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기연민에서 벗어나는 법

건강곰돌이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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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성인입니다
한참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있습니다
사실 그보다도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힘이 마련되어있어야 하는 연령입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정신질환이 있는 보호자분과 함께 살면서 여러 스트레스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어린이한테는 부부싸움이 전쟁과 같은 공포라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저도 겪었던 모든 일에서 저런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요.
그렇게 겨우 청소년기를 보내고나니 대인기피증과 사회공포증이 생기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과 여러 인지적 오류로 은둔형외톨이처럼 지냈습니다
저는 언제나 남들과 다르다, 난 절대 남처럼 될 수 없다 그들처럼 당당하고 잘 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아서
스스로 벽을 만들고 고립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 이해받지 못했다 못한다는 느낌과 욕구불만에 위축되고 억압되어있었어요

그런데 지금보니 어느순간부터는 실제보다 더 자기연민에 빠져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것같아요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고 각자 먹고 살기바쁘고 자기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사람들인데 타인에게 자꾸 기대려하고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하는데
나는 힘들다 나는 못한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 늦었다 나는 해낼수없다 등 자기연민적인 사고가 심해서 잘해보려다가도 항상 다시 무너지고 우울에 빠지고 당장 제게 필요한 실제적인 생활이 아닌 엉뚱한 것에 기대려고 합니다 이미 여러번 받아봤던 상담이나 정신과라든지 그런 것들이요
자기 연민적인 사고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저를 이해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자기연민일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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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써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마음친구는 힘든 과거를 보내고, 스스로 자기연민에 빠져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어 찾아오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친구의 글을 읽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스스로 처한 상황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헤쳐나가려고 고군분투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담담한 듯 글을 써내려갔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모쪼록 오늘 상담을 통해 어떻게하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그동안 이 곳 마음하나에서 20대 중반의 취준생 마음친구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20살이 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진정한 어른이 되는 시기는 이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친구도 현재 나이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하는 연령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25살도 충분히 어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나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직장이라는 것을 구하면서 막 진정한 사회에 혼자서 발을 들여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겁이나고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친구가 가정과 학교에서 불행한 일들을 겪어왔기에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인내하는 것이나 좌절을 이겨내는 면에서 이론적으로는 취약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 처럼 잘 살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은 마음친구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상황을 파국화하는 인지적 오류라는 것을 마음친구도 이미 잘 알 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어떤 정신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취약함이 낮아질 순 있지만 기질적인 것이나 미래에 발생할 스트레스 요인이나 외상사건이 얼마나 힘든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 만별이고, 개인에 따라 그것도 다양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그저 현재의 잠깐의 모습으로 타인이 나보다 행복하고 잘사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동안 어떠한 약물을 섭취했고, 어떤 심리치료를 받아왔는지 알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친구가 나름대로 그동안 왜 힘들었는지 과거에서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나 인지오류에 대해 알고 있고, 여러가지 문제들을 분석하려는 점에서 여러가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엉뚱한 곳에 기댄다고 생각하지만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데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은 매우 잘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마음친구가 원인과 문제를 분석하는데 있어 도움을 받고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서 해결책을 생각하는데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이나 마음친구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친구 스스로가 '자기연민'에 빠져있다라고 자꾸 생각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자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을 과거에서 찾고, 스스로를 어떤 환경에 대한 피해자이자 불쌍한 사람이며, 어떠한 인지적 오류에 빠져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마음친구를 '자기연민'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친구에게 '수용전념치료'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수용전념치료는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고통'과 함께 라고 말합니다. 인지치료가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바꾸어준다면, 수용전념치료는 어떤 것을 너무 억지로 애쓰고 바꾸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고통을 '수용' 하고 생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마음친구가 '자기 연민'이라는 것을 지우려는 것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자기 연민을 지우려고 억지로 애쓰는 과정에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고, 이러한 괴로운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더 그러한 생각과 감정에 빠져버리게됩니다. 어느 정도 '자기 연민'에 빠지더라도 그냥 그대로 둬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마음친구가 일상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그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언어적 의미'를 붙이는 순간 그 언어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취업'이라는 단어는 그자체로 직업을 얻는 것이지만 여기에 취업은 어렵고, 취업은 힘들고, 나는 할 수 없는 것 등을 생각해버리면 정말로 취업 그자체가 어렵고 힘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느낌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꼭 구분하셔야 합니다.

덧붙여, 자신에 대해 정의할 때도 일반적으로 '나는 힘든 사람', '무엇을 해도 늦은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한 인간을 단지 어떤 사람이라고 일반화 시킬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인간은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나쁜점도 좋은점도 있는 복합적이고 복잡한 존재입니다.

나아가 마음친구의 삶이 그저 과거와 자기연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무엇으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마음친구는 1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나요? 무엇을 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마음친구에게 괴로운 감정이 들더라도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하면서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음의 속이 아니라 밖의 세상에 더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당장에는 위의 이야기들이 어렵고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친구가 지금의 복잡하고 힘든 심정을 없애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용하고, 현재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도 하루에 한 두가지 하려는 작은 노력에서 어느새 바뀌어 있는 마음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마음친구에게는 생각보다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오늘 상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멀리서 나마 마음친구를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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