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눈물이 많은 제가 너무 싫습니다.

여린이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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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드라마나 영화같이 감동적이나 슬픈 것을 보고 곧 잘 울곤 했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때도 잘 울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드라마를 보다가 너무 슬퍼서 엉엉 운 적이 있는데 친구들은 다 덤덤하더라고요 저만 울었고.. 이거 가지고도 놀림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저 학년 때라 이때까진 별 생각 없어서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사춘기를 지나다 보니까 제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해졌습니다. 실제로 덩치도 크고 덤덤하게 잘 다니니까 남들이 보고 생각하는 제 모습과 눈물 많고 여린 제 진짜 모습이 너무 다른 게 느껴지더라고요. 예쁘고 귀여운 거도 좋아하고 그러는데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다 느낄 거 같고 남들이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정을 숨기고 제 호불호를 숨겼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너무 숨기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못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도 제 속 얘기를 하려고 하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항상 이제 집에 가서나 뒤에 가서 저 혼자 엉엉 울면서 너무 한심하다 생각하고 그러는데 바뀌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서 남 모를 고민만 속에 감추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사이트가 있길래 한번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적은 거라 두서가 없는데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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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어서오세요 여린이 님. 반갑습니다.

눈물이 많은 자신이 싫다고 느끼는 마음이 드셨군요. 하지만 울음이 많다는 건 약함이 아니라 감정에 깊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어릴 때부터 놀림을 받다 보니 그 감정을 숨기는 법만 먼저 배우신 것 같은데, 그건 여린이 님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데 속은 여린 자신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람은 원래 여러 모습이 함께 있는 존재이지요. 귀여운 걸 좋아해도, 감정이 섬세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우리 여린이님 만의 자연스러운 부분이에요.

지금은 감정을 표현하려 하면 숨 막히고 눈물이 난다고 했는데, 그건 그만큼 오래 억눌러 왔다는 뜻이에요. 누군가에게 100% 털어놓지 않아도 돼요. “요즘 조금 힘들어”처럼 아주 작은 감정부터 꺼내 보는 연습을 해도 충분해요.

여린이 님은 한심한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민감하고 여린 마음을 오래 혼자 숨겨온 사람이에요. 그 마음은 숨길 필요 없는 가치 있는 부분입니다.
울음은 억지로 없애는 게 아니라, 안전한 곳에서 흘릴 수 있으면 점점 덜 두려워져요. 그 감정은 여린이 님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깊이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우리 여린이 님의 민감함은 부끄러울 게 아니라 오히려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인생을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느끼며 다채롭고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을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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