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중등도 에피소드 f321 진단받은 환자입니다.

회중이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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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분들 좀 있으시겠지만 저는 엄청 맞으면서 컸습니다. 돈에 쫓기며 겨우겨우 살아오던 집안이라 그런지 부모님의 공부기대가 커 엄청 잡혀오며 살아왔던거같습니다. 한번은 어머님께서 부엌에있는 식칼을 들고오시더니 어리고어린 제 얇은 목에 얇은 칼날을 대고 같이 죽자, 제가맞춰놓은 레고들을 다 부셔놓고 다시 만들어라, 피시방만가면 엉덩이에 새겨지는 퍼런 멍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였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냐면 구석에있는 먼지들을 다 먹으며 초등생 3,4학년때쯤 죽자 이런생각을 할 정도로 죽고싶고 가출하고싶었습니다. 어머님은 잘 되라고 하신것들이 제겐 모든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가끔 생각도나고 지금나이 24살, 어찌해야할지몰라 약만 복용중인데요 폐쇄병동 3달간 입원도해봤었고 약도 늘려봤었고 아무런 효과가없습니다. 같이 옆에서 큰 동생은 멀쩡한데 저는 왜이러는걸까요 술이나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클정도로 활동을 못하겠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희망도 빛도 안보이구요 한 5년 ? 정도 마음병원 다니고 난 후 진단내용들을 보니 (F102)알코올의 의존증후군, (F410)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 , (F321)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이렇게 세개진단이 나왔네요 사람들 많은곳에 가지도 못하겠고 피하게됩니다. 모두가 저를 보는거같고 심할땐 식은땀까지나며 무척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로라도되는 말 좋으니 뭐라도 말해주세요.. 아 그리고 제가 술버릇이 대인관계가 다 끊어질 정도로 되게 안좋은데 이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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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마음친구님의 글을 읽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는지요..
24세이시면 한창 젊음을 누리며 살아가실 수 있는 시간이실텐데, 어릴 적 고통이 마음친구님의 발목을 잡고 힘드신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 형편도 어려우셨는데, 어머님의 끔찍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살아오셨네요. 그러다 보니, 10살 남짓 된 나이때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하시게 되셨구요..
아이한테는 부모가 세상 전부인데, 그 세상이 나를 때리고, 칼을 들이대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어린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은 그 아이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하찮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을까요?

부모님이 어떠한 좋은 의도로 때리고 부수고 하셨더라도,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가 받는 느낌입니다. 폭력적인 행동은 도저히 나를 사랑하고, 내가 잘 되라고 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어린 아이는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구나. 나는 참 못난 아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어머니가 자기한테 한 것처럼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마음으로 비난하고 학대하며 살아오신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대인관계시 부모와의 관계를 재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나의 아버지, 어머니와 지내는 것처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친구님은 폭력적인 어머니를 대하듯이 세상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거 아닌가 긴장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들을 보게 되면서 식은땀이 나고, 힘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친구님은 누군가 기대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술이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술은 언제든 손쉽게 내가 원할 때 항상 내 곁에 있고, 술을 먹으면 순간적으로는 이완되고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동생과 비교되는 마음도 있으시군요.
동생은 현재 잘 지내고 계시는 것 같아 보이지만, 또 다른 형태로 어릴적 상처의 고통이 나타나고 있는지 좀더 잘 살펴봐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음친구님과 동생의 어릴 적 환경이 같아 보이지만, 두 분의 기질도 다를 수 있고, 동생이 태내기 태아였을 때의 가정 환경, 부모라는 환경과 마음친구님이 태아였을때의 환경의 차이가 미세하게라도 달랐다면 조금씩 다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치만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동생도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왔다면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시거나 또 다른 형태의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생과 비교하시면서 더 자책하시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안 좋은 술 버릇으로 대인관계가 끊어질 정도라고 하시면, 님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자책하는 마음이 크시겠네요. 그러면 자신감이 낮아지시면서 사람들 대하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도 마음친구님이 병원에 가서 약물치료, 입원치료도 받으셨네요. 스스로는 큰 도움이 안 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릴 적의 트라우마나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마음친구님, 지금 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입니다. 적극적으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으시면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예를 들면, 이불 정리, 방 청소하기, 몸에 좋은 음식 먹기, 하루 술 안 먹기 등) 하신 후에, 스스로를 많이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면서 스스로를 사랑하시는 연습을 많이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음친구님이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며 이렇게 살아오신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음친구님 언제든 필요하실 때 또 상담 신청 하시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상담 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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