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제가8살때 이혼했습니다. 전 아빠랑 살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들이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어요. 근데 중1인 지금 아빠가 협박을 합니다. 엄마는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드세요.. 식당을 운영해서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요.. 그러니 키우고 싶어도 못키우세요. 아빠도 그걸 아시는지 말도 안돼는 말씀을 하시면서 툭하면 엄마한테 가라고 해요. 진짜로 보내줄테니 가도 된다고. 그러면서 엄마가 뭘 잘못했고 이래서 이혼했고 나쁘다 뭐 이런말하면 진짜 불편하고 짜증나요. 누가 우리엄마 욕 하는거.. 못참자나요. 진짜 어떡해야할지.. 진짜 다 서운하고 울고 싶어요. 그냥 죽어버리고 싶네요. 막 너희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안살았다 이러면서. 자기가 낳아놓고 이게 할말인지. 나도 아빠가 안낳았음 이런고생하면서 안자랐는데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와 고민을 털어놓는다는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마음친구님의 사연을 읽으며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창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라날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때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어왔을 마음친구님의 무거움과 서러움과 아픔이 제 마음이 아려올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간 아빠에게는 드러내고 표현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들, 아빠와 계속 살수 있을지, 엄마에게 가야하는건지,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들이 마음친구님의 마음을 얼마나 어지럽게 하고, 힘들게 했을까요?
이제 겨우 중1이 된 마음친구님의 마음에 이렇게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이 담아 있다는것이 제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아프게 합니다.
마음친구님.
아빠가 엄마에 대한 험담을 하시며 “진짜 보내줄테니 엄마한테 가라“ 는 말씀을 하실때에 얼마나 서운하고, 울고 싶으셨어요.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보건데 마음친구님의 아버님은 마음친구님을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신것 같아요. 엄마와 이혼이후 6년간 마음친구님을 책임지시며 함께 지내오셨고, 때로는 마음친구님의 존재가 아빠에게 무겁게 다가오셨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살아야할 이유가 되셨을것 같아요.
‘너희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안살았다‘ 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저는 책임질 자녀가 있기 때문에 또 살게 되셨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친구님이 이제 중 1이 되셨으니 이렇게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만큼 성장하셨지요? 이런 부분이 자신의 자아가 생기고, 성숙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중에 있는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아마 아버님이 마음친구님을 보실때에 ‘어 많이 컸네?’ 싶으면서도 그 커가는 모습이 낯설때도 있으실것 같아요.
초등학생때의 어린이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세워나가고, 자신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 언행을 하는 마음친구님이 아버님의 손안에 있지 않는것 같은 그런 마음 말이지요.
그래서 마음친구님이 아빠의 말을 듣지 않는것 같거나, 더 이상 내가 컨트롤 할수 있는것 같지 않는 불안과 불편함을 경험할때에 ‘너? 이렇게 아빠말 안들을거면 엄마한테 가! 진짜 보내줄게’ 하시면서 협박? 같은 말들을 하시는것 같아요.
제가 올려주신 사연만으로 모든 상황을 다 알수는 없지만 아마 아버님은 자신의 불편함과 불안을 그런 미성숙한 방식으로 해소하며 살아오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아버님이 마음친구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엄마한테 보낸다는게 아니라,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자식은 부모에게 늘 단벌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마치 이렇게 입어도 되고, 저기다 입어도 되는 여벌옷 같은 존재가 아니라요. 그러한 자식의 마음은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여지지 않는 마음인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고 더군다나 어린 자녀일수록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아빠로부터 ‘엄마한테 가라’는 말을 들었을때에 무너지고, 짜증나고, 서운했을 마음친구님의 마음이 마치 보이는것 같아서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려오고, 아픕니다.
그런데 마음친구님.
당부 드리고 싶은 마음은 아빠 자신의 불안과 불편한 감정을 그런 미성숙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일 뿐이지, 아버님에게 마음친구님은 단벌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오늘도 살아가는거고, 내일도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고민사연을 보며 내심 다행이다 싶었던 부분은 엄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마음친구님이 알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혼후에 양육의 책임을 지시는 부모님이 다른 한편의 부모와 의도적으로 연결을 끊는 경우도 많은데 엄마의 상황에 대해 마음친구님이 알고 계신것을 보니 소통하고 계신것 같아서 말이지요.
엄마의 사정을 다 알수는 없지만 되신다면 며칠쯤 엄마에게도 계셔보시고 아빠로 인한 서운한 마음도 엄마에게 표현해보세요.
그리고 아빠에게도 엄마에 대한 험담은 듣고 싶지 않다는 표현도 해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 서로는 사랑이 끊어져 이혼이라는 결정을 하셨겠지만 자녀에게는 양쪽 부모모두 사랑이고, 세상입니다.
그 마음을 아버님에게 잘 전달해주시면 마음친구님의 서운한 마음과 울고싶은 마음이 더해지지 않는것에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이렇게 마음친구님의 고민과 삶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친구님은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누고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며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꼭! 믿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는 마음친구님의 삶이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삶이라는것을 진심을 다해 응원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때로는 무너진 마음을 경험하고, 아픔으로 가득찬 삶을 마주할 때가 있지만 마음친구님의 인생여정이 존중받고, 아주 정성스러운 삶이 되기를 응원드리며 오늘의 상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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