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체념하면서 살다가 한 번씩 감정이 욱하면
눈물이 끊이질 않고 헛구역질 나올 정도로 계속 울다가
머리 아프고 속 안좋은 채로 잠에 드는데
그냥 뭔가.. 마음이 되게 공허해요
텅 빈 거 같고...살아갈 이유를 찾질 못하겠어요
부모님은 제가 죽으면 슬퍼하겠지만
제가 힘들게 아득바득 버티면서 사는 것보다
그냥 편안하게 떠나는 걸 어쩌면 더 바라시지 않을까요
사실 그럴리 없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냥.. 이제 제가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몸도 이곳 저곳 아픈데 공부는 해야하고
근데 또 아프니까 공부는 손에 안 집히고..
이런 제가 너무 한심해서 또 우울해지고
성격도 얼굴도 어느 하나 제 맘에 들지 않는데
이 몸으로 앞으로 몇십년을 더 살 걸 생각하니까
너무 두려워요. 이 거지같은 날을 계속해서 버틸 걸 생각하니까..
다들 그러죠. 쉬어가도 괜찮다고..
근데 내가 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텐데
그걸 지켜볼 자신이 없어요
죽는 것도 무서운데
앞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게 더 무서워요
부모님께 이런 생각을 말씀 드렸을 때 날 어떻게 생각할 지가 너무 두려워요
힘들면 좀 말해도 될텐데 쉽게 입을 못떼고
내 아픔을 털어두는 것보다 그냥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요
세상에 나만 붕 뜬 기분이고
세상은 열심히 돌아가는데 나 혼자 멈춰있는 거 같아요
사실 평소에는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잘 지내요
그러다보니까.. 난 진짜 우울한 게 아닌가?
남들 다 우울하다고 하면 밥도 안 넘어가고 웃음도 안 나온다는데
웃음이 잘만 나와요. 밥도 잘 넘어가구요
그러면 나는 내가 꾸며낸 우울로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건가
하지만 내가 꾸며낸 우울이면
이렇게 힘들리가 없는데... 내가 웃는게 잘못된 건지 우울한게 잘못된 건지..
주변 다 문제 없는데 나 혼자 끙끙대니까
이유를 나한테서만 찾고
나를 탓하고 나를 미워하고
이제 지쳐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해야할 것은 많은데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에 안드는 것도 많고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데 뒤처지는 것만 같고.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보면 그러고 있는 자신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자 외롭고 우울하고 힘이 들다고, 지쳐서 이제는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정말 마음친구님께 도움이 되는 건지 저도 고민이 됩니다.
'이렇게 산다'고 말씀하신 것은 이런 생각속에서 허우적대며 살고 있다는 의미이실까요. 또한 이렇게 살면 희망도 없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듯 합니다.
우울이나 불안은 사람들마다 견디어내는 방식들이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욱 활발하고 명량하게, 즐겁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다가 집에 돌아오면 턱~ 하니 쓰러져버리기도 할 것이고(이럴 때의 공허함이란....), 어떤 이들은 방콕하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오지 않는 것으로 견디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먹는 것으로, 무언가 돈을 쓰는 것으로 또는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 또 그밖의 다양한 방식들로 나름대의 우울과 불안을 드러내거나 감추거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마음친구님은 평소에 웃기도 잘하고 장난도 잘하고 잘 지내다가 갑자기 감정적으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이면 느껴지는 감정들이 참 싫었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자신을 직면하고 바라보는 순간이겠지요. 아니면 정말은 우울한데 그렇게 별일없이 잘 지내는 척 했던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든 다 괜찮습니다. 웃는 것도, 우울한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부터 출발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떠세요.
내가 잠시라도 쉬면 뒤쳐질 것 같은 마음이 주는 조급함, 공부도 잘해내야한다는 압박감, 세상이 열심히 돌아가는 만큼 <나>도 열심히 열심히 돌아가야하는, 발전해 나가야만 된다는 의무감.....이렇게 안되면 <거지같은 삶>이라고 생각되는 그 생각들이 마음친구님께 얼마나 강하게 신념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요.
<비합리적인 신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맞습니다. 어쩜 지금 마음친구님께서는 이런 비합리적인 신념들에 압도되어 숨쉬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왜 마음친구님은 이런 생각들에 압도되어 버거워하게 되었을까요. 그런 마음친구님의 지나간 삶의 여정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합리적인 신념이라고 말씀드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들 속에서 마음친구님께서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런 욕구와 열정 또한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죽는 것이 편안할' 것이라고 말하는 만큼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욕구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말씀드린다면 너무 어이가 없으실까요. 그러나 그렇습니다. 마음친구님 마음 한쪽에는 열정, 기대, 욕구들이 가득하다고 말이지요.
얼마전 공험함에 대한 글을 올리신 분께 댓글상담을 적으면서 적었던 5단계의 방법을 그대로 올려보겠습니다. 마음친구님께도 그 방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한번 읽어보셔요. 그리고 그 다음이 더 필요하다면, 혼자서 어렵다면 상담도 권해보겠습니다.
① 무언가 해야한다는 생각과 행동을 멈춰야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린 비어있는 마음을 채우기위해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할수록 더 큰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들지요. 그러니 멈추어보지요.
② <나>의 공험함을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자신이 느끼는 문제들을 직시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마주할 수 없다면, 무언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과도한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활동을 피하거나 일상에서 과도한 긴장감, 떨림 속에 있게 되거나 의욕이 상실되거나 하는 것들을 수반하면서 말이지요.
③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나>의 필요가 무엇인지 마음친구님 자신에 대해 천천히, 객관적으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감정적인 접근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탐구해 본다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신다면 좋겠습니다. 공허함은 무언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때, 그것이 반복되어질 때 블랙홀처럼 공험함이라는 감정속에 빨려들어서 허우적대는 것이라고 한다면, 먼저 <무엇이 필요했었기에>를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내가 좌절한 것이 무엇이었는가>의 내용이 포함되기도 할 것입니다.
④ 그리고 잘 모르겠다면 그대로 두시고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꼭 채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의 공허함>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덜 조급해지고, 조금은 덜 불안해 질 것입니다.
⑤ 햇빛속에 나가서 걸어봅니다. 그저 천천히 햇빛에, 잔잔한 바람이나 쌀랑한 찬바람을 느끼면서 걸어보는 것입니다. <그저 그대로인 나를 내가 받아주면서>, <모자란, 허무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이라고 생각되는 꼬리표를 떼고 걷는 것입니다.위의 순서대로 우선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반복이 필요합니다. 한번에 금방 해결되지는 않으니까요.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