인 애정결핍이 있다‘ 라고 표현해 주신것을 보면 유추해보건데 그다지 깊이있는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처음 마주하는곳이 가정이지요?
가정 내에서 가족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가? 하는것은 인간의 일생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가능한 범위에서 부모님과 또는 가족들에게 마음을 꺼내봐 주시는것도 다른사람과 조금은 힘들게 관계를 맺어가는 마음친구님의 일생에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가족이 듣던 듣지 않던, 내 마음을 온건히 수용해 주던, 그렇지 않던간에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꺼내어 전달해 보는것은 마음친구님의 관계적 성숙을 이루는데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음친구님
마음친구님은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는 인생 대화를 이미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그러한 마음친구님 내면의 힘을 믿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왜 하필 이때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도무지 어찌할 도리를 모르겠는 삶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모든 별일들을 견뎌내고, 이겨내며 숭고히 살아가는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곱고,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립니다. 모쪼록 오늘의 짧은 상담속 마음친구님에 대한 저의 진실한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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