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가족들이 슬퍼하며 여생을 살아갈 것에 대한 걱정만 아니었다면 이미 전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것도 그다지 자극이 없고, 간절하지 않습니다.
일에서도, 다른 어떤 소재에서도 재미를 찾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에 집중합니다.
우울증 치료와 약물 처방도 꽤 받아보았습니다. 벗어나기 위해 최근에는 운동도 하고 친구도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충동적이기 보다는, 담담하게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다시 치료가 필요할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마음친구님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마음친구님께서 현재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계신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왜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친구님은 얼마나 외로울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마음친구님의 가족분들께서 마음친구님이 이곳에 존재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마음친구님의 걱정처럼 가족분들은 마음친구님의 존재가 가장 소중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삶은 가족을 위한 삶이 아니라 마음친구님만의 삶이니, 마음친구님께서 조금 더 나를 아껴주고 소중하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의미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직 마음친구님께서 내 안에 있는 그 특별한 의미를 보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제가 어떤 소설책을 보았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우리가 삶을 마치면 심판의 순간에 서는데, 그때 하나의 질문을 받는다고 하네요. ‘당신은 삶에서 당신의 재능을 모두 사용했나요?’ 여기서 말하는 재능은 어떤 뛰어난 재능이 아니예요. 우리의 성격이나 기질은 모두 달라서 모두가 가진 특별함도 모두 다르죠. 나만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함을 발견했는지는 물어보네요. 그런데 그 특별함을 아마도 우리가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우리 앞에 나타나겠죠. 우리는 모두 나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알아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전 마음친구님께서 일상을 더 재밌고, 즐겁게 보내길 바라지만 현재까지 마음친구님께서 모든 방법을 해봤음에도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진 못하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지금 다른 활동을 애쓰며 찾기보다는 마음친구님에게 더 집중해보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혹시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적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어떤 아픈 기억이 떠오를지도 몰라요. 만약 어떤 기억들이 너무 아프다면 당장 마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이렇게 살아온 나를 위로해주고 잘했다고 토닥여주세요. 어쩌면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친구님의 사랑이 마음친구님만의 특별한 보석일지도 몰라요. 마음친구님의 계절이 겨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친구님이 서있는 곳이 추운 것은 마음친구님의 잘못이 아니예요. 우리 모두 삶의 어떤 시기에 그런 시간에 놓이기도 하지만 이유를 몰라서 방황하고 헤매일 때가 있어요. 그래도 마음친구님께서 그 길에서 이제 나아가고자 이렇게 상담글을 올리셨네요. 마음친구님의 용기를 스스로 알아봐주시길 바래요. 치료에 대한 의견을 물어봐주신 것도 전 마음친구님께서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치료에 집중하시면 현재의 시간에서 한발짝 나아가시는데 분명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힘들지만 애쓰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나를 안아주세요. 조금씩 용기를 내셔서 오늘은 어제와 다른 길을 걸어서 집으로 오면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길가의 핀 꽃들이나 계절의 변화에 집중해보세요. 마음친구님은 그 작은 변화도 볼 수 있는 섬세한 눈을 가지고 있으실거예요. 작은 변화에서도 의미를 찾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당장 찾아야 하는 건 아니예요. 작은 변화를 자주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볼 수 있어요. 천천히 나에게 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세요.
마음친구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댓글 상담이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약이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또 만나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려운 사연 용기내서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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