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다니던 무리가 한 15명 정도? 여서 제가 올라간 고등학교에 같이 간 친구가 5~6명쯤 됐어요. 중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많이 간 고등학교예요.
그 중 한명이 올해 같은 반이 됐어요. 이게 문제의 시초랍니다 하하...
1학년 때는 아무도 안 붙었지만 나름 잘 지냈어요. 2학년에 올라와서는 성격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앞 뒤에 앉은 애들이나 같은 선택과목 듣는 애들이랑 전부 친해지고, 그래서 중학교 때 같이 올라온 친구가 더는 급식 안 먹는다고 말해서 밥을 혼자 먹는 상황도 6월쯤 지나니까 더는 생기지 않았어요. 이렇게 보니 관계도 노력이다 싶더라고요. 항상 먼저 찾아간 친구들이 이제는 제 책상에 모였어요.
근데 문제는, 같은 반이 된 중학교 때 친구가 너무 특별해졌어요.
처음에는 단지 그냥 같은 반이 된 중학교 친구. 딱 이정도 였어요. 둘이서 하는 활동이나 밥 먹을 때 걱정이 없게 해주는...? 그 친구도 저를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서 2학년 때는 친구보다 공부겠다 싶었죠.
분명 그랬는데 그 친구가 너무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와, 나 동성애자야? 이러다 머리 한대 치고 정신 차렸어요. 야, 너 기독교야 정신차려. 이러면서. 그런데도 자꾸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너는 나를 그 이상의 친구 관계로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너와 주말에 만나서 노래방도 가고 카페도 가는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 너라면 손해보는 거 끔찍히 싫어하는 나지만, 손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유치했죠.
그 친구도 자기와 맞는 친구를 만났어요. 약간의 오타쿠 기질이 있던 터라, 조금 더 그런 기질이 있는 친구들하고 친해졌더라고요... 일본어를 하면서 애니를 따라하듯 하고, 제 이름 뒤에 짱 붙여서 말해도 귀여웠어요. 나 진짜 미쳤구나 싶었기도 했어요.
근데 다들 말하는 친구관계와 저의 친구관계는 항상 달랐었어요. 반에서 욕한번도 해본 적 없고, 수업 잘듣고, 선생님들이 좋아하게 생긴 그런 모범생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런 사람 아니라면서 부인했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다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 친구는 툭하면 수행평가나 숙제를 미루고 미루더니 그냥 안해버리거나, 조별과제에서도 딱 자기 할일만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거의 제가 다 챙겨주면서 이렇게라도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죠.
어느 날 친해진 한 친구가 저와 중학교 친구를 보면서 제게 '사리야, 왜 얘랑 다녀?'라고 물어볼만큼, 저와 그 친구는 지금 만났다면 친해졌을리가 없는 성격이었어요. MBTI조차 정 반대였습니다.
다같이 다니다 보면 분명 제 주위에 있는 애들한테 신경을 써야 하는데 조금 떨어져 노트북만 보는 그 애가 자꾸 신경쓰이고, 나만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중학교 때 친구가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어딘가를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면 기뻐서 같이 가게 돼요.
그런데 자꾸 헷갈려요. 그 친구도 점점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연애감정×) 저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꾸 밀당하듯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를 반복하니까 감정기복이 라푼젤급이 되었어요.
그 친구가 친해진 친구들과 같이 웃는 걸 보면서,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혼자 상처받고 울었었어요.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런가 싶어서, 나한테 부족한건 아무래도 이거밖에 없다 생각하며 트위터를 깔아보려다가 다른 친구가 안했던 사람은 안하는게 좋다길래, 그건 내가 아니라 그 친구가 노력할 문제라길래 안 깔았어요.
그 친구와 주위에 있는 애들과도 친해져보려 다가가고, 결국 모두와 친해졌지만 그 친구는 이제 저를 더 싫어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애들이 말하는데 말하는 족족 들리는 단어가 뭔 말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모르는게 약이야라고 말했어요. 네이버에 치니까 청소년에게 어쩌고 하면서 안 나오고, 그래서 다시 트위터를 깔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안 깔기로 했습니다... 눈물이 나왔어요.
가장 상처받은 건, 수학여행 때 였어요. 수학여행 방을 정하려는데 저희가 3명이서 꼭 같이 다니거든요. 아무리 다른 애들이 끼고 떨어져도 3이서만은 꼭 함께 다녔어요. 방 인원이 3명이래서 딱 떨어진다 싶었거든요.
같이 밤샐 생각하니까 진실게임하면서 서운했다고 털어놓을까 계획을 짜던 찰나에.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근데 나 다른 방 가서 있느라, 밤에 안 들어갈지도 몰라."
순간적으로 뭐? 라고 되물을 뻔했어요. 눈물날 것 같아서 손톱을 손바닥에 박고 칠판만 쳐다보며 그래. 라고 겨우 대답했어요. 근데 방배치는 번호순이었고, 점호시간 이후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학교 망해라!) 한숨만 나왔죠.
근데 다행히 같이 다니는 3명 중 저와 그 친구를 제외한 한명이 제 앞 번호여서 같은 방이었답니다... 그래서 저희 방에서 기다리는데, 그 친구가 안 오는 거예요.
찾으러 갈까 생각했어요. 근데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나면서 괜히 분위기 깨러 가지말자라고 애써 스스로 다독인 것 같아요.
그 때 점호 끝나고 씻으면서 처음으로 욕한 것 같아요. 뭐야, 이 새끼 뭐하는 거야. 왜 안와. 둘째날 밤에는 저희 방으로 놀러온다고 말을 하길래 우울한 기분이 싹 날아갔어요.
벨소리가 나서 달려갔어요. 멍청이같이 걔가 우리방에 계속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몇마디 앉아서 하고, 3분만에 나갔어요. 다른 애들이랑 야식 먹기로 약속했대요. 나랑은, 단 한번도 안 그래놓고.
그렇게 수학여행이 끝나면서도 끝까지 그 애는 버스자리조차 나랑 앉지 않았어요. 단체사진?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그 애가 내 옆에 있는 건 2개뿐이에요. 그 중 하나는 제가 옆에 있는데도 다른 애 팔짱을 끼고 몸을 아예 그쪽으로 돌렸더라고요? 미치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말 한번 걸어주면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어요.
이러면서도 그 애가 나랑 안다니다가 갑자기 다가올 때, 든 생각이 이랬어요. 그냥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한달만 더 버텨보자. 갈수록 깊어지는 마음이었지만, 더는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라 이제는 무시하고 망각해야 겨우 감당 가능한 크기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집착을 끊어야하고, 제가 마음을 눌러야 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아예 안 친해지게 내 쪽에서 손을 놓으면 다 끝나는 건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내게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그 애 모습을 상상만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잠을 못자겠어요. 하루종일 더 가까이 가지마, 더 집착하지마, 울지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수업까지 듣고 수행평가 하니까 이미 그 애 생각을 떨치는 무의이한 짓에 판단력을 다 써버려서 피곤해 미치겠어요.
요새는 더 돌아버릴 것 같아요. 전에는 애칭으로 불렀다면, 이제는 애칭으로도 부르지 않고 (약간 샬롯이라는 이름이면 '로티 → 샬롯') 단톡방에서 읽씹하고... 워낙 다른 톡들도 많아서, 그냥 못 읽은 거라고 생각해봐도 나한테 정떨어졌구나 라는 생각이 가득해요.
내가 집착하니까, 자꾸 너한테 목을 매니까 그런거라 생각해서 최대한 그 친구한테 보내려던 톡을 안 보내고 있습니다.
제발 싫어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빌기도 했어요. 왜 이리 좋은지 이유라도 알면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유없이 좋아서 싫어할수도 없어요.
근데 이제, 더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저 자체가 혼란스러운 느낌이라, 고민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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