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이 너무 미워요

혜림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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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너무 미워요. 그런데 끊지 못하는 저 스스로도 너무 싫습니다.
어렸을때 가정불화로 저와 남동생은 보육원에서 자랐어요.
이제 성인이고 독립도 했는데 여전히 이 기억에서 못 벗어나서 지겨워요. 계속 발목을 잡고 따라다는것 같아요.
아픈 엄마가 저한테 아빠 욕을 하는것도 지겹고 그와중에 넌 아빠랑 똑 닮았다는 말을 듣는것도 상처에요.
어렸을때 엄마를 때리면서 우리를 버리겠다고 소리지르던 아빠 모습도 떠올릴때마다 부아가 치밉니다.
가족이 너무 지겹고 외로워요.
그런데 엄마 아빠 둘다 불쌍하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버리지 못하는 제 자신도 짜증납니다.
어느날은 가족이 미친듯이 밉고 어느날은 죄책감도 들고 어느날은 애정도 생깁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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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보니 가족으로 인한 상처의 깊이가 너무 아프게 다가와 읽는내내 제 마음도 참 아팠습니다.
가정불화로 인해 어린날 남동생과 보육원에서 지낸 마음친구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와 남동생을 버리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때리던 아빠가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부아가 치밀고, 몸 서리치게 화가 날까?
저는 너무 마음친구님이 가여워요. 왜냐하면 마음친구님이 직접 선택해서 겪은 일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날의 경험과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마음친구님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지요. 그래서 정말이지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마음친구님에게 가족과 거리를 두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아주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엄마는 엄마이고, 아빠는 아빠이고, 나는 나 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사는거예요.
그래서 가족들로 인해 나의 마음이 과도하게 요동치고, 흔들릴때는 얼른 나로 돌아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해요. 지금 할수 있는 가장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것이 인생이기 때문이지요.
아픈 엄마가 아빠 욕을 하는것도 지겨운데 그렇게 욕을 하고 미워하는 아빠랑 똑 닮았다며 마음친구님을 비난합니다.
생긴 모습이나 가진 것, 배운 것이 어떻든 사람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해요. 그러나 마음친구님은 어린날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보육원에 맡겨져 자랐어야 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로부터 여전한 비난과 언어폭력, 정서폭력을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박의 순환(Repetition Compulsion) 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어릴 때 받은 상처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우려고 계속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예요. 특히 대인관계, 사람관계, 가족관계 내에서 많이 나타나지요.
유추해보건데 마음친구님의 부모님은 마음친구님을 진실로 돌보지 않았고, 마음친구님이 아플때에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물어봐주지도 않았을거예요. 그런 따스한 돌봄을 기대조차 할수 없는 환경들을 경험하고 살아왔을테지요. 마음친구님에게 가족이라고 불리울만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은 없는것 같아요. 그저 가족이라는 말이 가진 껍데기 같은 의미에 매달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엄마 아빠 둘다 불쌍해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친구님 자신안의 내재된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나를 돌보아주지 않았고, 버리겠다며 협박을 일삼았으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비난하는 부모님을 불쌍해하고, 어느날은 애정도 생기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예를들어 보건데, 나에게 나쁘게 했지만 부모님을 돌보고 뒤치다꺼리 하면서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보상심리를 경험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마음친구님께서 어디에 거주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지만 찾아보시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수 있는 상담센터가 있을겁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지방자치단체나 무료 상담센터 등의 프로그램을 알아보시기 바래요.
지금은 그 무엇보다 마음친구님의 무너져있는 자존감을 세우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것이 우선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과 삶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마음친구님께서 용기낸 이곳에서부터 이미 마음친구님 스스로를 돌보는 삶이 시작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친구님은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누고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며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꼭! 믿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는 마음친구님의 삶이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삶이라는것을 진심의 마음을 다해 응원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무너진 마음을 경험하고, 아픔으로 가득찬 삶을 마주할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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