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에 가을학기로 4년제 대학을 막 졸업한 취업준비생입니다. '취업성공'이라는 표면적인 목표만 생각한 채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랄 판에 '마음하나'에 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실은 저에게는 취업이 어려운것 이전에 저의 인권, 생명이 더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상담 신청 계기
상담글을 올린 직접적인 계기는 바로 아버지의 진로 강요입니다. 아버지는 2021년도 1월부터 지금까지 제가 기억하는 것만 도합 네 차례나 저에게 '공무원이 되라'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십니다. 이야기의 논조랑 대화의 흐름은 늘 이렇습니다.
(아버지 : A, 나 : B)
A : 아빠가 회사에서 지방출장을 다녀보니 인구도 별로 없는 군소도시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편하게 일하더라. 네 나이 또래더라고. 그래서 그런데 아빠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들이 공무원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아니면 공기업에 들어가던지.
B : 아빠, '공무원'과 '공기업'은 아예 성격자체가 다르고 시험과목의 특성도 달라요. 그러니 두가지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취준생 입장에서는 버거운 일입니다.
A : (인상을 쓰면서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아빠가 그냥 하는 말이야! 아빠가 하는 말이면 그냥 들어. 너도 네 나름대로의 생각은 다 있겠지만 부모가 하는 말이면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어.
B : 저는 '공무원'은 제 적성이 아니에요. 죄송하지만 공기업이든 공무원이든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것 자체에 대해 학부시절부터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A : 야! 그렇게 단칼에 무자르듯이 '난 싫어요'하면서 거절하지 말고. 그냥 생각은 한 번 해봐. 결정은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더라도 생각은 해보라는 뜻에서 한 말이야.
...
(이후 같은 취지의 말 반복 + 일장연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혹은 긍정의 표시를 하지 않았는데) 두 번 이상 권유하면 그건 강요이고 폭력입니다. 아빠는 '결정권'만 상대에게 맡기고, 자신의 권유(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조언')는 상대의 의사나 반응과는 관계없이 중단하지 않고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강요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 그간의 일들
사실 앞서 언급드린 표면상의 사유는 단지 이 대화주제(진로문제)가 뇌관이 되어 표면화된 사건이고 현상일뿐 아버지의 본질적인 문제는 '일방적인 성격'이라는데 있습니다. 자녀라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중단해야 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만큼 끝까지 다합니다. 그걸 듣고 있으면 고문받는 느낌입니다.
이외에도 여러상황들이 있지만 모두 술회하기는 참 어려워요. 어쨌든 저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
*어릴적(유아기 ~ 10대 중반)
10세 무렵 :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싫은 행동, 저의 기분에 대해 말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사소한 것 가지고 삐치지 좀 마라! 우리 가족 아무도 안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냐!"
→ 이러한 공격적 방어태도는 지금까지 말의 표현이 바뀔뿐 계속됨.
*성장기(10세 ~ 19세)
- 학교폭력(ex. 성폭력, 감금, 절도 등)을 당하고 돌아와도 나를 비난&훈계("너는 사내xx이 멍청하게 당하고만 들어오냐!"). 심지어 담임교사에게 연락을 해 사건을 무마하려고까지 했고, 사건을 공식화하려는 나에게는 포기할것을 종용까지 했죠.
- 이 시기에 처음 자살시도를 하려다가 포기함.
→ 당시 저의 목표는 하루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폭력의 현장(교실)을 벗어나는것이었을뿐 전공을 무엇으로 할지, 무슨 분야의 진로로 나아갈지 생각조차도 못했습니다. 8세 ~ 19세 기간 동안의 12년 제도권 교육을 받으며 커왔던 이 기간을 저는 아직도 떠올리는 것 조차도 싫습니다. 이 기간이 저에게는 '교육과 성장'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악몽 같았습니다.
*20세 이후
- 저는 19세에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애초에 20세에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22세에 전역 후 휴학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19세 11월 ~12월에 5년 단위의 인생 플랜(20 ~ 25세)을 세워두고 있었죠. 제가 '20세에 바로 입대를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아버지께 얘기하자마자 아버지는 갑자기 고함을 치며 베개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며 겁을 주었습니다. '대학1년만 다니고 가! 20세에 바로 입대를 못한다.'라며 자기주관에 따른 생각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더니 '네 멋대로 할거면 당장 집에서 짐 싸들고 나가!'라고 경제&주거로 협박을 했습니다.(욕설 & 주먹으로 바닥 내려치기 & 물건 던지기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 폭력을 제외한 모든 폭력을 행사함)
→ 이 날 이후로 아버지 앞에서 대립되는 의견을 말하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함. 아버지의 강요 때문에 빼앗긴 나의 인생 1년(22세가 아닌 23세에 사회에 나와야 했던 상황)에 대한 원한이 생김.
*23세 이후
- 제가 전역을 한 이후 갑자기 아버지는 '이제 난 너에게 해줄만큼 다 해줬다. 낳아주고 키워준것만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너 대학공부까지 시켜줬으니 이제 나머지는 네 몫이다. 네가 알아서 해라.'
→ '안정된 정서'로 자라지 못하고, 자기의사결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강요받아온 사람에게 '생물학적 나이'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에만 성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아버지가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심리상담센터 등에 문을 두드려 주호소문제를 얘기하더라도 모두들 관념적인 해결책만 제시할뿐 실제로 저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도움을 알려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족센터'의 상담관(자녀가 있는 중년 상담사)은 저를 비난하는 역전이까지 보였습니다. 다른 상담센터의 상담사들도 '아버지를 이해하려 해보라'는 등 구태적이고 부모주의적인 얘기로 저를 훈계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아버지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조언을 얻고자 법률상담을 했는데 변호사가 저를 보고 '문의자님이 아직 인생을 덜 사신것 같다.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에 그냥이란건 없다.'는 식으로 저에게 도덕적 훈계를 하는것이었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제가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했던 곳들(ex. 경찰, 법률상담, 심리상담소, 청소년자립지원센터, 가정폭력상담소 등)의 담당자들 자체가 '자녀를 가진 성인'인 사람들이었고, 공통적으로 자기주관을 섞어 부모의 행동에 서사와 이유를 달며 옹호를 한 봉건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저에 대한 비난과 훈계 때문에 '내가 패륜아인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죠.
○ 나에게 필요한 것들, 내 마음의 우선순위
솔직히 저는 꿈이 없습니다. 경제적, 주거적 자립능력을 갖춰 물리적으로 부모와 떨어지는 것, 부모의 폭력과 강요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생각하고 살았을뿐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할 수 있는 정서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취업이 안돼서, 어려워서 힘든 심리도 물론 힘든것은 맞지만 저도 '취업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1차원적인 무게만 감당하고 싶습니다.
힘든것에서 도피하는 심정으로 진로를 준비하려니 '마음이 너무 슬프네요'. 가정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경제적 자유만을 위해서 취직을 준비하려니 의욕이 안생깁니다.
○ 맺음말
두서가 없고 단일적인 문제가 아니다보니 다소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글일것 같아요.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진로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아버지가 강요하는 진로(공무원)에 올인해서 그 진로를 이뤄버릴까요? 아니면 내심 제가 하고 싶은 다른 진로나 (명확하지는 않아도)조금이라도 제 수준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라도 일단 들어가서 '백수 신분'을 탈출하는게 우선일까요?
현재는 어느 쪽으로든 현실적으로 취업성공에 집중을 해야 할 시기인데 나침반의 방향조차도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취업이 되면 인연을 끊고 아예 접근을 차단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계속 제가 준비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캐묻습니다. 알려고 하십니다.
거짓말을 하고 별도의 취업준비를 비밀리에 하는게 좋을까요? 온갖 문제와 잡념이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꼬여있네요. 2023년 새해만큼은 결론없는 방황은 멈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용기 내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친구님의 글을 읽어보니 지속된 아버지와의 관계의 어려움과, 현재 취업과 관련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이 힘든상황이신것 같아요. 힘든 심정을 글로 다 담기 어려우셨을텐데도 상세히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진로 문제이신것 같은데요. 진로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간섭하시고 조정하려고 하시는 느낌이 들어서 더 힘드신 것 같습니다. 확고하게 본인의 길을 알고 있다면 아버지의 강압(?)을 설득하실 수 있으실 수 있을 텐데 . 그렇지 못한 상황에 마음친구님께서 더 혼란을 겪으시는 것 같아요.
글을 읽어보았을 때 마음친구님은 조리있게 설명을 잘하시고 합리적이신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런 본인의 장점을 알고 있으신지요? 취업을 하고 싶으시지만 현재 준비되어 있는 것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시고 좋아하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 관심분야는 어느쪽인지, 잘할 수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상에서 노홍철이 진로로 고민하는 청년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정말 중요한건 네가 얼마나 진짜 그일을 좋아하는지야. 너의 기준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주위에서 친구들이나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너가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정도로 좋아해야해. 나는 방송을 하고 있을때 내가 좋아하는 에너지가 보였나봐.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서 나를 찾아줬어. 너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진짜 좋아하는 일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그거 진짜면 그거 해. 근데 자신없으면 해야되는거 해. 그게 맞아. 우리형 처럼 책많이 보고 남들이 좋다는 길 가. 꼭 그렇게 해 아니면 후회해. 너가 하는 일 진짜 좋아하면 그렇게 해야된다."라고 조언해줬던 말이 마음에 남아요. 혹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계실까요? 이걸하면 행복해진다라고 생각하는게 있으신가요?
고민이 많으셔서 주변에 도움받을 만한 곳을 많이 다녀가신것 같아요. 그러나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곳을 없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러움이 가중되었을것 같아요. 인생은 누구도 선택해줄수 없잖아요. 본인의 선택만이 있을뿐.
주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게 중요할 때도 있지만 가끔 본인의 소리에 집중할때도 필요한것 같습니다. 지금이 그럴때인거 같기도 하구요.
그간 살아오신 여정을 보면 아버지의 간섭으로 인해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전하고 실패와 성공을 해본 경험이 부족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결정하려고 마음먹는 큰 도전을 하시려는 것 같아요. 불안하고 걱정도 되고 막연한 마음이시겠지만 스스로 결정하시려고 하는 그 마음을 응원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성공하더라도 마음친구님의 인생에 좋은 밑거름이 될거라 믿습니다.!!
글 속에서 마음친구님의 의지가 느껴지고 다부지신 성격이 느껴져요. 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추진하시면 잘 해나가실것 같다는 믿음이 갑니다.!!!
목표를 잘 세우시고 도전하시길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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