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립했지만, 아직도 어려워요.

쏘햄찌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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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서른을 넘기고 자립을 시작한지 7개월차. 집에서 탈출하기 급급해 내게 맞지 않는 곳에서 속을 무너트리며 4개월을 일하고, 집을 나오고 나서 쉬고싶은 마음에 퇴사하였지만 그 4개월 근무 이전까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해 모아둔 것이 없어 두달을 얼레벌레 쉬다가 생활비라도 벌자며 겨우 구한 아르바이트도 5개월만에 트러블로 그만두고, 알바하면서 짬내서 자격증 따려고 끊어둔 학원 수강은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 초중순까지라 그 사이 또 일을 구하기 애매한데 천천히 줄어가는 통장을 보며 이게 맞는지, 갑갑하고 내 공간이 없던 본가에서 나온 것은 좋지만 돈 문제에 병원 가는 것도 고민하고 미루게되고 그렇게 마음 편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안하고 서러워서 새벽을 지새우고 맙니다.

자립은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많은 것들에서 온전히 자립하지 못한 것 같아요. 너무 늦된 자립이어서일까, 그저 여러 상황들이 따라주지 않아서일까, 하며 문득 마음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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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전산상의 이유로 마음친구님을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지난 일주일 잘 보내셨나요?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혹 좋은 일이나 아무 걱정이 현실되지 않은 보통날은 있었을까요? 더욱이 궁금한 날입니다. 마음친구님은 자립을 결심하고 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표 하나로 나 자신을 희생해가며 일년을 넘어가는 시간을 투자하였는데 당신께서 생각하신 그림과는 다른 현실에 두렵고 서글프고 답답한 마음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마음친구님! 누군가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또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 큰 결심이 쌓이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을 버티고 견디셨겠지요. 사실 경제적인 상황은 나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에 흔한 취미생활,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내가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자금의 여유를 얻어야만 숨통이 트일까 하는 우려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글을 읽는 내내, 저도 마음친구님과 똑같이 홀로 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마음친구님의 고민에 십분 공감이 되네요. 세상 어느 곳을 가도 어쩌면 집에서 가만히 있는데도 소비는 계속해서 해야하고 꼭 필요한 것이니 사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거든요.

자립. 스스로 일어선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저는 항상 이것 이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이고 나의 삶을 내가 책임져보겠다는 다짐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죠. 마음친구님은 자립하신 과정이 마음친구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요? 제가 마음친구님의 자립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짧게 표현된 몇 문장에서도 당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느껴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삶을 살기 위해 뛰고 계신다 감히 존중과 감탄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자립을 해서 내가 살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께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요. 당신의 말씀처럼 그저 여러 상황들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아직 많은 것들에서 온전하게 자립하지 못했다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하나씩 내가 부족한 것. 할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셨을 때일까요? 만약 그런 것들이라면 그 중에서도 내가 다른 것들로 대안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저 같은 경우는 자립 초반. 마음친구님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경제 관념이 부족한 탓인지 저금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남들은 최저시급받아도 잘만 절약해서 돈을 모은다는데 나는 왜 이렇지?' 하며 자책하기도 하고 무작정 돈을 모아놓고 다음달에 채워넣어야지 하면서 돈을 빼쓰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를 쓰기 시작했어요. 가계부도 성실하게 쓰고요. 매달 나가는 고정금액을 파악하고 나니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내가 줄일 수 있는 부분, 과소비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여유금액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어요. 저 역시도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열심히 절약과 제테크를 공부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마음친구님의 자립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함께 하면 어떨까요?

마음친구님. 어른들도 상처 받고 똑같이 그 상처를 발판 삼아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주세요. 내가 30이 되고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상처를 입어봤기 때문에 치료하는 방법,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지 상처를 안 받는 방법을 익힌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요.

마음친구님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희망차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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