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1 여학생입니다. 저는 엄마가 꽤 보수적인 편이라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는 것도 올해 처음 해보고, 사적인 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해본 것도 올해 처음입니다.
저희 엄마는 친구들 하나하나 물어보고 누가 누군지 알려고하십니다. 그리고 제 용돈인데도 어디에 썼는지 하나하나 간섭하셔요. 그리고 친구들과 놀때도 무슨일이 있었는지, 누가 나에게 뭘 했는지까지 물어보고 본인 마음대로 판단해서 친하게 지내라, 친하게 지내지마라 명령해요. 심지어 엄마때문에 그 흔한 반장선거나 방송부 면접도 못봤어요.
그런데 친구가 생기고 깊게 친해져보니 엄마의 간섭이 불편해져요. 그리고 초등학교때 제가 상처받거나 은따를 당했을때도 엄마가 나를 혼내거나 나쁜기억을 계속 상기시키는게 싫어서 괜찮은 척 했는데 이젠 상처받거나 주는일도 많아져서 힘들어요.
그리고 전 집이 너무 힘들어요. 집에 있을땐 혼자있을 시간이 없어요. 방에 들어오는걸 당연하게 여기고, 방에는 휴대폰도 못들고가게 해요. 저는 울고싶거나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많아졌는데, 계속 붙어있는것도 힘들어요.
그리고 갈수록 엄마는 나 자체가 아닌 부모님의 보험인 나를 좋아하는 느낌이 들어요. 제 용돈으로 어버이날 선물, 생일선물을 사주지 않으면 혼내고, 성적이 안나오거나 실수를 하면 자식 하나라서 포기도 못하는데 갈수록 말 안듣는다, 지한테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저런다...아빠가 실수할때도 애비나 딸이나 똑같다고 하고...그리고 엄마는 제 꿈은 하나도 응원하지 않는것 같아요. 제가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자 열심히 공부하라 했지만 대학원 얘기가 나오자 돈 많이 든다며 뭐라하고..
전 이런 집에서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6년 내내 잘 버텼는데 이제와서 하나하나 간섭하는 부모밑에서 적어도 성인이 될때까진 버텨야 하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데..학교에 갈땐 즐겁지만 집에 오면 매일매일 죽는기분이에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이렇게 고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친구님의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마음친구님은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상처주는 말투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잘 버텨왔는데 앞으로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가 고민이신 것 같습니다.
사연을 통해서 마음친구님의 시선으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니 답답함과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내 사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고 하시고, 친구관계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하시니 점점 불만이 쌓일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성적이 안 나오면 ‘자식이 하나라서 포기도 못한다’,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라는 말은 너무나 상처가 될 것 같아요. 어머님이 너무 하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엄마에게서 간섭받고 상처받으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할 생각을 하니 매일매일 죽는 기분으로 집에 들어간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제목처럼 부모님과 거리두는 법이 필요하실 것 같아요.
부모와 자녀가 서로 가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어린 자녀가 먼저 부모를 이해하고, 나의 어려움을 이해시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거리를 두면 좋을까요. 우선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며, 강한 영향력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연에서도 엄마의 간섭과 부정적인 말들에 큰 영향을 받으시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간섭은 마음친구님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다만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간섭은 신경 덜 쓰고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섭하는 대상이 나에게 중요한 인물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나에게 부모님이 중요한 대상이고, 부모님의 간섭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 그 만큼의 거리두기를 하실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부모님 특히 엄마를 미워하셔도 괜찮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에게 미운 감정을 느낍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죄책감을 생기게 합니다. 그래서 미운 감정을 억압하게 되고 나중엔 분노와 같은 폭발적인 감정으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엄마에 대한 미운 감정을 인정하게 되면 한 평생 부모를 미워하면서 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엄마의 전체가 아닌 한 부분으로서 미워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은 부모의 부족한 점뿐만 아니라 고맙고 감사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부모 또한 사람이라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런 긍정적인 면도 있구나 하는 균형잡힌 시선을 갖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도 적당한 부모님과 거리두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 시기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과 가치관 등 나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부모와의 적당한 거리두기는 이러한 과정의 일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잘 보내신다면 나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친구님의 고민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어려운 이 순간을 잘 극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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