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가족이라서 제가 피해만 봐야하는 상황이 싫어요

동자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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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사람들은 무책임해서 저는 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
어릴때는 모르고 자랐지만 좀 크고 나니까 부모라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어요. 원해서 태어난것도 아닌데 본인 삶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저의 삶에 장애물을 만들어 놔요. 그런 여러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할머니는 가족인데 어떡하냐 너가 이해해야지 이런 말을 하시는데 저는 지금까지 노력하면서 살아온게 그 말들이 반복되니까 살고싶지 않아요.
할머니가 일하시면서 벌어온 모든 돈을 아빠가 되지도 않는 사업을 한다고 가져가서 망해서 감옥에도 다녀오고 그런사람이
제 아빠라는게 너무 싫어요.
그리고 제일 피해본 할머니가 옹호하는것도 너무 속상하고 답답해요.
지금까지 그래도 잘 자라온거같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자라온 환경 때문에 차별받는 시선도 싫어요.
최근에 가스라이팅 관련된 기사를 보고 저도 가정폭력에서 자라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자라면서 가족들이 욱하고 화내면서 저런 행동은 하지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걸 보면
진짜 삶의 의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요.
지금까지는 노력하면서 살아온게 그래도 뿌듯하다 이제 할머니께 효도 하면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는데, 할머니는 저보다도 제 삶을 힘들게만한 아빠를 옹호하는걸 보니까 이제는 노력할 힘도 안나고 뭘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적어보니까 조금은 후련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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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보니 부모님으로 인한 상처의 깊이가 아프게 다가와 읽는내내 제 마음도 참 아팠습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것도 아닌데 본인들의 삶도 책임지지 못할거면서 왜 내 삶에 장애물을 만들어 놓을까?
무책임한 부모대신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에게 이제는 효도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하다가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아빠를 무조건 옹호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더욱 답답하셨을것 같아요.

저는 참 마음친구님의 이런 고민과 마음이 가엽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고민과 삶의 시간들이 마음친구님이 직접 선택해서 겪은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사회내에서 차별받는 시선을 경험하고 있는 마음친구님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보며 “가족이 뭘까?“ 에 대해 생각되었습니다.
형편과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수 없지만 마음친구님의 어린날 과연 아빠가 마음친구님에게 따뜻한 필요와 돌봄을 주셨을까? 마음친구님이 아플때에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을까? 마음친구님에게 아빠는 그런 돌봄을 기대할 수 있는 대상이었을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보건데 마음친구님에게 아빠는 그런 대상이 되어주지 않으셨으리라 짐작되어집니다.

할머니가 고생고생해서 벌어온 모든 돈을 사업한다며 가져가고, 그 일로 감옥까지 다녀오게 된 아빠를 할머님은 이해하실 수 있으셔도 마음친구님이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저는 할머님께서 다시금 “가족이니 아빠를 이해해야지 어떡하겠니“ 라고 말씀하시면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할머님이 알아들으셔도, 못 알아들으셔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적절히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는것이니까요.
내 마음의 생각을 언어화로 내뱉었을때에 의미가 있고, 또 그 말에 힘이 생깁니다.
그래야 아빠에 대한 할머님의 감정과 마음친구님의 정서가 혼합되지 않고 분리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할머님 또한 가족이라는 말이 가진 껍데기에 매달리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들에 대한 할머님의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여기실수도 있겠지요.
마음친구님은 할머니가 아닙니다.
그러니 아빠를 할머니와 같은 동일한 마음으로 이해하지도, 무조건적인 수용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할머님은 할머니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사는거예요.

자라면서 욱하고 화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지만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을 볼때 삶의 의지가 사라진다는 마음친구님의 마음이 너무 와닿고, 가슴 아픕니다.
가족들로 인해 내가 흔들리고 과도하게 요동한다면 얼른 나로 돌아오는 연습을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 지금‘ 할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고요.
저는 마음친구님이 ‘존중 받아야 마땅한 나의 인생, 그리고 나‘ 에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생긴 모습이나 가진 것, 배운 것이 어떻든 언제나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친구님의 고민사연을 보며 할머니께 효도하며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는 말이 조금더 크게 보였습니다.
마음친구님의 인생에 ‘할머님이 가족이 되어 주셨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아빠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할머니 이실수는 있지만 마음친구님이 효도하며 살아야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할머님께서는 마음친구님에게 사랑과 애정을 진솔하게 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이 ‘할머니와 나는 다르구나‘ 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할머니와 앞으로도 서로에게 따뜻한 돌봄이 있는 가족으로 지낼수 있기를 마음다해 바래봅니다.

마음친구님은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누고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며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꼭! 믿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는 마음친구님의 삶이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삶이라는것을 진심을 다해 응원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마음을 경험하고, 아픔으로 가득찬 삶을 마주할 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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